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김예원 기자 = 정부가 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의 6조원대 국제소송에서 일부 패소하면서 4천억원에 가까운 배상금과 이자를 물어줘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론스타가 청구한 46억7천950만달러(약 6조3천215억원)의 4.6% 수준에 불과하지만, 수천억원의 국민 세금이 투입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커졌다.

31일 법무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론스타가 제기한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 관련해 중재판정부로부터 배상금 2억1천650만달러(약 2천800억원, 환율 1,300원 기준)를 배상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정부는 이와 함께 소송이 제기된 2011년 12월부터 완제일까지 한 달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에 따른 지연이자도 배상해야 한다.



◇론스타와의 20년 악연…상처만 남아

정부와 론스타와의 악연은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론스타는 지난 1998년 외환위기 직후부터 한국 투자를 본격화하기 시작한다. 2000년대 자금난을 겪던 국내 기업과 부동산 등을 사들였고 정부가 부실 위기인 한국외환은행 매각을 추진하는 데에도 관심을 보였다.

론스타는 2003년 10월 외환은행 지분 51%를 1조3천834억원에 인수에 새 주인이 됐다. 당시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 등을 놓고 논란이 일었다.

은행법은 비금융 부문의 자산규모가 2조원 이상인 산업자본이 은행 주식을 4% 이상 가질 수 없도록 하고 있는데, 당시 금융당국은 은행법 시행령 제8조2의 '부실 금융기관의 정리 등 특별한 사유'를 적용해 예외적인 인수를 승인했다.

이후 감사원이 론스타에 인수자격이 없다는 감사 결과를 내놓자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등이 배임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외환은행은 인수 3년 뒤인 2006년부터 외환은행을 되팔기 위해 국민은행, 홍콩상하이은행(HSBC)과 차례로 매각 협상을 벌였지만 무산됐다. 당시 HSBC가 금융위원회에 외환은행 지분을 사들일 수 있게 해달라는 승인신청서를 제출했으나 승인이 1년 가까이 지연되자 결국 인수를 포기했다.

결국 론스타는 2012년 외환은행 보유지분 51.02%를 3조9천157억원에 하나금융지주에 넘겼다. 론스타는 4조7천억원이라는 큰 차익을 남겼음에도 금융위가 정당한 사유 없이 매각 승인을 지연시켜 더 큰 이익을 남길 기회를 놓쳤다는 이유를 제기하면서, 그해 11월 우리 정부를 상대로 ISDS를 제기했다.

그리고 약 10년 만인 이날 ICSID 중재판정부는 론스타 측 주장을 일부 인용해 우리 정부에 2억1천650만달러를 배상하라고 판정했다.



◇세금 투입 불가피…"재발방지책 마련해야"

정부가 론스타에 물어줘야 할 돈은 약 2천800억원의 배상금과 이자를 더해 3천5백억~4천억원가량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자는 론스타가 소송을 제기한 2011년 12월3일부터 완제일까지 한 달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로 계산되는데 약 700억~8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정부가 국제소송에서 패소해 수천억원대의 배상금을 지급한 적은 드물다.

이란의 다야니 가문이 소유하고 있는 가전회사 엔텍합이 2010∼2011년 대우일렉트로닉스를 인수·합병하려던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한-이란 투자보장협정 상 공정·공평한 대우 원칙을 위반했다며 2015년 국제중재를 제기, 2018년 중앙판정부가 730억원 상당을 배상하라 판결한 정도다.

정부가 판정 취소를 신청하지 않을 경우 배상금은 이대로 확정되고, 정부는 론스타와 배상금 지급 방식 등을 협의해야 한다. 정부는 분할방식을 제안할 것으로 보이는데 각종 절차를 고려하면 배상금 지급이 시작될 때까지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

배상금은 정부가 국고를 들여 지급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론스타가 2020년 11월 소송 취하 합의금으로 제안했다고 알려진 8억7000만달러(약 1조1천700억원)보다 적은 배상금을 지급하게 됐다는 데 선방했다고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수천억원이 작지 않은 규모인데다, 무엇보다 세금으로 외국계 사모펀드에 배상하게 된 데 대해서 일부 책임 공방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지용 상명대 교수는 "정부가 10년간 노력한 거에 비해서는 많은 금액이 나왔다고 본다"면서 "금융당국에서도 제2의 론스타가 나오지 않도록 재발방지책이나 관련 규제를 정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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