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국내 기업들은 아웃바운드 딜(해외기업 인수)을 진행하면서 한국 로펌을 따로 선임하지 않고 해외 현지 로펌을 직접 선임해 자문받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당시 업무를 담당했던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해외 유명 로펌이라고 해서 큰돈을 썼는데 막상 필요한 서비스는 제대로 받지 못하였다'는 등의 아쉬움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경험이 쌓인 탓인지 최근에는 아웃바운드 딜을 진행하면서 한국 로펌을 먼저 선임하는 게 일반적이다. 즉, 아웃바운드 딜 자문 경험이 많은 한국 로펌을 먼저 선정하고, 이를 통해 해외 현지 로펌을 선정하고 통제하는 것이다.

한국 로펌들은 대개 해외 현지 로펌의 선정 단계에서부터 관여하게 된다. 고객이 추진하는 사업 분야에 관한 전문성이 높으면서도 적정한 가격을 제시할 수 있는 현지 로펌을 물색해 고객에게 추천하는 것이다. 과거에 해당 국가에서 현지 로펌과 실제 협업했던 경험이 주요한 판단의 근거가 되며, 그러한 경험이 적거나 없는 경우에는 체임버스(Chambers), 리걸500(Legal500) 등 유명 국제 로펌 평가기관들이 나라별, 분야별로 선정해 발표하는 우수 로펌 순위, 해당 한국 로펌이 가진 글로벌 네트워크 추천 등을 참고하게 된다.

고객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경험과 정보를 갖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고객이 추진하고 있는 거래의 특성상 어느 정도 수준의 법률 서비스가 요구되는지에 대해서도 더욱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는 등의 장점이 있으므로 한국 로펌이 추천하는 현지 로펌은 소위 가성비 등 여러 측면에서 적정한 로펌일 가능성이 크다. 한국 로펌과의 사이에서 이미 협업 경험을 갖고 있다거나 같은 글로벌 네트워크 소속이라는 등의 이유로 긴밀한 협조 체계가 갖추어져 있으므로, 더욱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기대할 수 있고 업무에 대한 성의도 좀 더 높게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실무자 입장에서 아웃바운드 딜을 위해 현지 로펌을 찾다보면 다양한 로펌이 검색되기는 하지만 현지 사정을 몰라 옥석을 가리기가 어렵다는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무작정 이름값만을 기준으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로펌을 선정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추진하는 사업 내용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가격이 제시되는 것도 문제이거니와, 그 유명 로펌이 현지에서 운영하는 오피스가 그 이름값에 걸맞은 실력을 갖추고 있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 로펌을 통해 현지 로펌을 선정하면, 이러한 어려움을 상당 부분 덜 수 있게 되고 법률 비용도 아낄 수 있다.

현지 로펌을 잘 선정하더라도 해당 로펌을 적절히 활용하지 못하면 돈만 많이 쓰고 제대로 서비스는 받지 못하는 상황에 부닥치게 될 수밖에 없다. 현지 로펌을 적절히 활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추진하는 사업내용에 비추어 정확히 어떤 측면의 현지 법률 검토가 필요한지 충분히 이해해야 하고, 그 이해를 기초로 현지 로펌에 대한 질문 내지 요청 사항을 명확하게 정리해야 한다.

선정된 현지 로펌의 변호사들이 충분히 우수하다 해도 그들은 우리나라와 다른 해당 국가의 법 제도와 체계 아래에서 우리 쪽의 질문과 요청을 이해하고 실무를 진행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최대한 명확한 내용으로 질문과 요청을 정리해 제시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때에 따라서는 전화회의 등을 통해 현지 로펌 변호사가 그 질문과 요청을 정확히 이해하였는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것도 중요한 작업이 된다. 현지 로펌이 불필요한 작업만 잔뜩 하고 실제 중요한 것은 제대로 챙기지 않았다는 불평을 하는 경우가 가끔 보이는데, 그것은 우리 쪽에서의 질문이나 요청이 부정확했거나 상호 간의 이해를 제고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던 탓일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아웃바운드 딜 자문 경험이 많은 한국 로펌의 조력을 받을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 비해 법률 서비스업의 발전 정도가 낮은 국가에서는 현지 로펌이 가진 업무 역량 자체가 부족한 경우도 종종 있는데, 이 경우에는 단순히 질문과 요청을 정확히 하는 수준을 넘어 한국 로펌이 마치 소속(Associate) 변호사를 지도하는 파트너(Partner) 변호사와 같은 입장에서 현지 로펌을 적절히 리드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인 질문 내지 요청만으로는 만족스럽지 못한 서비스가 제공될 가능성이 크지만, 한국 로펌을 통해 현지 로펌이 해 주어야 할 업무를 세세하게 구분해 정확히 지시하고, 그 업무 진행 과정까지 일일이 챙길 경우에는 상당히 높은 수준의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

우리나라보다 법률 서비스 수수료(fee)가 크게 높은 선진국들의 경우에는 자문료를 적절히 통제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질문 내지 요청을 정확히 할 필요가 있게 된다. 모호하거나 두루뭉술한 질문 내지 요청을 할 경우에는 별로 필요하지도 않은 현지 법률 검토 의견이 대부분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법률 의견서와 함께 깜짝 놀랄 만큼의 고액의 청구서를 함께 받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우리 쪽에서 사전에 한국 로펌의 조력을 받아 필요한 현지 법률 검토 사항이 정확히 무엇인지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고, 이를 기초로 최대한 현지 법률 검토 범위를 적절히 제한해 현지 로펌에 업무를 의뢰할 필요가 있다.

해외 현지 로펌을 사용하면서 한국 로펌을 함께 사용하는 것에 관해, 불필요한 비용만 증대되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과 부정적인 입장을 가진 고객들이 여전히 가끔 보인다. 그러나 위에서 본 제반 사항을 고려할 때, 아웃바운드 딜을 위해 해외 현지 로펌을 사용함에서는 관련 경험이 많은 한국 로펌을 사용할 실익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밖에, 자칫 해당 국가에서 일회성의 자문을 받는 것으로 인식될 우려가 있는 고객(한국 기업)에 비해 해당 고객을 대리하는 한국 로펌은 현지 로펌 입장에서 장기적으로 우수 고객(Client)이 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측면에서, 현지 로펌이 좀 더 성의를 다해 서비스를 제공할 가능성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점도 한국 로펌을 사용하는 부수적인 실익이다. (법무법인 광장 김유석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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