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금융권 인수·합병(M&A) 시장의 '큰 손'인 금융지주들이 비(非)은행 포트폴리오 강화 의지를 잇따라 천명하면서 보험·증권업종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지 주목된다.

보험업의 경우 지난해 금리인상 '직격탄'에 따라 실적은 물론 자산운용 경쟁력과 건전성 비율이 출렁인 점이 몸 값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증권업 또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가능성에 더해, 증시 하락과 경기 침체 전망까지 겹치면서 실적 반등에 부정적 기류가 강해진 상태다.

금융지주들은 이러한 분위기를 M&A를 통해 비은행 경쟁력을 강화할 적기로 판단하는 모양새다.

그간 유동성 과잉 국면에선 잠재 매물들의 가격도 전반적으로 올라 M&A 기조에 속도를 내기 어려웠지만, 최근엔 '호실적'으로 인수 여력이 늘어난 데 더해 매물들의 가격 거품도 빠지고 있다는 판단 하에 M&A 채비를 서두른 곳들이 늘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지난 2일 신년사를 통해 "시장 환경이 어려울수록 자회사들의 핵심사업 시장 지위를 제고해 수익기반을 강화한다"며 "증권과 보험, 벤처캐피탈(VC) 등 비은행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또한 "보험과 카드, 자산운용 등 비은행 부문의 인수·합병(M&A)을 통해 새로운 영역으로 업의 범위를 확대해야 할 것"이라며 비슷한 맥락의 문제의식과 해법을 내놨다.

이렇다 보니 미래 먹거리 발굴을 담당하고 있는 금융지주 전략실 또한 숨가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미 보험권에선 매각 절차를 밟고 있는 KDB생명에 더해 ABL생명과 AIA생명, 동양생명 등 외국계 생명보험사들이 수년째 잠재매물로 거론되고 있다.

손보업에선 지난 2020년 한 차례 매각을 시도했다 불발된 악사손보와 사모펀드운용사(PEF) JKL파트너스가 인수한 지 3년이 지난 롯데손보, 최근 매각절차를 진행 중인 MG손보 등이 매물로 거론된다.

특히, 보험권에선 금융지주 중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로 평가되는 하나금융이 M&A와 관련해 적극적인 행보에 나서주길 바라는 모양새다.

하나금융의 경우 하나손보와 하나생명을 통해 생손보를 아우르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상태지만,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추가 M&A 및 합병을 통한 '몸집 불리기'가 필수적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앞서 경쟁 금융지주들 또한 비슷한 방식으로 보험업 경쟁력 강화에 나선 바 있다.

신한금융지주의 경우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한 뒤 이를 신한생명과 합병해 지난 2021년 통합법인인 신한라이프를 출범했다.

출범 이후 신한라이프는 우량한 신용도와 수익성, 자산 규모를 바탕으로 총자산 기준 업계 4위, 합산 당기순이익 기준 업계 2위로 단숨에 올라섰다.

KB금융지주 또한 그룹 '캐시카우' 중 하나인 KB손해보험에 비해 KB생명보험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지난 2020년 푸르덴셜생명을 인수, 지난 2일에는 통합법인 'KB라이프생명'을 공식 출범했다.

업계에선 하나금융이 올해부터 적용되는 회계기준(IFRS17)에 대비해 수익성이 높은 보장성보험 비중을 꾸준히 늘려온 롯데손해보험이나, 최근 실적 턴어라운드를 이어가고 있는 KDB생명보험에 관심을 둘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금융 고위 관계자는 "증권업의 경우 하나증권이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일단은 보험사나 자산운용사 등을 위주로 M&A 매물들을 체크하고 있는 단계"라며 "보험의 경우 일단 자산 규모를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상품별로는 보장성보험이나 연금을 키우려는 그림으로 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금융의 경우 올들어 M&A 계획과 관련해 '1순위는 증권'이라는 기존의 기조를 더욱 강화하는 모양새다.

별도의 보험사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만큼 관련 분야의 M&A 필요성도 인식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는 보험사 인수와 관련된 구체적인 검토 작업에 돌입하지는 않았다.

우리금융 고위 관계자는 "증권의 경우 좋은 매물이 나온다면 언제든 검토해 보려고 하고 있다"며 "PF 부실 이슈 등으로 증권사들의 기업가치가 많이 낮아지고 있는 만큼 증권업 M&A를 우선적으로 보려는 차원"이라고 했다.

다만, 보험의 경우엔 IFRS17 도입 효과가 각 보험사에 미치는 영향이 정확히 판단되지 않은 데다 금리변동에 따라 여전히 실적과 건전성이 출렁이고 있는 만큼 시간을 두고 모니터링하겠다는 게 우리금융의 입장이다.

우리금융은 일단 다올금융이 매각 중인 다올인베스트먼트 인수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다올인베스트먼트에는 우리금융과 신영증권, 미래에셋 등이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외에도 업계에서는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G&A의 보유 기한이 올 6월까지인 이베스트즈우건과 유안타증권, 한양증권, SK증권 등이 잠재 매물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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