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최근 금융지주사 지배구조 문제와 회장 셀프 연임 논란 중심에 있는 KB금융지주가 계열사에 부회장 자리를 만들기로 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신설 부회장 자리에 부산상고 출신에다 문재인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활동한 이력이 있는 인사에게 주기로 하면서 논란을 더욱 커질 전망이다.

금융지주 회장 연임 과정에서 '셀프 연임' 문제를 지적하는 금융당국에 '바람막이 낙하산' 인사로 맞서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이유 때문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김정민 전 KB부동산신탁 사장을 신임 부회장에 내정했다.

KB금융이 부회장을 임명한 것은 2010년 김중회 전 KB금융지주 사장을 KB자산운용 부회장으로 앉힌 이후 두 번째다.

KB금융은 "부회장직 신설은 지주사가 아닌 계열사인 KB부동산신탁의 비은행 부문 강화 등을 위한 자문 역할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달 회장과 은행장을 분리하면서 이사회에서 지주 사장직을 유지하는 것이 실익이 없다고 판단, 사장직을 폐지한 지 한 달 만에 부회장직을 신설한 것에 대해 금융권은 다소 뜬금없다는 반응이다.

계열사에 최고경영자(CEO)가 있음에도 별도로 부회장을 두는 것은 조직 효율화 차원에서도 맞지 않을 뿐 아니라, 현직에서 떠난 지 한참 된 인사를 이제 와서 다시 영입할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KB금융이 새로운 자리를 신설하면서까지 김 전 사장을 받아들이려는 것은 최근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압박에 대한 바람막이면서 새 정부와 원만한 관계를 위한 전략적 작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전 사장은 1951년 경남 사천 출생으로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같은 부산상고 출신이면서 국민은행 부행장, KB부동산신탁 사장을 지냈던 인사다.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캠프에 몸담기도 했다. 특히 노조위원장 출신에다 부산 출신 금융인이어서 지난 9월 그룹 회장 선임과정에서 정치권과 노조의 지지를 업고 유력 후보로 거론된 바 있다.

당시 KB금융은 외풍 차단 등을 이유로 속전속결로 회장 인선 작업을 진행했고, 결국 윤 회장이 연임에 성공했다.

행장을 분리하면서 행장은 외부에서 올 수 있다는 관측도 있었지만, 내부 출신인 허인 국민은행장이 선임됐다.

다만 이 과정에서 금융당국과의 교감이 없었던 것으로 보여 정부와 정치권의 견제가 커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윤 회장 연임 이후 검찰의 압수수색이 진행되고,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연일 금융지주 회장의 '셀프 연임'을 비판하며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금융권 핵심 관계자는 "새 정부 측 인사를 영입해 정부와의 관계를 부드럽게 하려는 작업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김 전 사장 이외에도 몇 명이 함께 거론됐었는데 한 명만 받아들이는 것으로 정리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줄곧 낙하산 인사로 홍역을 치러왔던 KB금융이 새 정권과 무리하게 코드를 맞추려고 시도하다 자칫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KB금융의 한 관계자는 "윤 회장 2기 체제에 들어 첫 인사인데 엉뚱한 낙하산 인사가 영입돼 실망스럽다"면서 "이제야 리딩뱅크 경쟁력을 되찾았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스스로 경쟁력을 훼손하는 것 같아 불안하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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