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한국은행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4차 대유행이라는 예기치 못한 변수에도 통화정책의 정상화를 차질없이 진행할 것이란 입장을 천명했다.

코로나19가 경제의 탄탄한 회복 기조를 뒤엎을 만큼 충격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되는 반면 금융불균형의 시정은 시급한 과제라는 인식에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5일 금융통회위원회 이후 기자회견에서 당장 오는 8월 회의부터 금리의 인상 여부를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코로나19 영향 제한적…금융불균형 시정 시급

한은은 이날 금통위에서 금리를 동결했지만, 이미 밝힌 연내 통화정책 정상화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한은은 우선 코로나19의 4차 대유행이 이전처럼 경제에 큰 타격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문에서 올해 성장률이 지난 5월 전망한 4% 수준에 이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코로나19로 민간 소비가 다소 둔화할 수 있지만, 수출 등 다른 요인이 워낙 좋은 데다, 정부가 편성한 추경도 하반기 경제에 플러스가 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소비 자체도 온라인 상거래의 활성화 등으로 인해 지난해 코로나19 위기 당시만큼 타격을 받지 않을 것이란 게 한은의 진단이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 음식점도 배달과 실내 영업을 병행하는 등 소비의 많은 부분이 비대면으로 전환됐다"면서 "전혀 대비가 없었던 지난해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일종의 학습효과로 경제 주체들이 코로나에 어느 정도 적응했다는 의미다.

반면 금융불균형 문제는 더욱 심화하면서 금리 정상화 필요성은 한층 시급해졌다. 한은 관계자는 "6월에도 가계대출이 큰 폭 늘어나고 집값 상승세도 가팔라지는 등 금융불균형 위험은 더 커졌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경제주체들의 수익추구 행위가 상당히 과도하다"면서 "과도한 차입에 의한 자산투자를 해소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자꾸 지연시킬 게 아니고 빨리 개선해 나가는 노력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거의 다수의, 대부분의 위원이 통화정책 운영에 있어서 금융불균형 해소에 가장 역점을 둬야 할 때라는 데에 뜻을 같이했다"고 강조했다.

시장이 금통위의 이런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은 관계자는 "금통위가 현시점에서는 금융불균형 이슈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의사를 반복적으로 표해왔다"면서 "그런데도 시장에서는 여전히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경제의 차질 부분 등에만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소수의견에 매파 통방문…8월 인상 가시화

한은은 그러면서 8월에 금리가 인상될 수도 있다는 신호도 한층 강화했다. 신중 모드로 전환될 수 있는 시장 일각의 전망과는 상반된 행보였다.

우선 고승범 금통위원이 금리를 0.25% 올릴 필요가 있다며 소수의견을 표했다. 고 위원은 지난 2018년에도 10월에 금리 인상 소수의견을 냈고, 금통위는 11월에 금리를 올렸다.

한은은 개별 금통위원의 견해는 각 위원의 판단일 뿐 이를 향후 통화정책 방향의 신호로 이용하지는 않는다는 원론적인 입장이지만, 과거 소수의견의 출회 이후 대부분 통화정책이 해당 방향으로 움직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장에서는 가장 명확한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한은도 소수의견이 이런 신호로 작용한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는 만큼 어느 정도의 공감대 없이 소수의견이 나왔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난 5월 금통위 의사록 등을 보면 주상영 위원 외에는 대부분 위원이 금리 인상 필요성에 공감하는 상황이다.

더욱이 이 총재는 "경기회복세, 물가 오름세 확대, 금융 불균형 누적 위험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면 다음 회의부터는 통화정책 완화 정도의 조정이 적절한지 아닌지를 논의하고 검토할 시점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면서 8월 인상 가능성을 열었다.

한은은 오는 8월 26일 금통위에서 금리를 결정하면서 수정 경제전망을 내놓을 예정이다. 코로나19의 재유행 등을 고려해 내놓을 경제전망에서 성장률 전망이 후퇴하는 경우만 아니라면, 금리 인상이 단행될 가능성이 열렸다는 것이 한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은의 다른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이 더 나빠져서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커지는 상황이 아니라고 하면 금융불균형 문제를 고려해 완화정도의 조정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8월 금리 인상이 가시화하면서 연내 추가 인상 등 공격적인 금리 인상 시나리오가 가격에 반영되고 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약 10bp 급등해 1.485%까지 급등했다. 금리 수준만으로 보면 단기간 내 3차례 금리 인상 가능성도 반영된 수준으로 평가된다.

jw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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