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자신에게 불거진 채용비리 의혹 혐의를 벗기 위해 독립적인 특별조사 기수를 통해 조사를 받겠다며 배수진을 쳤다.

금융권 채용비리를 주도하는 금융감독당국의 수장으로서 자신에게 씌워진 혐의를 벗지 못할 경우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누구보다 잘 아는 만큼 정면돌파 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자신의 채용비리 의혹을 제기한 배후에 하나금융지주가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만큼이 또한 파헤치겠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3연임을 둘러싸고 그간 금감원과 하나금융이 첨예한 갈등을 이어온 것을 고려하면 이번 조사 결과에 따라 최 원장과 김 회장 둘 중 한명은 치명상을 입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최 원장은 12일 임직원들에 보낸 이메일에서 2013년 하나금융 사장으로 재직할 당시 친구의 아들을 하나은행에 인사 추천했다는 의혹에 대해 독립적인 특별검사단을 구성해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자신이 채용과정에 개입하지 않았고, 점수조작 등의 불법적인 일을 하지 않았다는 하나은행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혹이 말끔히 정리되지 않자 직접 결백을 증명하게고 나선 것이다.

금감원은 조사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최 원장을 보고라인에서 제외하는 등 영향력을 철저히 배제한 채 검사단을 꾸리고 필요할 경우 검찰과도 협조하기로 했다.

최 원장은 "특별검사단 조사 결과 책임질 사안이 있으면 응분의 책임을 지겠다"고도 했다.

금융권은 최 원장이 사실상 마지막 카드를 빼 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금융감독당국 수장으로서 이미 도덕적 치명상을 입은 상황에서 자신에게 씌워진 의혹이 실제 팩트인 것처럼 전파되는 것만은 막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금융지주와 은행은 물론 전 금융권에 칼을 휘두르는 금융감독당국의 수장이 자신에게 던져진 의혹을 제대로 소명하지 않고 갈 경우 더는 자리에 앉아있을 수 없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미 정치권 등에서는 최 원장에 대한 의혹이 공방의 대상이 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 원장뿐 아니라 금감원은 소명 차원을 넘어서 의혹을 완전히 벗지 않으면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고 정부에도 엄청난 치명상을 줄 것이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최 원장 의혹에 대한 정보 제공의 당사자로 의심되는 하나금융을 겨눈 것이란 시각도 있다.

김정태 회장의 3연임을 둘러싼 과정에서 사사건건 충돌하면서 각을 세웠던 하나금융이 금융당국 수장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려 더는 시비를 걸지 못하도록 했을 것이란 분석이 금감원 내부에서 팽배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 원장의 거취 여부와 상관없이 금감원 위상에 관한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최 원장에 대한 조사와 더불어 하나금융에 대한 대대적인 공세가 있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다만, 금감원이 특별검사단을 꾸려 조사하고, 결과를 발표하더라도 신뢰를 줄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자칫 '셀프조사'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의 다른 관계자는 "최 원장의 결백이 입증되더라도 채용추천을 했고, 실제 당사자가 합격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도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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