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박준형 기자 = 전력시장 도매가격(SMP) 상한제 도입이 에너지 업계의 반발로 가로막힌 가운데 올해 한국전력공사의 영업적자가 최대 28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규모 적자와 금융비용, 설비투자(CAPEX)까지 맞물리며 유동성 위기가 고조되는 만큼 한전의 사채발행한도 상향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뒤따른다.

◇'적자 늪' 한전, 최악의 경우 올해 28조원 손실
한국신용평가는 14일 보고서를 통해 "SMP 상한제가 연내 도입되지 못하는 것을 가정한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한전의 영업적자는 28조원, 순차입금은 113조원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SMP 상한제는 현재 시행 여부와 시기에 대해서 산업통상자원부와 민자발전사 간에 논의가 진행 중이다.

SMP 상한제는 산업부가 지난 5월 행정예고한 뒤 지난달부터 시행됐어야 하지만, 민자발전업계의 거센 반발로 현재 도입이 연기되고 있어 시행 여부와 시기가 아직 불투명하다.

SMP 상한제가 시행될 경우 한전은 연료비 정산부담이 직접적으로 경감되고 SMP 추가 상승에도 정산 가격을 일정 수준에서 제한할 수 있어 원가 부담 완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한신평은 "제도 적용 기준이 과거 10년 SMP의 상위 10%로 높은 수준이고, 상한가가 적용되더라도 kWh당 130원대로 결정될 것"이라며 "액화천연가스(LNG) 및 유연탄 가격이 함께 상승하는 상황을 감안할 때, 원가조정만으로 단기간 내 적자구조를 해소하기는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한신평은 국내 LNG 수요가 동고하저 패턴인 점을 고려해 LNG가격이 하반기 재차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하반기 평균정산단가가 kWh당 220원 내외로 상승할 것이라고 점쳤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급등세를 보인 LNG 가격은 내년 안정화될 수 있을 것이나, 고유가 기조와 수급 불안 문제가 지속된다면 올해의 80%~85%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막히는 자금줄…사채발행한도 상향·조달루트 다변화 가능성↑
한전은 에너지 전환 관련 노후 석탄발전소 폐쇄, 신재생에너지 투자, 송배전 설비 보강에 따른 연간 13조원 수준의 설비투자비(CAPEX)와 1조8천억원의 순금융비용, 작년 말부터 심화된 실적 악화 등으로 심각한 자금부족 상황에 부닥쳐있다.

이에 한전은 외부자금 조달을 크게 늘리며 지난 8월 말까지 약 18조8천억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다.

작년 한 해 동안 발행한 10조4천억원 규모를 이미 뛰어넘은 수준이다.

한신평은 "작년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당기순손실이 11조원으로 결손 규모가 더욱 확대됨에 따라 사채발행 여력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라며 "유동성 대응 측면의 우려가 커졌다"라고 분석했다.

한전법에 따르면 사채발행액은 공사의 자본금과 적립금을 합한 금액의 2배를 초과하지 못한다.

지난해 말 자본금과 적립금 규모를 고려할 때 올해 한전의 발행한도는 92조원이다.

지난 6월 말 기준 한전의 장기사채 잔액이 50조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올해 한전이 사채발행한도에 도달할 가능성은 적다.

그러나 올해 한전의 당기순손실이 15조원 내외로 발생할 경우 내년 사채발행한도는 60조원 내외로 축소된다.

내년부터 추가적인 사채발행이 제한될 가능성이 매우 커지는 셈이다.

한신평은 "다른 공기업 사례를 고려하면 사채발행 이외의 자금조달 방식을 활용할 것으로 보이며, 유사시에는 국회 승인을 통한 한국전력공사법 개정으로 사채발행한도를 상향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예상했다.

이미 사채발행한도에 도달한 한국광물자원공사나 대한석탄공사의 경우, 장기 기업어음(CP)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또한 한전과 유사한 인천국제공항과 한국가스공사는 사채발행한도가 자본금과 적립금을 합한 금액의 4배로 정해져 있다.

한신평은 "국회의 승인을 통해 사채발행한도를 상향하는 것이 유동성 대응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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