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100억 출연금 중단에 감독권 다툼 조짐



(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이 금융회사에 대한 케이뱅크 공동검사를 놓고 미묘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한은이 금감원에 매년 내던 100억원의 출연금을 올해부터 중단한 것을 시작으로 이창용 한은 총재의 단독 검사권 발언까지 더해지며 금융감독권을 둘러싼 갈등이 재점화할 조짐이다.

18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달 중 케이뱅크에 대한 정기검사 시행계획을 미뤄 6월 7일부터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우리은행 횡령 사고로 예상치 못한 수시검사를 진행하게 되면서 일정 변경이 불가피해진데다, 한은과의 공동검사 여부를 결정하기까지 협의가 오래 걸린 탓이다.

이 총재가 지난달 28일 취임 후 첫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케이뱅크에 대한 금감원 공동검사 요구안을 의결한 뒤에야 구체적인 검사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우리은행 횡령 사고가 맞물려 한은과 공동검사 진행을 논의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렸다"면서 "여러 상황을 고려해 케이뱅크 검사 일정을 조정했다"고 말했다.

당초 금감원은 연간 검사계획에 따라 이달 중순께 케이뱅크 정기검사에 나설 계획이었다. 케이뱅크는 작년 자금세탁 방지 체계와 유동성리스크 관련 부문검사를 받은 적은 있지만, 경영 전반에 대해 검사를 받는 건 은행 설립 이후 처음이다.

금감원은 사전 리스크 예방 차원에서 잠재 위험요인에 대한 대비실태를 집중적으로 점검할 계획이었다.

금감원과 한은은 작년 10월 케이뱅크에 대한 가계대출 테마검사를 공동진행한 것을 계기로 이번 정기검사도 함께 나가기로 어느 정도 컨센서스를 형성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이 공동검사를 요청하면 금감원이 이를 받아들여 진행하는 식이다. 한은법에 따르면 한은은 금감원에 공동검사를 요구할 수 있다.

두 기관은 매년 5차례 안팎에서 공동검사를 진행했다. 금감원 검사가 감독·규제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한국은행은 거시적인 관점에서 가계부채 증가율 등 통화정책 수립에 활용할 수 있는 현황을 파악하는 게 목적이다.

하지만 한은이 작년 12월 금통위에서 금감원에 대한 100억원의 출연금을 올해부터 내지 않기로 의결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한은은 금감원이 출범한 1999년부터 '금융감독기구 설치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매년 일정 규모의 예산을 출연했으나, 올해부터는 출연금을 내지 않겠다며 '납부 중단'을 통보한 것이다.

한은은 금융사들이 내는 감독분담금으로 금감원 운영이 충분한 만큼 출연금 지원 명분이 사라졌다는 입장이다.

반면, 금감원은 한은이 출연을 중단하면 금융사 부담이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했다. 나아가 금감원은 한은이 출연금 중단을 결정한 이상 굳이 공동검사를 진행할 이유가 없지 않으냐는 생각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금감원 관계자는 "한은으로부터 출연금을 받는 대가로 금융사로부터 받는 각종 업무자료를 공유하고, 공동검사에 인력도 투입하는 것"이라며 "한은의 출연금 중단 결정 이후 공동검사를 포함한 업무협조 분위기가 달라진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은은 금융사에 대한 공동 검사 및 자료 제출 요구권은 한은법에 보장된 사항으로 출연금 중단과 관계없는 '권리'라고 보고 있다. 한은도 금융회사 분석자료를 별도 비용을 청구하지 않고 금감원에 제공하는 만큼 출연금 중단과 연관을 지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두 기관 모두 이번 케이뱅크 공동검사 진행 여부와 출연금 중단은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는 게 공식 입장이다. 하지만 금융권에선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을 둘러싸고 지난해부터 이어진 한은과 금융위원회 간 갈등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 한은이 금감원에 대한 예산권을 가진 금융위를 압박하기 위해 금감원 출연금 중단을 결정했고, 공동검사 갈등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창용 총재가 인사청문회에서 한은의 은행에 대한 단독 검사 등 금융안정 관련 권한 확충을 주장한 이후 공동검사 이슈가 더 민감해졌다"면서 "새로운 금감원장이 임명된 다음에야 해결되지 않을까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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