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손보사 인수에 강한 의지…적당한 매물 없어 '고민'

디지털손보사 설립·종금사 전환 등 다각도 검토



(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올해 상반기 역대급 실적을 달성한 금융지주사들이 증권·보험사 인수·합병(M&A)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지만, 매물 기근 현상이 장기화하면서 성장전략에 차질을 빚고 있다.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는 지주사들은 자회사 설립 및 계열사를 활용한 우회전략도 검토하기 시작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금융지주들은 새로운 성장동력 마련을 위해 중대형급 증권사와 보험사 인수를 검토 중이다.

신한금융지주는 올해도 손해보험사 인수 계획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신종자본증권 발행, 자사주 매입 등을 통해 실탄을 마련해 놓고 적당한 매물이 나오면 적극 인수에 나설 방침이다.

신한금융은 수년 전부터 손보사 인수에 관심을 비춰왔다. 손보사 인수는 그룹의 포트폴리오 완성에 마지막 퍼즐로 여겨진다. 비은행 부문 중 유일하게 비어있는 손보사 인수를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겠다는 전략이다.

문제는 살만한 매물이 없다는 것이다. 한때 들끓던 매각설이 잠잠해졌고 한화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 등도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지만 이렇다 할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시장점유율이 높지 않은 중소형사는 매력이 떨어진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매물로 나온 악사 손보는 검토하다 접었다.

업계에서는 시장에 적당한 매물이 나오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신한금융은 대안으로 디지털 손보사를 세우는 방안도 동시에 검토 중이다. 다만, 디지털 보험사는 손보사보다 생보사에 더 적합한 모델일뿐더러 신설 손보사를 업계 중상위권까지 키우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려 매력적인 선택지는 아니다. 리딩뱅크 라이벌인 KB금융이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해 단번에 비은행 몸집을 키운 것과도 비교될 수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증권사 인수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2014년 우리금융의 민영화 과정에서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을 농협금융지주에 매각했다.

이성욱 우리금융 재무부문 전무(CFO)는 지난달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M&A와 관련 "우리금융의 보통주 자본 비율이 11% 초반으로 타사 대비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자본 비율을 크게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추진할 것"이라며 "가장 시급하고 시너지 효과가 큰 증권 부문을 우선 생각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우리금융은 주요 금융지주사 가운데 은행 비중이 가장 높다. 더욱이 경쟁 금융지주사들이 올해 증시 호황에 따른 계열 증권사의 이익 급증 등으로 비은행 부문 수익이 크게 늘어난 것과 비교되면서 고민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증권사 인수는 JB금융지주도 관심을 두고 있다. JB금융은 2019년 베트남 증권사 모건스탠리 게이트웨이를 인수해 광주은행 자회사로 편입했지만, 국내 증권 계열사는 보유하고 있지 않다. DGB금융, BNK금융 등 다른 지방금융지주가 증권 계열사의 실적 기여도를 높이고 있는 만큼 JB금융도 수익 다각화를 위해서는 증권사 인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기홍 회장도 최근 상반기 실적발표 후 진행된 컨퍼런스콜에 직접 참석해 "사업 다각화를 위해 필요한 자본 여력과 투자 여력이 1~2년 전보다 모두 좋아졌다"며 " 증권사나 대형 자산운용사 등 자본시장에서 JB금융의 포지션을 늘리기 위해서 시장 매물을 계속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증권사 역시 보험사만큼 적당한 매물이 없는 데다, 주식시장 호황 등에 따라 몸값이 높아진 것도 걸림돌이다.

시장에서는 우리종합금융의 증권사 전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우리종합금융은 국내 유일하게 남은 종합금융사로 주식 위탁매매를 제외하고 은행과 증권사의 모든 업무가 가능하다. 이에 종금사를 증권사로 우선 전환하고 추후 증권사를 인수해 합병시키는 방안이다. 다만, 우리종금을 증권사로 전환할 경우 10년 이후 종합금융업 라이선스를 반납해야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주가 미래 성장성을 담보하며 눈에 띄는 성과를 낼 수 있는 방법중 하나가 M&A인데 자금이 있어도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며 "시장 상황을 지켜보며 매력적인 대형 매물을 기다리는 분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08시 36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