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우리금융그룹이 다음주 사내이사 추가 선임을 통해 완전 민영화 이후 첫 지배구조 개편을 마무리한다. 이원덕 우리은행장 내정자가 지주 등기임원을 유지하면서 그룹의 '2인자' 자리를 굳힐지가 관심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내달 3일 임시이사회를 개최하고 사내이사 후보 추가 선임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손태승 회장은 이원덕 행장 내정자의 등기임원 유지 여부를 두고 사외이사들과 막판 조율 중이다.

우리금융 사외이사는 "이 행장 내정자의 지주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된데다, 경영진이 새롭게 구성되면서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이라며 "타 지주 현황 및 내부 사정을 등을 고려해 조만간 확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우리금융 이사회는 현재 손 회장과 지주 수석부사장인 이 행장 내정자 등 2명의 사내이사와 6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돼있다.

우리금융은 지주 회장과 행장 분리 첫해인 2020년 사내이사를 1명 추가했다. 손 회장 1명만 이사회 멤버에 포함돼 있어 회장 유고시 대체해 회사 경영에 참여할 사람이 없다는 점을 감안한 지배구조 불안요인 해소차원에서다. 당시 권광석 우리은행장이 아닌 이 수석부사장이 사내이사에 오르며 주목받았다.

지주 사내이사는 회장 유고시 직무를 대행하는 사실상 그룹 내 2인자다. 평상시에도 이사회에 참석해 사외이사들과 그룹 전반의 중요한 경영 사항에 대해 논의하는 등 가장 유력한 경영 승계 후계자로 지목된다.

우리금융 안팎에서는 이 행장 내정자가 지주 사내이사 자리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사내이사직을 수행하면서 그룹 경영 전반을 보는 시야를 갖췄을 뿐 아니라 은행과 지주의 시너지 측면에서도 행장이 지주 이사회에 참여하는 게 맞다는 논리에서다.

이렇게 되면 이 내정자는 '사내이사'가 아니라 '기타비상무이사'라는 이름으로 바뀌게 된다.

다른 금융지주들도 모두 회장과 행장이 지주 등기이사를 맡고 있다. 신한금융은 조용병 회장과 함께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하나금융은 김정태 회장과 박성호 하나은행장이 이사회에 참석한다. KB금융 역시 회장·행장 분리 이후 윤종규 회장과 함께 허인 전 행장이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렸으며 내달 주총을 통해 이재근 신임 행장이 그 자리를 이어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권력이 특정인에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우리금융은 다른 금융지주와 달리 아직 은행 비중이 절대적이다. 은행장에게 지주 등기이사직까지 몰아주면 이 행장 내정자가 손 회장과 함께 사실상 그룹 전반을 지배하게 된다.

우리금융이 완전 민영화 원년을 맞아 올해부터 증권·보험·자산운용회사 등 비은행 계열사 인수합병(M&A) 또는 자회사 신설을 본격화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겠다고 밝힌 것과도 상반된다.

비은행 강화와 계열사 시너지를 키우기 위해 지주 사장직을 두 자리나 신설했는데 행장에 모든 권한을 부여하면 사장 역할이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타 금융지주를 볼 때 이 내정자가 등기이사를 이어가는 게 수순이나 손 회장 입장에서는 민영화 첫해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어차피 직무대행은 은행장으로 명시된 만큼 회장 이외 사내이사를 없앨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원덕 우리금융지주 수석부사장(우리은행장 내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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