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정윤교 기자 = 금융감독원이 2년 연속 예산이 삭감되자 충격에 휩싸였다. 사실상 급여가 동결된 데다 업무추진비와 복리후생비 등이 대폭 깎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금융위원회와의 갈등을 의식해 주어진 예산 내에서 최대한 합리적으로 집행하도록 노력하겠다며 애써 담담한 모습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금감원의 2019년 예산안을 올해보다 약 70억 원(2%) 삭감한 3천56억 원으로 확정했다.

올해 예산 역시 지난해보다 1.1% 삭감된 데 이어 2년 연속 삭감된 것이다. 당초 금감원은 올해(3천625억원) 대비 약 3% 인상된 내년도 예산안을 신청했는데 되레 삭감당한 것이다.

총예산 중 총인건비는 2천12억 원(0.8%) 인상됐다.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 등 금융 공공기관과 같은 수준으로 인상률을 맞췄다는 게 금융위 설명이지만, 금감원은 직원들의 근속연수 증가에 따른 자연증가분을 고려하면 사실상 급여가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총예산 중 경비는 803억원에서 764억원으로 39억원(약 5%) 깎였는데, 금감원 여비교통비 등이 공무원·공공기관에 비교해 높은 편이라 이를 조정했다고 금융위는 설명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공공기관의 경우 임원, 공무원은 국장 이상만 항공기 비즈니스석을 이용하고 있지만, 금감원은 국·실장 이상이 이용하고 있다. 철도 특실도 공공기관은 임원, 공무원은 국장 이상만 이용하는 반면 금감원은 입사 5년이 지난 4급 이상이면 이용할 수 있다.

또 업무추진비도 부서 단위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금감원은 부국장이나 수석 등 무보직자까지 업무추진비를 지급해 사실상 급여를 보전하고 있다며 16억원(30%) 삭감했다.

금감원은 예상보다 큰 감축폭에 적지 않게 당황하는 모습이다.

한 금감원 임원은 "노조 등 내부 반발과 금융위와의 갈등 우려 사이에 적절히 절충을 해나가는 과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주어진 예산 내에서 합리적인 집행이 가능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금융위가 지적한 부문에 대해 공공기관 수준과 비슷하게 조정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국장급 이상이 8시간 이상 비행할 경우 항공기 비즈니스석을 이용하고 나머지 근거리는 이코노미석을 이용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무엇보다 금감원은 이번 예산삭감이 공공기관 지정으로 이어질까 봐 우려하는 분위기다.

예산삭감을 계기로 내년 기재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에서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힘을 얻을 수 있어서다.

앞서 지난 1월 공운위는 금감원이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다며 금감원을 공공기관에 지정하려 한 바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예산삭감을 계기로 윤석헌 원장 취임 후 겨우 자리 잡은 조직이 다시 흔들릴까 걱정이다"라면서 "공공기관 지정 우려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게끔 삭감된 예산 내에서 최대한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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