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현대카드가 금융당국의 마케팅 과당 경쟁 자제 요구로 한동안 잠잠했던 카드업계 신용판매 시장점유율(MS) 경쟁에 다시 불을 지피고 있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지난 몇 년간 내리막이던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공격적 영업에 나서면서 경쟁사들은 잔뜩 긴장하고 있다.

22일 금융당국 및 카드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미국의 대형 유통업체인 코스트코와 독점 계약을 체결하기로 하고 세부 내용을 막판 조율 중이다.

현대카드는 기존 삼성카드가 코스트코와 맺었던 가맹점수수료율 1% 후반대(1.8~1.9%)를 제시했으며 4~5년의 계약 기간과 함께 다양한 마케팅 협력 사안들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는 연말 가맹점수수료율 재산정에 따라 수수료율이 상승할 우려가 있는 만큼 추후 이 부분에 대한 비용문제 등도 함께 고려해 올 연말께 최종계약을 맺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카드와 함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삼성카드는 고민에 빠졌다.

현대카드가 지난 4년간 삼성카드와 코스트코와 맺었던 계약조건보다 더 좋은 조건을 내걸면서 이 수준을 뛰어넘은 조건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지난 18년간 맺어온 독점체제가 깨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내년 5월부터는 코스트코에서 삼성이 아닌 현대카드로만 결제가 가능하다.

코스트코는 '1국가 1카드사'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1개 카드사와만 거래함으로써 가맹점수수료율을 낮춰 제품가격을 저렴하게 하고, 결국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간다는 설명이다. 가맹점수수료율 체계 개편에도 다른 대형가맹점보다 현저히 낮은 수수료율을 책정받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코스트코와의 협상에 정통한 한 금융회사 고위관계자는 "현대카드가 기존 조건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마케팅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고있다"며 "수익구조가 가능할까 생각될 정도의 비용이 투여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카드사 임원도 "정 부회장이 오래전부터 코스트코 독점계약을 위해 공을 들여왔고, 업계 4위까지 떨어진 신용판매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승부수를 던지고 있는 시점"이라며 "당국 눈치로 업계가 무수익 신판을 줄이는 상황에서 현대카드가 공격적으로 나온다면 경쟁사들은 따라갈 수밖에 없는 데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현대카드는 최근 5년간 시장점유율이 지속해서 하락했다. 2013년부터 외형성장을 지양하고 수익성 위주의 전략을 채택한 데 따른 것이지만 가맹점수수료율 인하 등 다양한 내외부 요인들로 인해 그 효과는 신통치 못했다.

당시만 해도 현대카드 시장점유율(체크카드 제외)은 15~16%대로 삼성카드와 치열한 2위 경쟁을 벌였으나 지난 1분기 기준으로 KB국민카드에도 뒤처지며 신한(22.90%), 삼성(18.02%), 국민(16.54%)에 이어 4위까지 내려왔다.

최근 출시한 '더 그린(the Green)'도 점유율 확대를 위한 하나의 전략으로 해석된다.

'더 그린'은 2008년 '더 레드(the Red)' 출시 이후 10년 만에 현대카드가 선보이는 새로운 컬러의 프리미엄 신용카드로, 모든 가맹점에서 결제금액의 1% M포인트가 적립되는 등 최고 수준의 혜택을 담았다.

정 부회장은 그린 카드 제작과정에도 참여하는 등 공을 들였으며 자신의 페이스북에 개봉기까지 공개할 정도로 애정을 보였다. 현대카드는 신상품 출시 이후 SNS 등을 통해 마케팅 공세를 벌이고 있다.

카드업계는 광폭 행보를 보이는 현대카드가 못마땅하다.

가맹점수수료 인하 등으로 수익성이 날로 악화하고 있고, 금융당국도 일회성 마케팅을 자제하라고 경고한 상황에서 자칫 업계 전체로 불똥이 튈라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이달 들어 현대카드가 공격적으로 마케팅에 나서면서 경쟁 카드사들이 분위기 파악에 나서는 등 긴장하고 있다"면서 "지금 업계 상황에서 같이 마케팅 경쟁에 나서는 게 아니지만 그렇다고 넋 놓고 고객을 뺏길 수도 없어 어느 정도 보조를 맞춰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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