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추후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검사 차례가 돌아오면 논란이 된 즉시연금 관련 사항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들 보험사를 상대로 제재를 위한 검사를 하면 '보복 프레임'에 갇힐 수 있지만, 소비자 보호를 위해 금감원이 해야 할 일은 하겠다는 소신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윤 원장은 이날 취임 100일 맞이 기자간담회에서 "조심은 해야 하지만 (금감원)이 해야 할 일은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오해받을 일은 안 해야 하지만 삼성·한화생명도, (즉시연금 논란에 연관된) 다른 회사들도 금감원 검사 업무와 관련된 업무가 많이 있다"며 "검사 나갈 일이 반드시 있을 텐데 그것까지 피하는 건 앞뒤가 안 맞는다"고 말했다.

윤 원장은 보험사가 경비 충당 위험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행위 자체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은행에 가서 100만 원을 예금하면 이자가 2%인데 이는 100만 원 원금 전체에 대한 2%를 의미한다. 하지만 즉시연금은 100만 원을 맡기면 약관을 떠나 사업비를 공제하고 나머지를 운용해 준다는 것이다.

윤 원장은 "보험사들이 이러는 걸 사람들이 잘 모른다"면서 "당연히 약관에 명시하고 설명을 해야 하는데 보험사는 우리 원리라고 당연하다고 보는 게 잘못된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소비자와 금융사 중 금융사가 위험 더 부담해야 맞다"면서 "소비자에게 위험을 부담하려면 분명히 고객에게 알려야 하는데 그런 것 제대로 못 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윤 원장은 미국과 영국의 보험사고 사례를 예로 들기도 했다.

그는 "영국 금융감독청(FCA)은 지급보증보험(PPI) 불완전판매 문제로 수백만 명의 피해자가 발생하자 43조5천억 원에 달하는 수수료 반환 명령을 내린 바 있고, 로이스 뱅크 등 여러 보험사와 은행 등도 이 같은 제재를 받았다"며 "2016년엔 프랑스 컨설팅펌 캡 제미니가 보험의 소비자 만족도 30여 개국을 비교했는데 한국이 꼴찌였다. 이래서 어떻게 금융 선진화가 되겠느냐"고 비판했다.

윤 원장은 향후 보험사들도 은행과 마찬가지로 수익률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계약 구조 들여다보면 보험사가 비용을 일차적으로 고객에게 넘기는데, 결과적으로 보험을 들면 전체 몇% 이익을 챙기는지 보통사람들은 알기 어렵다"면서 "앞으로는 은행 보험 증권 각각 수익률이 얼마인지 알 수 있도록 비교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가 주기적으로 수익률을 알 수 있도록 고쳐 약관에 담아야 한다"면서 "상법상 약관이 애매하면 약관 작성자가 책임진다는 내용이다는 작성자 불이익 원칙이 즉시연금 문제에도 적용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즉시연금 논란은 삼성생명이 즉시연금 미지급금을 일괄지급하라는 금감원의 권고를 거부하면서 불거졌다.

삼성생명은 지난 2월 즉시연금의 사업비와 위험보험료까지 모두 돌려주도록 한 분쟁조정 사례 1건에 대해선 분쟁조정위원회 조정을 수용했지만, 이를 모든 가입자에게 확대 적용하라는 금감원 권고는 지난달 거부했다.

이어 한화생명도 지난 9일 비슷한 취지의 분조위 조정에 대해 수용 불가 입장을 금감원에 제출하면서 법정 싸움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금융소비자연맹은 이날 생명보험사들을 대상으로 공동소송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승소할 경우 즉시연금 납입보험료 1억 원을 기준으로 평균 500만∼700만 원이 환급될 것으로 예상한다.

한편, 4분기에 부활하는 종합검사의 첫 대상이 삼성생명이 될 것이란 시장의 예상에 대해서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 "중요하다면 욕을 먹더라도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종합검사 관련한 일정 등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없지만, 소비자 보호 문제와 관련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옛날처럼 하지 않고 종합적으로 봐야 할 때 사용하는 카드로 갖고 있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정부가 금융 규제개혁으로 방향을 잡은 것과 관련, 윤 원장은 "금융감독은 금융산업 정책에 대해 견제와 균형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면서 "그런 것 잘하는 게 감독원 본연의 임무이며 균형을 이루면 금융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학자 시절 발언과 금감원장이 된 후 철학이 달라진 게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실제로 생각이 달라진 것은 크게 없다"고 답했다.

그는 "과거에는 넓은 측면에서 자유스럽게 내다봤지만 제가 갖고 있던 선택지가 좁아진 건 사실"이라며 "지금은 금감원장에게 주어진 역할과 책임이 있어서 제가 어떤 경계를 넘어서 밖을 보고 뭐라 말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인터넷 전문은행의 은산분리 완화에 대해서는 "장단점이 있지만, 정부가 방향을 잡고 추진하는 상황에서 소비자 보호나 건전성 문제 등 혹시라도 생길 부작용 최소화하는 일이 금감원의 업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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