(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롯데카드가 베트남에서 신용카드 발급 라이선스를 가진 금융회사를 약 900억 원에 사들였다.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전환에 따라 카드사 매각설이 무성하던 시점에 단행된 투자여서 롯데카드의 지배구조 변경과 관련된 우려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롯데카드가 그룹의 지주사 전환 발표 이후 지배구조 우려로 회사채 조달시장에서 겪었던 어려움이 다소 완화될 수 있을 것을 진단했다.

◇베트남 카드사 전격 인수…낮아진 매각 가능성

29일 롯데카드는 베트남 테크콤파이낸스 지분 100%를 인수하는 주식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인수 금액은 875억 원가량이다.

테크콤파이낸스는 테크콤뱅크가 보유한 소비자금융 회사로 신용카드와 할부금융, 소비자대출 등의 금융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다.

롯데카드는 베트남 중앙은행의 지분 인수 승인 등을 절차가 마무리되면 내년 1월부터 신용카드 발급 등의 사업을 곧바로 개시할 예정이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테크콤이 현재 신용카드를 발급하고 있지는 않지만, 베트남에서의 신규 카드사업 인허가가 거의 불가능해 충분한 투자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카드업계에서는 롯데카드의 이번 투자를 의외로 받아들이면서 그동안 제기된 매각설이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롯데그룹이 오는 10월 지주사로 전환할 예정인 가운데 롯데카드의 외부 매각설도 꾸준히 제기됐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전환 이후 2년 이내 금융계열사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잠재적인 인수 군까지 거론되기도 했다.

국내 카드사의 한 관계자는 "롯데그룹이 신규 M&A를 할 정도인 것으로 보면 그룹 차원에서 카드사의 외부 매각 의지는 없는 것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롯데카드의 관계자도 "외부 매각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됐지만, 이번 MA&를 통해 수그러들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카드채 디스카운트도 완화 기대

롯데카드는 올해 초 그룹이 지주사 전환 발표 이후 조달시장에서 어려움을 겪어 왔다.

지분매각 관련 불확실성으로 신용등급(AA)이 같은 하나카드와 우리카드 등에 비해 3년물 민평 금리가 2bp가량 높은 상황이 꾸준히 유지됐다.

발행 만기도 그룹의 지주사 전환 발표 이후 대부분 2년 이하 단기물에 집중되는 등 장기물 조달에 차질이 있었다.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롯데카드의 이번 M&A로 조달시장에서도 다소 숨통이 트일 것으로 진단했다.

국내 채권시장의 한 관계자는 "베트남 카드사 인수는 롯데그룹이 베트남에서 국내와 마찬가지로 유통과 카드를 결합해 시너지를 내기 위한 결정으로 보인다"며 "이는 결국 국내에서도 카드사와 유통 계열사 간에 시너지가 창출된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진단했다.

롯데그룹은 베트남에서 롯데백화점과 마트는 물론 롯데리아, 롯데호텔, 롯데시네마, 롯데홈쇼핑 등 계열사 대부분이 진출해 공격적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그는 "지배구조 재편은 경영자 판단의 영역이라 섣불리 예상하기는 어렵지만, 롯데그룹이 카드 지분을 지주사 외 다른 계열사로 넘겨 보유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일 것"이라며 "외부 매각에 대한 우려는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국내 증권사 관계자도 "롯데그룹이 카드사를 아예 외부로 매각할 가능성은 애초부터 크지 않다고 봤는데, 이번 MA&를 통해 더욱 명확해졌다"며 "채권시장에서도 지배구조 변경 우려는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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