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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박경은 기자 = 불모지였던 PC 온라인 게임 시장을 개척해 넥슨을 한국의 대표 게임사로 성장시킨 창업주 김정주 NXC 이사가 갑작스럽게 별세하면서 넥슨의 향후 경영전략과 지배구조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지 관심이다.

넥슨의 지주회사인 NXC까지 지난해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한 만큼 당장의 경영 구도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전망이지만, 지분의 대부분을 소유한 김정주 이사의 별세로 상속 등을 통한 지분구조의 변화에 따른 지배구조 상 급격한 변동 가능성은 남아있다.

아울러 김정주 이사는 전문 경영인 체제 전환 후에도 창업주이자 지주회사 NXC의 최대주주로서 중요한 의사 결정에 참여하며 그룹을 이끌어온 만큼, 적극적인 해외 투자를 통해 사세를 확장해온 넥슨의 경영 전략에도 리더십 부재로 인한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자녀 경영권 승계 않겠다던 김정주…유정현 NXC 감사 최대주주 등극하나

1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김정주 이사는 NXC 지분의 67.49%를, 부인 유정현 씨는 29.43%, 자녀인 김정민씨와 김정윤씨가 0.68%씩을 보유하고 있다.

넥슨은 김정주 이사와 일가가 지분의 대부분을 소유한 NXC를 정점으로 지배구조가 짜여있어, 창업주의 공백으로 인한 지분 변동에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NXC는 본사인 일본 법인 넥슨의 지분 28.5%를 직접 보유하고, 100% 자회사인 벨기에 투자법인(NXMH)을 통해 18.8%를 간접 보유한다.

일본 법인 넥슨은 넥슨코리아를, 넥슨코리아는 네오플, 넥슨지티 등 주요 계열사를 거느리는 형태다.

벨기에와 일본 등 해외 계열사를 통한 일종의 우회지배 체제를 확립한 셈인데, 해외 부문의 높은 매출 비중과 '글로벌 넘버원 게임사'라는 목표가 해외 법인을 통한 지배구조가 정착한 배경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김정주 이사가 보유한 약 70% 수준의 NXC 지분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넥슨의 지배구조가 변화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단은 김정주 이사의 지분이 부인인 유정현 NXC 감사와 두 자녀에게 상속될 가능성이 크지만, 상속 지분의 가치가 상당한 규모에 달할 수 있어 상속 절차만으로 지분 구조가 쉽사리 정리되지 않을 것이란 예상도 있다.

과거 김정주 이사가 '진경준 게이트'에 연루돼 홍역을 치루면서 자신의 재산을 사회환원하겠다고 약속하고, 자녀에게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는 점은 변수다.

김 이사는 2019년 입장문을 통해 "저의 아이들에게 회사의 경영권을 승계시키지 않겠다"며 "회사를 세웠을 때부터 한번도 흔들림 없었던 생각이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실제로 김정주 이사는 2019년 자신과 가족이 보유한 98% 가량의 NXC 지분 전량에 대한 공개 매각을 추진하기도 했으나, 넥슨의 게임 사업을 더욱 성장시킬 적임자가 나타나지 않아 이를 철회했었다.

김정주 이사의 의지대로 경영권 승계 없이 매각을 결정할 경우에는 당시보다 더욱 쉽지 않은 과정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일 기준 24조원을 웃도는 넥슨재팬의 시가총액을 고려했을 때, NXC가 보유한 넥슨재팬 지분 48%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한 매각가는 15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측된다.

2019년 매각 본입찰을 마감했던 당시 넥슨재팬의 시가총액이 13조원 수준이었음에도 적절한 대상을 찾지 못했던 만큼, 이제는 규모상 대형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전략적투자자(SI)가 등장하지 않는 이상 추진이 어려운 셈이다.

◇전문 경영인 체제 돌입…손발 맞춰온 신임 대표 선임·글로벌 투자전문가 영입

김정주 이사의 별세로 그의 공백을 대신해 넥슨과 지주회사 NXC의 경영을 이끌어 갈 전문 경영인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넥슨과 넥슨코리아는 이미 지난 2000년대 중반 이후 전문 경영인 체제가 확립된 상태였으며, 지주회사 NXC까지 지난해 경영인을 선임하면서 주요 법인의 경영 체제 전환이 완료된 것이다.

NXC는 지난 7월 이재교 브랜드홍보본부장을 신임 대표로, 알렉스 이오실레비치를 글로벌 투자총괄 사장으로 선임했다.

김정주 이사는 대표이사직을 내려놓는 대신 사내 이사직을 유지하면서 그룹의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글로벌 투자처를 발굴에 집중해 왔다.

당시 김정주 이사는 "보다 자유로운 위치에서 넥슨컴퍼니와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는 길을 찾겠다"며 "지주회사 전환 후 16년간 대표를 맡아왔으나 다음 주자에게 맡길 때가 됐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김정주 이사와 오랜 기간 재무 분야에서 손발을 맞춰온 다국적 투자은행 출신 알렉스 이오실레비치가 투자 부문을 이끌게 되면서, 기존의 사업 확장 기조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김정주 이사는 넥슨의 현금 창출력과 미래를 내다보는 투자 감각을 바탕으로 게임 외 사업 부문에도 활발한 투자를 지속해왔다.

지난 2011년 넥슨의 도쿄증권거래소 상장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이오실레비치 사장은 김 이사와 깊은 관계를 이어가며 글로벌 투자에서도 직간접적 자문으로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NXC는 2010년대 다수의 글로벌 인수·합병(M&A)을 수행했는데, 유아용품업체 스토케, 명품 의류 브랜드 무스너클, 승차공유 업체 리프트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김정주 이사는 P2E(놀 면서 돈벌기·Play to earn) 열풍이 시작되기 전에도 김정주 이사는 가상화폐 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과감한 투자를 지속했다.

암호화폐 비트코인에 대한 투자 뿐 아니라, 2016년 가상화폐 거래소 코빗의 인수를 시작으로 2018년에는 유럽의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스탬프와 가상자산 중개회사 타고미에 투자했으며, 2020년에는 NXC의 자회사로 아퀴스를 설립해 금융거래 플랫폼 개발에 나서기도 했다.

김정주 이사가 넥슨과 함께 손발을 맞춰온 투자 전문가를 영입함으로써 미래 먹거리 발굴에 집중하려 했던 만큼, 이오실레비치 사장을 필두로 한 넥슨의 글로벌 투자 행보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주의 꿈 한국판 '디즈니'…넥슨, 종합엔터테인먼트사로 거듭날까

김정주 이사는 넥슨을 디즈니와 같은 기업으로 만들고 싶다는 꿈을 공공연하게 밝혀왔고,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지식재산(IP) 투자와 육성에도 각별히 신경써왔다.

김정주 이사는 자서전에서 "디즈니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좋은 회사"라며 "100분의 1이라도 따라가고 싶다"고 서술한 바 있는데, 엔터테인먼트로 돈을 벌면서도 사랑받는 디즈니형 기업을 넥슨의 궁극적인 이상향으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넥슨은 2000년대 초중반 '크레이지 아케이드' '메이플스토리' '카트라이더' '서든어택' '던전앤파이터' 등 대표적인 지식재산(IP)을 연이어 흥행시키고, 이러한 IP를 바탕으로 확장된 게임을 내놓으면서 1년간 3조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내는 대형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김정주 이사가 디즈니 같은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꿈꿨던 것에는 세계가 즐기는 인기 지식재산권(IP)를 육성함으로 써 끊임없는 사업확장을 염두해뒀을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이유다.

넥슨은 최근에도 한국의 '디즈니'를 표방하며 공격적인 IP 투자를 진행해왔다.

지난해 6월 넥슨은 미국의 '마블 어벤져스' 시리즈로 유명한 루소 형제가 설립한 영화 제작사 AGBO에 6천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으며, 지난 3월에는 '건담, 드래곤볼', '소닉', '유희왕' 등 세계적인 IP를 보유한 일본의 반다이남코홀딩스, 세가사미홀딩스, 코나미홀딩스에 총 1조원의 투자를 단행했다.

확보한 IP를 바탕으로 게임 제작에 나설 뿐만 아니라, 게임에서 활용된 캐릭터와 스토리 등 넥슨만의 IP를 활용해 영상 콘텐츠 제작에도 나설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해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의 본격적인 사업 확장에 한 발 다가간 셈이다.

넥슨은 지난해 10종 이상의 슈퍼 IP를 개발하겠다는 경영 목표를 밝혔으며, 넥슨코리아 역시 이를 게임에만 한정하지 않고 폭넓게 바라보겠다는 경영 전략을 전하기도 했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김정주 이사의 별세와는 별개로 넥슨 그룹 전반의 IP 투자와 엔터테인먼트 사업 확장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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