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임종룡 vs 내부 이원덕·신현석·이동연' 경쟁 지속
'기계적 균형' 맞춘 임추위…"두 차례 PT 면접으로 후보자 검증"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우리금융그룹을 이끌 차기 회장 최종 후보가 다음달 3일 결정되는 가운데 회장 최종 후보군(숏리스트)이 4인으로 압축되면서 후보들의 면면에도 관심이 쏠린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는 지난 27일 서울 모처에서 회의를 열고 이원덕 우리은행장과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신현석 우리아메리카 법인장, 이동연 전 우리FIS 사장을 숏리스트로 확정했다.

내부 2명과 외부 2명을 선정한 이번 임추위의 결정에 대해 우리금융 안팎에선 후보들 간 '기계적 균형'을 잡는 데 공을 들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후보들의 면면을 들여다 보면 더 그렇다. 내부 출신인 이원덕 행장과 신현석 법인장은 모두 '전략통'이지만 이 행장은 한일, 신 법인장은 상업은행 출신으로 지지 기반이 다르다.

또 이동연 전 사장은 여신·전략에 더해 최근 중요도가 커지고 있는 '디지털' 부문에서도 강점을 보이는 후보다.

전문가들은 차기 회장 경쟁이 지나치게 전략·기획의 영역에 집중될 것에 대비해 디지털 분야의 전문가를 숏리스트에 포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동연 후보가 전직인 만큼, 사실상 유일한 외부 후보로 평가되는 임종룡 전 위원장은 '관치'와 개혁'의 이미지를 한꺼번에 갖고 있는 인사다.

금융위원장과 NH농협금융 회장이라는 굵직한 커리어를 갖춘 덕에 역량에 대한 이견은 없지만, 외부 출신이라는 점이 태생적 한계다.

◇ '이원덕 vs 임종룡' 구도 유지될까

박화재 우리금융지주 사업지원총괄 사장이 숏리스트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면서 '이원덕 vs 임종룡' 구도는 더욱 공고해졌다.

이 행장의 가장 큰 장점은 정통성이다. 또 손태승 회장과 지근거리에서 수년간 보조를 맞춰왔던 만큼 조직 장악력과 상황 판단력, 수습 및 정리 측면에서도 가장 우수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신현석 법인장과 이동연 전 사장 또한 내부 인사지만, 신 법인장의 경우 미국에서 근무 중이고 이 전 사장의 경우 퇴임 임원이란 점에서 현재 우리은행을 이끌고 있는 이 행장과 내부 장악력 비교는 어렵다.

아울러 이 행장은 엘리트 코스를 착실히 밟으며 우리금융 사정에 누구보다 밝다는 점도 장점이다.

서울대 농경제학과 출신인 이 행장은 지난 1990년 한일은행에 입행한 이후 30여년간 줄곧 전략 업무를 담당했다.

지난 2007~2008년 사이 잠시 지점장과 수석검사역을 맡았던 것을 제외하면 30년이 넘는 직장생활 대부분을 자금과 전략·경영기획, 전략 등의 부문에서 활약했다.

노조 또한 이 행장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최근 노조는 "차기 회장 인선이 모피아와 올드보이들의 놀이터로 전락하는 상황이 생길까 매우 우려스럽다"며 "내부조직 및 영업현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내부 인사로 내정해 관치논란을 불식하고 합리적 경영승계를 이뤄내기 위한 현명한 판단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반면, 금융당국과의 갈등 탓에 용퇴한 손 회장의 후임자라는 이미지가 강한 점은 이 행장에게도 부담이다.

아울러 손 회장에 이어 한일 출신이 회장직을 이어간다는 점은 조직통합 과정에서 이 행장이 풀어가야 할 숙제로 평가된다.

<이원덕 우리은행장>



반면, 임 전 위원장은 이 행장의 포지션과는 많은 부분에서 반대다.

일단 무엇보다도 외부 출신인 만큼 해묵은 '한일 vs 상업' 출신 논란에서 자유롭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우리금융의 기저에 깔린 '파벌문제'는 건전한 조직문화 구축에 가장 큰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임 전 위원장의 경우 지난 2013~2015년 한 차례 NH농협금융 회장을 맡아 관련 업무를 수행해 본 점도 강점이다.

특히, '관치논란' 최소화를 위해 NH농협금융 회장 이미지를 강조하고는 있지만, 임 전 위원장의 가장 큰 장점은 결국 금융당국과의 소통 능력에 있다는 평가가 많다.

금융위원장 출신이라는 점이 결국 금융당국과의 마찰로 현재의 지배구조 리스크를 맞게 된 우리금융 입장에선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미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관치 논란과 맞닿아 있어 활용이 쉽지 않은 이미지지만 임 전 위원장의 커리어가 현재 우리금융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며 "과점주주들이 임 전 위원장의 '관치'와 '개혁' 이미지 중 어느 지점에 더 비중을 둘 지가 관전 포인트"라고 전했다.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 '다크호스' 신현석·이동연, 판 흔들까

신현석 법인장은 롱리스트에 이름을 올렸을 때만 해도 다소 의아하다는 평가에 그쳤지만,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숏리스트에 오르면서 금융권의 관심이 증폭됐다.

임추위에서도 신 후보는 화제의 인물이었다는 평가다.

당초 롱리스트에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크지 않았지만, 검증 작업에서 우수한 전문성과 대내외 네트워크, 안정적인 평판 등을 갖추고 있었다는 후문이다.

임추위의 한 관계자는 "롱리스트에 오른 후보 중 가장 의외였던 것은 신현석 후보다. 이광구 행장이 사임한 이후 국내에서 좀 돌다가 미국 법인장으로 갔던 것으로 아는데, 예상보다 추천도 많고 평판이 좋아 놀랐다"고 전했다.

1960년생으로 부산대 법학과를 졸업한 신 법인장은 1982년 상업은행에 입사한 이후 주로 '글로벌'과 '전략' 업무에 매진했다.

2001~2003년엔 한빛은행 경영전략단 차장으로, 2003~2007년엔 미국지역본부에서 근무했다. 2008~2010년 우리은행 전략기획부 부장으로, 또 2010~2013년엔 LA지점 지점장으로 있었다.

이원덕 행장과 같이 전략 부문의 커리어를 주로 쌓았지만, 10여년에 가까운 미국 근무 등으로 후보들 중 유일하게 글로벌 감각을 추가로 갖추고 있는 점이 강점이다.

특히, 신 법인장은 우리금융이 직면한 굵직한 순간들마다 적지 않은 역할을 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신 법인장은 IMF 위기로 공적자금을 투입하면서 상업·한일은행이 합병될 당시 정부에 제출한 최초의 MOU를 작성한 실무자였다. 합병 이후에는 합병추진위원회에서 인사·전략을 담당했고, 통합작업을 진행하면서는 손태승 회장과 함께 일하기도 했다.

지난 2016년 우리은행 민영화 당시에는 경영기획그룹 담당 임원으로 재직하며 국내외 투자자 유치에 큰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신현석 우리아메리카 법인장>



외부 추천이긴 하지만 이동연 전 사장은 전직 임원인 만큼 사실상 내부 후보로 보는 평가가 많다.

1961년생으로 한일은행에 입행한 이 전 사장은 우리은행 연금신탁사업단 상무, 중소기업그룹장(부행장)에 이어 2020년까지 우리FIS 대표이사 사장 겸 우리은행 최고정보책임자(CIO)를 역임했다.

이 전 사장은 이번 내부 후보들 중에서도 가장 다양한 업무를 거친 인물이다.

입행 이후 여신업무를 중심으로 커리어를 쌓았던 이 전 사장은 이후 손태승 회장과 이광구 전 행장, 신현석 법인장 등과 전략 업무도 함께 담당하기도 했다.

특히, 우리금융지주 출범 후 우리은행 IT그룹 집행부행장을 겸임하는 등 최근의 '디지털 전환' 트렌드와도 접점이 크다.

내부적인 지지기반과 평판, 인지도도 나쁘지 않아 충분히 '다크호스'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전 사장은 지난 2020년 우리은행장 선임 경쟁에서도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과 김정기 우리카드 사장과 함께 숏리스트에 오르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관치금융'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임종룡 후보의 완주 가능성 등 회장 선임 경쟁의 '변수'들은 남아있는 상황"이라며 "신현석·이동연 후보가 판을 흔들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한편, 우리금융 임추위는 내달 1일과 3일 두 차례에 걸쳐 프레젠테이션(PT) 면접을 진행, 후보자들의 역량 검증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동연 전 우리FIS 사장>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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