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예산 3천973억…5년來 최대폭 증액



(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김예원 기자 = 내년도 금융감독원의 예산안이 5년 만에 최대폭 증액됐다. 고승범 금융위원장과 정은보 금융감독원장 취임 후 '원팀'을 강조하며 관계 회복에 나선 결과로 읽힌다. 금감원은 이명박 정부 시절 임직원 임금이 5% 일괄 삭감된 것도 12년 만에 회복했다.

2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는 22일 정례회의에서 2022년 금감원 예산을 3천973억원으로 확정했다. 올해 예산(3천659억원)보다 8.6% 증액된 것으로, 지나 2017년 이후 최대 증가 폭이다.

금감원 예산은 이번 정부 들어 매년 깎이거나 예년 수준에서 책정됐다. 2017년 채용비리 사건 이후 2018년(-1.1%)과 2019년(-1.9%) 예산은 삭감됐고, 지난해와 올해 증액 폭은 2.1%, 0.8%에 불과했다.

금감원은 당초 금융위에 제출한 내년 예산안 초안에서 4천488억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예년에 비하면 증액 폭이 크지만 초안보다 10% 이상 감액됐다"면서 "5년 평균으로 보면 1.6% 수준이며 필요한 부분에 대한 예산을 늘려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금융위 설치법에 따라 금감원의 예산과 결산을 통제한다. 금감원 재원은 주로 금융회사로부터 걷는 감독분담금과 주식·채권을 발행하면서 납부하는 발행분담금이 대부분이다. 분담금을 얼마나 받고, 어디에 사용하게 할지 심의·의결하는 게 금융위 역할이다.

이번에 늘어난 금감원 예산 증액분 중 가장 많이 늘어난 부분은 정보화 예산이다. 노후화된 시스템 교체와 전자공시시스템(다트) 업그레이드를 포함해 디지털 부문 예산이 100억원 이상 늘어 300억원 가량에 이른다.

금감원은 20년 이상 된 전산 시스템을 사용 중인데, 너무 낡아 금융회사조차 자료 제출이 힘들어 시스템 교체 요구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이 내년부터 3년에 걸처 전산 교체작업을 진행하는 데 있어 초기 관련 예산을 크게 늘려 반영해준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예산의 절반 이상은 인건비가 차지한다. 새해 인건비는 2천251억원으로 책정됐는데, 공공기관 인건비 인상률 한도(0.9%)에 특별사법경찰 등 정원 증원분이 더해져 올해보다 2.1% 증액됐다.

금감원이 금융회사들로부터 걷는 감독분담금은 올해부터 8.2% 증가한 2천871억 원으로 확정됐다. 이밖에 검사비가 포함된 사업예산과 각종 경비를 포함 대부분 영역의 예산이 올해보다 소폭씩 늘어났다.

새해 예산은 금융위와 금감원의 관계회복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윤석헌 전 원장 시절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 금융감독체계 개편, 인사권 등을 놓고 양 기관이 마찰을 빚었을 때와 분위기가 달라졌다. 갈등이 극에 달했던 2018년과 2019년에는 금감원 예산이 2년 연속 삭감되기도 했다.

지난 9월 2일 두 금융 수장의 취임 후 첫 비공개 회동에서 고 위원장은 "금감원이 과중한 업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조직 예산 차원에서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금융위는 지난 2009년 공공기관 선진화 방침에 따라 금감원 임직원 임금이 삭감된 것도 이번에 4.5% 정도로 회복해주기로 했다.

당시 정부는 금융공기업 임금 삭감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청년 취업지원기금 등으로 활용한다는 명분으로 임금 삭감을 유도했고, 당시 대다수 금융공공기관들이 정부 정책에 맞춰 임직원 전체 임금 중 5%를 일괄 삭감했다.

그러나 한국증권거래소, 예금보험공사, 기업은행, 산업은행 등 대부분의 공공기관이 이후 이뤄진 임금 단체협상 등을 통해 삭감된 연봉을 회복했지만, 금감원만 아직도 복원하지 못했다.

금감원은 이에 대한 조건으로 복무규정개정을 통해 유급휴가와 의료비 축소 등 조직 효율화에 나서기로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두 수장의 정책공조 기조에 예산 증액에 대한 기대도 컸는데 금융위에서 금감원의 애로사항을 잘 이해해준 것으로 보인다"며 "임금 삭감에 대한 금감원 직원들의 박탈감도 컸는데 대체로 합리적인 결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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