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정은보 금융감독원장과 이찬우 신임 금감원 수석부원장의 인연은 남다르다. 정은보 원장이 과거 기재부 차관보로 일할 때 이찬우 수석부원장은 직속의 경제정책국장으로 일하면서 서로 호흡을 맞췄다. 정은보 원장으로부터 당시 기재부 차관보직을 물려받은 사람도 이찬우 수석부원장이다.

기재부 대표적인 브레인으로 요직만 두루 거쳤던 이찬우 수석부원장 입장에서는 자리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는데도 수락한 것 역시 서로에 대한 두터운 신망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찬우 수석부원장이 금감원에 새 둥지를 틀면서 상위기관인 금융위원회는 물론 정부와의 긴밀한 가교역할에 힘을 쏟을 것으로 기대된다.

2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찬우 수석부원장은 이날 오전 첫 출근해 취임식을 가진 후 임원 업무보고를 시작으로 공식업무에 들어간다. 임기는 3년이다.

금융위는 지난 22일 임시회의를 열고 금감원 총괄·경영 부원장(수석부원장)에 이찬우 경남도 경제혁신추진위원장을 임명한다고 밝혔다.

이 수석부원장은 서울대 정치학과를 나와 서울대행정대학원과 미국 예일대에서 석사 과정을 마치고 행정고시 31회로 재정경제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기재부에서 경제분석과장, 종합정책과장, 경제정책국장 등 요직을 거친 자타공인 정책통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6년 2월 차관보로 승진한 이후 2년 10개월 재직한 역대 최장수 차관보이기도 하다.

이 수석부원장은 문재인 정부 집권 초기 경제정책의 뼈대를 만드는 역할을 했다. 경제정책방향을 포함해 정부 출범 이후 발표된 각종 종합대책이 모두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일자리 대책과 자영업자 대책 등 소득주도성장과 서비스업 활성화 방안, 각종 부동산대책 등 주요 정책 수립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기재부 내에서 엘리트로 통한다. 치밀하고 완벽한 일 처리로 선후배 관료들의 신망도 두텁다. 2018년 말 후배인 이호승 전 대통령비서실 일자리 기획비서관이 1차관으로 임명되자 용퇴를 결심하고 사표를 냈을 때 후배들이 적잖이 아쉬워하기도 했다고 한다. 일부에서 전 정부 사람이란 꼬리표로 불이익을 당했다는 말도 나왔다.

7개월여의 야인생활 끝에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초빙 연구위원으로 자리를 잡았고, 지난해 5월 경제혁신추진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경제혁신추진위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이끄는 도지사 직속위원회다.

지난해에는 김부겸 총리, 최영록 전 기재부 세제실장, 정국교 전 의원 등과 함께 '갈림길에 선 한국경제'라는 책을 쓰기도 했다.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김낙회 전 관세청장,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최상목 전 기재부 제1차관 등 전직 경제관료 5명이 올해 4월 출간한 '경제정책 어젠다 2022'도 집필했다. 또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전 카카오은행 대표)이 형이다.

정은보 원장은 이찬우 수석부원장의 이러한 인맥과 평판, 거시적인 안목과 경제정책에 대한 이해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이찬우 전 차관보의 금감원 수석부원장 임명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수석부원장이 금융 관련 이력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인사로 꼽혔지만, 관계 부처와의 의견조율 등 소통 창구역할을 하는 수석부원장 역할을 수행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통상 금융위나 기재부 출신이 맡아온 관행을 지키면서도 본인과 손발을 맞출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을 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금감원 관계자는 "정 원장이 취임하자마자 수석부원장으로 이 수석을 점찍어 놨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신임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역할도 어느 정도 있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면서 "내부에서는 '넘버원·투(원장·수석부원장)'가 모두 역대급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경력이 화려하고 인맥도 막강해 앞으로 업무 추진력에도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09시 14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