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김용갑 기자 = 달러-원 환율의 큰 폭 상승으로 파생상품 담보 제공 및 건전성 비율 관리 부담이 커진 만큼 은행들도 속속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은행간 통화스와프(CRS)나 외환(FX)스와프 계약의 조기 정산과 함께 외국계 은행 국내 지점의 경우 자본금 확대 등으로 대응하는 중이다.

28일 은행권에 따르면 연말 결산 기간이 다가오는 가운데 CRS 등 외환파생상품의 조기 정산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달러-원이 1,100원대 등 현재보다 한참 낮은 수준에서 계약된 파생상품의 경우 계약 쌍방에 모두 부담이 큰 상황인 탓이다.

예를 들어 시중은행이 국내 중공업체에서 선물환을 매입하고 외국계 은행과 CRS 페이를 통해 이를 헤지한 경우, 달러-원 급등으로 시중은행이 해당 외은에 제공해야 할 담보 제공 규모가 급증한다. 이는 최근 은행의 은행채 발행이 대폭 증가한 원인이기도 하다.

담보를 더 받는 외은 입장에서도 좋은 것이 없다. 환율 급등으로 이미 체결된 파생상품으로 인해 위험가중자산(RWA) 규모가 커지며 BIS 비율이 악화하는 탓이다. 담보로 받은 채권은 BIS 비율 개선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

또 파생상품 평가 이익과 손실이 워낙 커진 만큼 이에 따른 세금 문제 등도 무시 못 할 변수로 등장했다.

그런 만큼 기존의 계약을 조기에 정산하고, 잔여기간은 현재 환율 기준으로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이런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조기 정산을 통해 파생상품에 필요한 담보 필요만 줄여도 은행의 국고채 확보 부담이 상당폭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평상시에도 외은 지점 간에는 세금 이슈 등으로 연말에 CRS 등 파생상품 조기 정상이 종종 진행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일부 시중은행도 조기 정산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과거에는 조기정산 사례가 거의 없었던 FX스와프도 조기 정산이 타진되고 있다.

FX스와프의 경우 만기가 짧은 만큼 일찍 정산할 필요성이 거의 없었다. CRS 등과 달리 준거 금리도 보편화되기보다는 은행별로 상이한 경우도 많아 정산 기준을 정하기도 쉽지 않다.

그런데도 최근 달러-원이 워낙 급등하다 보니 은행 간 파생상품 거래 한도 문제도 등도 겹치면서 조기 정산 필요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다른 은행의 관계자는 "최근 달러-원 급등세가 다소 진정되면서 일부 여유가 생겼다"면서도 "향후 예기치 못한 움직임에도 대비는 해두자는 차원에서 조기 정산을 타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은지점의 경우 자본금을 증액하는 곳도 적지 않다.

RWA 규모가 대폭 커지면서 기존 자본금으로 BIS 비율을 준수하기가 어려워진 탓이다.

자본금을 늘리지 못하면 파생상품이나 대출 등 운용하는 자산의 비중을 줄일 수밖에 없다.

글로벌 긴축 기조와 신흥국 금융시장 불안정한 상황 등으로 인해 국내 지점의 자본금 증액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대체로 원활하게 자본금 증액이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달러 환율 하락 출발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27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1원 내린 달러당 1,413.5원으로 출발했다. 2022.10.27 hi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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