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지난해 신용카드사 영업실적이 또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금감원과 카드업계가 서로 다른 당기순이익 계산 방식을 적용하면서 최대 수천억 원 차이가 나는 것은 물론, 흑자와 적자로 엇갈리면서 시장의 혼선이 일고 있다.

29일 금융당국 및 카드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전일 국내 카드사들의 영업실적을 여신전문금융업 감독규정을 적용한 실적과 국제회계기준(IFRS)으로 계산한 실적 등 두 가지 버전으로 발표했다.

금감원이 카드사 실적을 두 종류로 발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금감원의 감독규정 기준으로 보면 지난해 8개 전업카드사의 지난해 순이익은 1년 전보다 12.3% 증가한 1조4척 억원으로 호전됐다.

금감원은 카드사 순익 증가 배경으로 카드 사용액 증가와 가맹점 수수료 인하 영향 미미를 꼽았다.

지난해 신용·체크카드 이용액은 832조6천억원으로 전년 대비 44조5천억원(5.6%) 증가했고, 카드 대출 이용액은 전년보다 5조4천억원(5.5%) 늘어나면서 103조원을 넘어섰다. 지속적인 가맹점수수료 인하에도 관련 수익은 오히려 6천억원 증가했다.

반면 IFRS 기준을 따르면 이들 카드사의 순이익은 전년 대비 21.5%(4천772억원) 감소한 1조7천400억원이 된다.

금감원 기준으로 1천511억원 늘었던 순익이 오히려 4천700억원 감소한 것이다.

이상민 금감원 여신금융감독국장은 "금감원은 항상 IFRS가 아니라 감독규정에 따라 카드사 실적을 발표해왔다"며 "카드사 자체 IR 기준 순익과 금감원 자료와 차이가 큰데, 대손충당금 적립 기준 차이 때문에 실적 차이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카드론을 여러 개 이용한 대출자의 부실 우려가 크다고 보고 2017년 6월부터 카드론 복수 차주에 대한 대손충당금을 30% 추가 적립토록 했다. IFRS 기준보다 충당금 적립기준을 강화하다 보니 순익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반대로 카드사들은 대출 부실에 대비해 자본을 추가로 쌓은 만큼 이 준비금을 실적에 적절하게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충당금 기준을 제외하고 계산하면 금감원 기준으로도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629억원(4.4%) 줄어든다.

두 기준에 따른 실적의 괴리는 커지는 추세다.

2016년까지만 해도 감독규정 기준과 IFRS 기준에 따른 카드사 당기순이익 차이는 크지 않았다. 하지만 2017년 감독규정 강화로 카드사들이 2천억원 넘게 추가 적립하면서 당기순이익 차이도 크게 벌어졌다.

앞서 지난해 9월 금감원이 카드사 상반기 순익이 50% 이상 증가했다고 발표하자, 업계는 사실과 다르다며 오히려 31.9% 감소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카드사의 가맹점수수료 부담 여력이 얼마나 될지를 놓고 금융당국과 업계의 갈등이 깊었던 때로, 금감원이 카드사 실적을 부풀려 가맹점수수료를 인하하려 한다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금감원이 이번에 두 가지 기준으로 실적을 발표한 것은 이런 공방을 피하기 위해서다. 과거 전력 때문에 올해도 같은 논란이 이어지는 것을 사전에 막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카드사들은 당국이 발표하는 실적이 각종 규제의 근거로 사용될 뿐 아니라, 삼성카드와 같은 상장사의 경우 투자자가 혼란을 느낄 수 있다며 불만이 많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두 가지 기준에 따른 실적을 금융정책에 유리한 쪽으로 적절하게 섞어 규제 근거를 만들지 않겠느냐"며 "의도는 알 수 없지만, 실적에 대한 해석이 정책 방향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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