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금융감독당국이 가계부채 확산 억제를 위해 제2금융권에 대한 가계대출의 고삐를 죄고 있는 가운데 캐피탈사에 자동차담보대출 영업의 과당경쟁을 자제하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고금리의 자동차담보대출 영업 경쟁이 심화할 경우 이를 주로 이용하는 신용상태가 취약한 서민들의 부담이 가중돼 가계대출 문제가 더욱 가중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융감독당국은 아울러 캐피탈사의 가계신용대출 증가율을 한자릿수로 유지해 줄 것도 요청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국내 주요 캐피탈사의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자동차담보대출 취급액이 급증하고 있는 것에 우려를 표명하고, 과도한 대출 경쟁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제2금융권 가계부채 관리 강화 차원에서 대출이 급격하게 늘어나지 않도록 속도 조절을 해달라는 의미다"면서 "가계대출 리스크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겠다는 의지로 봐달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필요할 경우 대출 증가 규모가 큰 회사를 상대로 현장점검에도 나설 계획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자동차담보대출 잔액은 총 19조3천억 원으로 2012년의 14조원에서 4년 만에 5조 원 넘게 불어났다.

캐피탈사들은 지난해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 및 감독규정 개정으로 자동차담보대출이 대출규제 대상에서 제외되자 본격적으로 자동차금융 확대에 나섰다.

최근들어 시중은행과 보험회사까지 가세하면서 자동차금융 시장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이에 캐피탈사도 시장 수성을 위해 고객 확보를 위해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고 있다.

금융당국은 자동차담보대출이 단순히 자동차 구입을 위한 수단을 넘어 본인이 소유한 자동차를 담보로 돈을 빌리거나 비싼 이자 대출을 대환해 주는 전환대출로 이용되고 있는 점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여신전문회사의 가계대출은 전체 가계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 내외로 낮은 수준이지만 저신용자가 많이 이용하는 데다 금리 수준도 은행보다 2~3배 높아 빠른 대출 증가 속도가 향후 부실 문제를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의 금리 추가 인상 등의 여파로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어 금융회사에 대한 사전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이와 함께 캐피탈사의 가계대출에 대해서도 올해 증가율이 10%를 넘기지 않고, 분기별 대출증가율도 전년 수준을 초과하지 않도록 지도했다.

금리 상승기에 2금융권 대출의 취약 가능성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정기적으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할 방침이다.

진웅섭 금감원장은 오는 30일 카드사 CEO들과도 오찬간담회를 하면서 카드론 취급실태를 점검하고 가계부채 관리 강화를 주문할 예정이다.

hjlee@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