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금융당국이 가계부채를 우려해 2018년 폐지를 검토했던 은행 예대율 규제를 당분간 유지하기로 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건전성 규제 선진화 방안의 일환으로 은행에 대한 예대율 규제 폐지 여부를 내년 결정하기로 했으나 이를 잠정 유보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가계대출 증가율이 여전히 가파른 상황에서 예대율 규제 폐지를 검토할만한 시기가 아니라고 본다"며 "향후 가계부채 추이를 살펴가며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존에도 은행권 의견에 대해 중·장기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었지 반드시 폐지하겠다는 건 아니었다"며 "8월 가계부채 종합대책 발표 후 1~2년 간 시장 추이를 지켜본 후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덧붙였다.

예대율은 은행의 대출금을 예수금으로 나눈 비율로 은행이 과도하게 대출을 늘리지 못하도록 예금잔액 범위 내에서 대출하도록 한 대표적인 유동성 규제다.

금융당국은 금융위기 이후 은행들이 양도성예금증서(CD), 은행채 등을 통해 무리하게 대출을 늘리며 외형 확대 경쟁에 나서자 2009년 예대율 규제를 도입했다.

현재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의 예대율을 100% 이내로 규제하고 있다. 100%를 넘으면 예금액보다 대출액이 많은 것으로 은행의 건전성이 위험하다고 보고 있다.

은행들은 예대율 규제가 선진국에 없는 과도한 규제로 경제살리기와 보수적 금융 관행 개선을 위해서라도 폐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금융당국에 건의했고, 당국은 2018년 장기유동규제(NSFR) 시행방안을 마련하면서 예대율 규제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가계부채가 사상 최대인 1천400조 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예대율 규제 완화 또는 폐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판단하에 예대율 규제를 당분간 유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미국 금리 인상으로 국내 시중 금리가 상승할 경우 부채상환능력이 취약한 가구를 중심으로 재무건전성이 크게 악화될 우려가 있어 섣불리 예대율 규제에 손을 댈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오히려 금융당국은 8월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마련하면서 은행 예대율 규제를 90%대로 낮추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직접적인 대출중단은 부작용을 불러오기 때문에 예대율 인하 등 우회적인 방법을 통해 은행 스스로 대출 총량을 관리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행 100%인 예대율을 5%포인트 정도 낮추더라도 기업활동에 크게 지장이 없다"며 "이 경우 100조 원가량 대출이 감소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가계대출 대책을 마련할 때마다 예대율 인하를 검토해왔지만, 은행권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 실질 정책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며 "일단 현행 수준을 유지하면서 향후 가계부채 추이를 지켜보고, 업권의 의견 수렴을 거쳐 방향을 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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