弱달러, 중국의 디플레이션 우려, 호르무즈 해협 긴장 등 2020년 10대 트렌드 선정



(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현대경제연구원이 올해 '부채 산사태(Debt Landslide)'로 글로벌 경제가 큰 위기를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연구원은 12일 발간한 경제주평 보고서에서 올해 글로벌 10대 트렌드를 정리했다. 경제 분야에서는 ▲부채 산사태 가능성 ▲약달러 ▲중국의 디플레이션 우려 등이 꼽혔고, 정치분야에서는 미국과 이란의 갈등에 따른 호르무즈 해협의 지정학적 긴장이 최우선 트렌드로 분석됐다.

◇ '부채 산사태'로 금융위기 일어날 수도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산처럼 쌓여가고 있는 글로벌 부채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한 세계 경제가 산사태와 같은 큰 위기를 겪을 수 있는 시점이 임박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연구원은 특히 기업 부채 문제에 주목했다. 경기 둔화 지속으로 기업의 부실이 심화하면 부실기업의 수가 증가하게 되는데, 이는 다시 기업에 자금을 대출한 금융기관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

홍 연구위원은 "부실기업에 대출해준 금융기관이 부실화되고 외국인 자본 유출이 심화되면 금융위기 및 외환위기까지 연결될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연구원에 따르면 전세계 기업부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은 2014년 1분기 이미 과다부채 임계치(80%)를 초과한 88.0%를 기록했고, 이후 5년간 5.7%포인트 확대돼 2019년 1분기에는 93.7%에 달한다.

홍 연구위원은 "이미 임계치를 넘어선 전 세계적인 기업부채는 기업 수익성 악화, 부채 상환 부담 가중, 디폴트 증가, 금융기관 부실화 등의 경로를 통해 금융리스크 발생을 야기할 '트리거'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弱달러와 중국의 디플레이션 우려

현대경제연구원은 약달러와 중국의 디플레이션 우려도 올해 글로벌 경제 분야의 중요 트렌드로 꼽았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과 다른 경제체간 경기 모멘텀 및 금리 격차가 줄어들면서 2020년 외환시장에서는 달러 강세보다 약세 유인이 더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작년 정책금리를 3회 인하했다. 이에 따라 유로존·일본과 미국의 정책금리 격차는 줄어들었다.

연구원은 또 올해 제조업 경기 위축 등 리스크 요인 때문에 미국이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연준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금리 인하 압박, 미국의 쌍둥이(재정 및 경상수지) 적자 등도 약달러 요인이다.

중국 경제는 디플레이션 위험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율은 2019년 상반기와 하반기 각각 2.2%와 3.6%를 나타냈지만 근원 CPI 상승율은 1.7%와 1.5%에 불과했다. CPI 증가율이 높았던 이유는 아프리카 돼지열병 확산으로 돼지고기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천용찬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돼지고기 가격 급등에 가려진 낮은 근원소비자물가는 저물가에 따른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전망"이라며 "저물가 현상이 지속되면 디플레이션 우려가 확산하면서 소비 및 투자심리를 위축시켜 경제 활력이 저하되는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이 정치분야 화두

정치분야 트렌드 가운데서는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이 우선적으로 꼽혔다.

최근 중동지역에서는 미군이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암살하면서 양국의 무력 충돌 위험이 커진 바 있다. 이란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이라크의 미군 기지를 공격하기도 했다.

정민 연구원은 "양국 모두 추가 확전을 자제하려는 태도를 보이면서 중동지역 긴장감은 다소 완화되었으나 여전히 불확실성은 존재한다"며 "이번 군사력 충돌이 발생한 지역은 중동 산유국의 원유 수송 경로가 집중된 만큼 양국 간 지정학적 갈등의 장기화로 국제유가 급등 및 변동성은 확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연구원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교역되는 원유가 세계 전체 원유 소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7%고, 이 가운데 약 65%는 중국, 인도, 일본, 한국, 싱가포르 등 동아시아 주요국에서 수입한다.

연구원은 다만 과거에 비해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늘어 중동 지역 리스크로 인한 국제유가 상승 폭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원은 또 '조커이즘'을 정치 분야의 트렌드로 꼽았다. 조커이즘은 영화 '조커'에서 나온 것처럼 사회적 불평등 심화에 저항하는 시위가 확산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 밖에 ▲글로벌 경제 분업 구조인 가치사슬(GVC)의 재편 ▲초연결을 위한 TIP(Core Technology, New Industry, Policy) ▲양자혁명 ▲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 전환 ▲탈(脫)플라스틱 시대 등도 2020년 글로벌 10대 트렌드로 꼽혔다.

j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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