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대 금융지주 총 배당액 4조 넘어…주주환원율도 개선세
배당잔치 지속될까…은행 공공성 강화 기조 '변수'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은행권이 역대급 실적 행진을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가파른 금리인상이라는 특수한 이벤트 덕에 발생한 '이자호황'이 주주들의 몫으로만 귀결되는 것엔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지난해 자금시장 경색 국면에서 은행권의 역할 확대를 위해 정부가 규제완화 등으로 지원에 나섰던 데다, '최대실적'의 배경이 예대금리차에 따른 이자수익이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를 전적으로 주주 몫으로만 해석하는 것엔 문제가 있다는 인식인 셈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은행권의 가계·기업대출 규모는 2천231조6천억원에 달한다.

가계대출은 1천53조4천억원으로, 기업대출은 1천178억2천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가계대출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회사채 등으로 자금조달이 어려운 기업들이 은행권을 찾는 경우가 늘면서 기업대출은 증가세를 유지 중이다.

◇ 예대마진 덕에 호실적 지속…배당도 역대 '최대치'

이런 가운데 KB금융과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그룹 등이 올해만 16조원에 육박하는 역대 최대 당기순이익을 내세워 주주환원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 관심이 쏠린다.

특히 해외 주주들의 국내 금융지주들의 배당이 인색하다는 경고를 끊임없이 보냈던 데다,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 등이 최근 은행권의 적극적인 주주환원을 촉구하는 행보에 나서면서 배당 확대에 대한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컸다.

실적발표 이후 발표된 배당성향을 고려하면 지난해 4대 금융지주들의 총 배당액은 4조400원억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3조7천300억원 수준이었던 전년대비 8% 이상 증가한 사상 최대치다.

지난 2019년 4대 금융지주의 총 배당액은 2조8천700억원 수준이었지만, 이듬해 2조9천900억원으로 늘었다가 금리인상이 본격화한 지난 2021년부터는 폭증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배당성향은 지난해와 비슷한 25.5% 수준으로 나타났지만 순이익 규모가 크게 늘면서 전체 배당액은 늘고 있는 셈이다.

특히, 배당성향에 자사주의 매입·소각 비중을 더한 총주주환원율은 눈에 띄게 개선되고 있는 추세다.

배당성향 확대에 대한 금융당국의 경계감이 상당한 탓에 주요 금융지주들은 자사주를 매입·소각하는 방식으로 주주가치 제고를 추진하고 있다.

KB금융의 경우 지난 7일 실적발표에서 지난해 총주주환원율을 33%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26%의 배당성향에 더해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한 7% 수준의 제고 효과를 합친 수치다. 이는 국내 은행권 최대 수준이자 전년 대비 7%p 오른 수준이다.

신한금융 또한 전년대비 4%p 늘어난 30%의 주주환원율을 공식화하면서, 올해 1분기 1천500억원 규모의 추가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도 밝혔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의 총주주환원율은 각각 27%와 26%다. 이들 업체도 실적발표 직후 진행된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상반기 중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해 주주환원율을 추가로 개선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특히, 하나금융의 경우 중장기적인 총주주환원율 목표를 50%로 제시하면서 주주환원 원칙을 재정립해 발표하기도 했다.

그룹 보통주자본비율이 13~13.5% 구간에 있을 땐 직전 연도 대비 높아진 보통주자본비율의 50%에 해당하는 자본을 주주에게 환원하고, 13.5%를 초과하면 '초과 자본을 주주에게 환원한다'는 원칙을 세웠다는 게 하나금융의 입장이다.



◇ 대통령까지 나서 "은행은 공공재" 압박…은행권 긴장 고조

다만, 최근 은행권의 역할이 공공성과 사회·금융 인프라 유지에 초점이 맞춰지길 바라는 정부와 금융당국 입장에선 은행권이 주주에 한정해 '배당잔치'을 벌이는 것에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민간 금융사의 배당에 대해서는 자율에 맡긴다는 게 금융당국의 입장이었지만, 이후 당국은 아직 '불확실성'이 남은 금융시장 여건을 고려할 때 손실흡수능력을 추가로 확보할 필요는 있다며 사실상 은행권의 과도한 배당확대 기조에 제동을 걸기도 했다.

최근 대통령까지 압박에 나서면서 은행권의 긴장감은 더욱 고조되는 분위기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열린 금융위 업무보고에서 "은행은 민영화된 기업이지만 하나의 공공재다. 은행 시스템은 군대보다도 중요한, 국방보다도 중요한 시스템"이라며 "자유로운 설립 대신 인허가 형태로 운영 중이고 과거 위기 때는 은행에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해 구조조정을 했던 것이다. 그만큼 공정하고 투명한 거버넌스가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금융당국 또한 비슷한 입장이다.

은행이 망하는 것은 큰 문제지만, 공공성에 대한 역할이 중요해진 만큼 과도한 이익을 추구하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보고 있다.

이렇다 보니 당국 또한 은행이 보유한 거대한 인프라와 사회적 역할을 고려해 다양한 신사업에 뛰어들 수 있는 길은 터주되, 이 과정에서 얻는 결과물을 일부 사회와 공유하는 쪽으로 독려해 나갈 예정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향후 은행권이 배당확대 기조에 드라이브를 걸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6일 기자간담회에서 "과점 형태로 영업이익이 발생하는 특권적 지위가 은행에 부여되는 측면이 있다"며 "어려움을 겪는 실물경제에 자금지원 기능을 해야 하는 근본적인 역할이 은행에 있다는 점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금융권에서는 이를 특수한 지위를 바탕으로 쌓은 이익인 만큼 보다 근본적인 역할에 보다 집중하라는 일종의 경고로 해석하고 있다.

금융위 또한 최근 특별대손준비금 적립요구권을 도입하면서 은행권의 건전성에 대한 경계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특별대손준비금은 금융당국의 요청에 따라 은행권이 대손준비금 위에 추가로 쌓는 개념이다. 준비금의 경우 자본으로는 인정되지만 배당은 불가능하다.

은행권의 건전성 지표들은 아직까지 개선 추세지만, 만기연장 상환유예 등으로 숨겨진 부실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사전에 추가 준비금을 쌓을 수 있게 근거를 만들겠다는 게 금융위의 입장이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중 시행 예정인 특별대손준비금의 경우 지난해 배당에 영향을 주는 이슈는 아니었지만, 향후 배당 등에 보다 신중해지라는 금융당국의 '시그널'로 해석된 경향이 있다"며 "은행권 또한 당국의 입장은 물론 사회적 분위기도 인식하고 있는 만큼 사회공헌 등의 측면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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