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노요빈 기자 = 외환당국이 장 막판 고강도 실개입을 단행하며 달러-원 레벨을 10원가량 끌어내렸다. 당국이 미세조정(스무딩 오퍼레이션)을 넘어선 이틀째 밀어내기식 개입에 나서며 당국 경계감은 한층 고조될 전망이다.

16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1,388.00원으로 마감했다.

이날 달러-원 환율은 1,399.00원에 개장해 1,400원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었지만, 장 초반부터 당국이 개입에 나서며 개장가를 고점으로 상승 폭을 줄였다.

외환당국은 이날 장중에도 꾸준히 미세 조정에 나선 것으로 추정되는데, 장 막판에는 고강도 개입마저 단행했다. 장중 1,395원 선에서 등락하던 달러-원은 1,386원 부근까지 10원 가까이 속락했다.

시장 참여자들은 외환당국이 장 막판 실개입을 단행하면서 '빅 피겨'인 1,400원에 도달하기까지 완충 레벨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구두개입에 이어 실개입이 충분하게 뒷받침되면서 말보다 행동을 보였다는 점에서 속도 조절 가능성에 힘이 실렸다.

A은행의 외환 딜러는 "달러가 상승하는 타이밍에 개입이 나왔다"면서 "고강도 개입이 아니었다면 1,400원까지 상승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B은행의 딜러도 "달러-원 상승 추세를 바꿀 수는 없겠지만, 달러-원이 1,400원대 진입하는 시간은 벌었다"고 전했다.

C은행의 딜러도 "당국이 시장에 레드라인을 보여줬다"면서 "주식이 부진하고 달러-위안이 상승하는 시기에 개입했다는 것은 1,400원 선을 절대 쉽게 내주지 않겠다는 시그널"이라고 말했다.

그는 "뉴욕 증시 부진과 달러-위안 상승세가 이어지면 어쩔 수 없겠지만, 당국의 의지 자체는 상당히 강하다"면서 "여태까지 시장참가자들이 당국의 스탠스를 간과했다면 상당한 시그널을 줬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달러-원이 상승할 것이라고 심리가 쏠려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이번 개입으로 쏠린 심리 자체는 꺾고 간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D은행의 딜러도 "일단 다음 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전까지는 달러-원 1,400원 선이 뚫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FOMC 결과에 따라 1,400원대로 올라서든지 더 물러나든지 방향이 정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중에 전해진 당국의 수출입업체 대상 간담회 소식도 달러-원 상승 압력을 완화할 만한 재료로 작용했다.

외환당국은 다음 주 주요 수출입 기업들과 외환시장 상황 관련 간담회를 개최해 외환시장 동향 및 수급 상황을 논의할 예정이다. 중공업 업체 등 수출 기업의 달러 매도 제약 요인의 해법과 대형 달러 결제 주체들의 현물환 매수 요인 경감 방안 등이 논의될 것으로 점쳐진다.

A딜러는 "달러가 강세로 가는 상황에서 역내 수급이 무너진 점이 달러-원 상승의 요인"이라면서 "수입업체 결제는 계속되지만, 수출업체들이 달러 매도를 미루는 '래깅'이 심한 상황인데, 기재부 간담회에서 해당 부분을 해소한다면 막힌 수급이 해결될 수 있다"고 전했다.

B딜러도 "고환율임에도 결제가 꾸준하고 네고가 상대적으로 나오지 않는 이유는 더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라면서 "외환당국이 직접 나서서 수급 동향 등을 조율할 수 있다면, 달러-원 상방 요인 하나는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kslee2@yna.co.kr
ybnoh@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2시간 더 빠른 16시 51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