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국내 주요 금융그룹들이 올해 상반기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생활자금과 주식·가상화폐 투자를 위한 대출 증가와 함께 시중금리가 오르면서 이자수익이 늘어난 결과다.

은행들은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예대마진)에서 얻은 이자 수익으로 곳간을 채웠다. 증권사는 주식투자 열풍에 중개 수수료를 막대하게 벌어들였고, 카드사는 가맹점수수료 수익을 챙겼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가계부채가 폭증하고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빚더미에 빠져 허우적대는 사이 금융사들은 손쉬운 이자 장사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며 '빚투' '영끌'의 최대 수혜자가 됐다.

◇ 5대 금융지주 이자이익 20조원…역대급 실적 달성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경영실적을 발표한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9조3천72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들 금융지주의 작년 전체 당기순익(약 12조3천억원)의 약 80%에 달한다.

이번 역대급 실적은 핵심 수익원인 이자이익이 늘어난 덕이다. 실제로 5대 금융지주의 상반기 순이자이익은 총 20조4천990억원으로 처음 20조원을 돌파했다.

은행들의 순익이 늘어난 건 은행을 중심으로 이자이익이 급증해서다. 은행들은 예금금리는 제자리인데 대출금리를 올리고,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를 핑계로 각종 우대금리를 줄이는 식으로 수익을 챙겼다. 시장금리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저원가성 예금인 요구불예금이 급증한 것도 순익폭을 키웠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순이자마진(NIM) 1.37~1.70%로 전년 동기 대비 0.03~0.04%포인트(P) 상승했다.

KB국민은행의 상반기 이자이익은 3조6천972억원으로 12.9% 증가했다. 신한은행은 3조1천662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7.3%, 하나은행 2조9천157억원으로 10.2%나 증가했다.

증권사·카드사들의 수수료 이익이 증가한 것도 금융지주사들의 실적 달성에 한몫했다. 5대 금융지주의 상반기 수수료이익은 5조4천846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27% 증가했다.

역대급 실적에 사상 처음으로 5대 금융지주 모두 분기·중간배당에 나섰다. 금융당국의 배당 자제 권고가 종료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배당 성향을 확대했다.

금융지주사들은 앞으로도 실적 호조가 지속할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은행의 이자이익은 더 늘어나게 된다.

우리은행은 기준금리가 0.25%p 오르면 향후 1년간 약 1천750억원의 이자수익 증가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자산규모가 더욱 큰 KB, 신한, 하나금융 등의 이익은 더욱 클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권 탐욕'인가 '적정 수준'인가

일부에서는 금융사들이 최근 금리 인상에 편승해 손쉬운 이자 장사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은행들이 땅 짚고 헤엄치기식 금리 장사로 막대한 이익을 남기고 있다는 비판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코로나19로 경제 전반이 어려운 상황에서 최대 호황을 누리게 되면서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이어지면서 3주째 평균 1천500명에 가까운 확진자가 쏟아지고 있고,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격상으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매출은 급감하고 있다.

치솟는 집값에 '빚투(빚내서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에 나서며 가계부채는 폭증했고, 정부는 자산거품 경고와 가계부채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금융당국은 코로나19 국면에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대출금 204조원에 대해 만기 연장이나 이자 상환을 유예하고 있는 실정이다.

가계부채 폭탄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금융사가 금융소비자를 대상으로 이자·수수료수익을 챙기면서 금융당국이 나서서 탐욕을 자제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국내 금융지주사들의 주가순자산비율(PBR) 등을 보면 폭리를 취한다고 볼 수는 없으나 최근 코로나19 상황에서의 국민들이나 정치권 정서 및 전반적인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바람직하지 않은 수준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은행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은행의 한 관계자는 "자산 규모가 커지면 대출 규모도 늘어날 수밖에 없고 금리 상승기를 감안하면 이자이익이 증가하는 건 당연하다"며 "오히려 글로벌 은행과 수익성지표인 총자산이익률(ROA)을 비교하면 이익을 더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에 은행들도 취약계층 지원 대출을 늘리고, 만기연장·상환 유예 등 정부 정책에도 적극적으로 동참했다"며 "수년 전부터 은행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비은행 강화로 체질 개선하면서 수익도 다변화시켰고, 이러한 행보는 앞으로도 지속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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