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이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주요 현안에 대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업무 혼란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금감원의 감독·검사 업무나 카드 가맹점수수료 등 핵심 이슈와 관련해선 같은 당내에서도 시각이 팽팽하게 갈리고 있어 금감원의 적정성 찾기가 큰 숙제가 될 전망이다.

1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12일 진행된 금감원 국감에서는 윤석헌 금감원장의 감독·검사 강화 정책에 대한 의견이 극과 극으로 엇갈렸다.

여당위원들은 소비자피해를 막을 규제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요구했지만, 야당은 지나친 경영 간섭이라며 맹비난했다.

무소속 정태옥 의원은 "은행권 채용기준을 왜 금감원이 만드느냐"며 "윤 원장이 취임하고 나서 과도하게 금융기관 경영에 간섭한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김용태 의원도 "생명보험사 즉시연금 일괄구제 강조하는데 법적 근거도 없이 금융사를 강제하면 안 된다"면서 "권고 자체도 금감원이 월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과도한 시장개입이 계속될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말 은행권 채용비리 사건이 터지자 각 금융협회를 중심으로 채용절차 모범규준을 마련토록 지시했다. 또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삼성생명 등 생보사에 즉시연금 전 가입자에 대한 일괄구제를 권고한 바 있다.

최근에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은행들이 대출금리 인상 조짐을 보이자 가산금리 추이 점검을 강화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최운열 의원도 "윤 원장이 학자 시절 금융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금리, 수수료 등 상품가격 자율화를 강조했지만, 지금은 소신이 꺾이는 게 아닌지 걱정된다"며 "금융이 정치논리에 휘둘리지 말고 평소 소신을 끝까지 지켜달라"고 주문했다.

반면 같은 당 전해철 의원은 "금리 등 여러 경제적 문제에 대해 금감원이 오히려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며 "윤 원장이 좀 더 소신 있게 적극적으로 일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는 금감원이 다소 금융회사 경영에 개입하더라도 소비자보호에 더욱 힘써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여당 의원들도 즉시연금과 암보험 약관 변경 등에 대한 공세를 퍼부었다.

더불어 민주당 제윤경 의원은 "보험사가 지난 4년간 소비자에게 소송을 걸기 위해 쓴 돈이 500억 원이 넘는데 소송을 통해 민원과 분쟁을 무력화시키는 보험사의 행태를 구조적으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전재수 의원도 "이미 판례에도 소비자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라고 나와 있는데 금감원은 보험사 편을 들고 보험사의 암 보험금 미지급을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하자, 윤 원장은 암 환자들과의 면담을 약속하기도 했다.

정부 카드수수료 정책에 대한 의견도 엇갈렸다.

최운열 의원은 "최근 카드사 마케팅 비용 축소 주문 등은 카드사 입장에서 당국의 압력처럼 느껴질 것"이라며 "사실상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같은 최 의원의 발언은 최저임금 인상 이후 카드수수료 인하가 주요 정책 의제가 되는 상황에서 이례적인 여당 의원의 지적이다.

윤 원장은 이에 대해 "인위적 수수료 인하가 아니라 근본적인 제도 개선으로 실질적으로 가맹점에 혜택 가는 게 바람직하다"며 "억지로 인하하라는 게 아니라 과당경쟁 완화할 방안이 있으면 조치해야 한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윤 원장이 금융사 경영 간섭에 대해 "선을 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금융권에서는 감독업무에 있어 적절한 수준을 찾기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어디까지가 감독이고 어디까지가 시장개입이냐 하는 문제는 주관적 판단이기 때문에 금융사와 당국이 느끼는 수준 차이가 다르다"면서 "일단 윤 원장이 방향을 정했기 때문에 경영 간섭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금감원의 종합검사 부활 등 검사 강화 움직임과 관련, 금감원 내부에서조차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국회의원들 사이에서도 입장이 제각각이다 보니 금감원 입장에서도 업무 추진 관련 적정성 찾기가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