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정윤교 기자 = 금융당국이 국내 저축은행 정책에 대한 대대적인 재정비 작업에 돌입했다.

2011년 저축은행 부실 사태 이후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치고 체질개선 노력을 해온 만큼 저축은행 업권 전반을 재검토해 정책 방향을 새로 세울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금융감독원·금융연구원 등과 실무자급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79개 저축은행에 대해 전수조사를 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정확한 실태를 파악해 정책 방향을 새롭게 마련할 것"이라며 "지난 10여년 동안 개선해야 할 과제가 많이 축적된 만큼 제도를 정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저축은행은 2011년 저축은행 사태가 불거지면서 금융계 '미운 오리'로 전락했지만 이후 지난 10여년 동안 자체 구조조정과 인수합병(M&A) 등으로 경쟁력을 회복, 대표적인 서민금융기관으로 자리 잡았다.

저축은행 부실사태 당시 마이너스였던 자기자본은 작년 3분기 기준 7조5천억원으로 늘었고, 자기자본비율(BIS)도 1%에서 14.5%까지 상승했다. 연 40%에 육박하던 고금리대출이 20% 안팎으로 낮아지면서 연체율도 25%대에서 4% 중반대로 떨어졌다. 지난해에는 당기순이익이 1조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 실적도 기록하기도 했다.

과거에는 일반기업이나 개인이 소유한 저축은행이 대부분이었지만 현재는 IBK기업·신한·NH농협 등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과 HK·SBI 등 외국계 저축은행도 생겨나는 등 업태도 다양해졌다.

최근 가계대출 총량규제 등으로 자영업자 대출이 급증하는 등 서민 금융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에서 저축은행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 상황이다.

10년 전 부실했던 저축은행이 아닌 만큼 업권 전반을 재점검하고 각종 규제 등 제도를 다시 세워 제대로 저축은행을 관리할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금감원 관계자는 "구조조정 시기를 거치며 저축은행 수는 줄었지만, 규모, 지배구조 등이 상당히 다양해지면서 전체 저축은행을 한 데 아우를 수 있는 정책 등을 고민해볼 시기가 됐다"면서 "수익성, 건전성 등 좋아진 만큼 이에 맞는 제도로 바꿔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업계는 이번 기회에 각종 규제가 완화되기를 은근히 바라는 눈치다.

특히 관료 출신인 박재식 저축은행중앙회장이 지난 1월 취임 직후 예금보험공사(예보)에 지급하는 예보료 인하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밝히면서 그 어느 때보다 규제 완화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진 상태다.

예보료는 금융사가 경영부실 등으로 소비자에게 예금을 상환할 수 없는 사태에 대비해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예보에 미리 쌓아두는 보험료인데, 저축은행의 예보료율은 최대 은행의 5배에 달해 업계 관계자들의 불만이 높은 상태다.

또 은행과 같은 수준인 대손충당금과 부동산대출 규제의 완화도 요구하고 있다.

앞서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의 자산 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은행권의 절반 수준이었던 대손충당금 적립기준을 2018~2020년에 걸쳐 은행 수준으로 올리도록 감독규정 개정에 착수한 바 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체질개선을 이룬 성과를 인정받지 못하는 것에 대해 아쉬움이 있다"면서 "재정 건전성이나 리스크 요인 등이 천차만별이라 규제 방법을 차별화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