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주요 손해보험사들의 시책(특별수당) 경쟁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과도한 시책 지급에 현장검사를 벌이고 있는 와중에서도 벼랑 끝 치킨게임을 벌이며 시장을 혼탁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금융상품의 불완전판매 감독에 집중하겠다"며 금융회사들과의 '전쟁'을 선포한 가운데 이들 보험사가 첫 번째 타깃이 될 전망이다.

10일 금융당국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6일 삼성·메리츠·DB손해보험 등 주요 손보사를 불러 법인대리점(GA) 시책 관련한 과당경쟁 진위를 확인하고 자제할 것을 경고했다.

이달 들어 인보험 신계약 시 GA에 속한 보험설계사에게 주는 시책을 500~600%까지 높여 무리한 영업을 벌였기 때문이다.

일부 보험사가 기존 시책에 100~150%를 더해 지급하자 경쟁 보험사들이 대응 차원에서 150% 이상의 시책을 내걸었고, 이 과정에서 보험사 간 경쟁이 격화되며 시장이 혼돈 양상으로 치닫자 금감원이 주의를 내린 것이다.

시책이란 보험사가 GA에 속한 보험설계사에게 주는 일종의 인센티브다. 보험상품 판매를 독려하기 위한 것으로, 계약을 성사시키면 수수료 외에 별도 비용을 지급하는데 당국은 통상 200∼300%를 적정 수준으로 보고 있다.

GA는 한 보험사에 소속되지 않고 여러 보험사 상품을 모두 취급하기 때문에 보험사 입장에서는 GA 설계사가 자사 상품 판매를 독려하기 위해 파격적인 수당 지급이 불가피하다.

보험사들의 GA 판매는 급증하는 추세다. 메리츠화재는 전체 원수보험료 중 GA가 차지한 비중이 60%를 넘어섰으며 현대· DB·KB손보 등도 50%가 넘는다.

GA 판매가 늘어 업계에 경쟁이 붙은 것이 시책 인상을 불러왔다는 분석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치아보험 시장 선점을 위해 일부 보험사가 일정 수준 이상의 시책을 지급하면서부터 업계 간 신경전이 치열해졌다"면서 "대형보험사들이 나서 시책을 높이다 보니 중소형사들도 따라갈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손보사들의 시책 과당경쟁은 금감원의 검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벌어진 것으로 도를 넘었다는 평가다.

금감원은 이달 초부터 삼성·메리츠·DB손보 등 3개사를 대상으로 사업비 집행 현황을 검사하고 있다.

2016년부터 보험료 자율화가 시행되면서 사업비는 보험사 재량이지만, 금감원은 시책경쟁이 불완전판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과도한 인센티브 지급은 무분별한 상품 판매로 이어질 수 있고, 결국 소비자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GA의 불완전판매 비율은 0.28%로 보험사 전속설계사의 불완전판매 비율(0.19%)보다 월등히 높다.

윤 원장은 전일 기자간담회에서 "금융위원회와 협의해 GA의 자율규제 기능이 보험회사 수준으로 강화되도록 내부통제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하고 비교공시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대형 GA부터 내부통제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하고, 소비자가 모집수수료 수준을 편리하게 비교할 수 있도록 GA 간 비교공시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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