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대 4대 금융지주 당기순익 15.8조…이자로 39.6조 챙겨
은행, 고금리 시대대출 이자장사로 역대급 실적
주주환원 확대 돈 잔치에 비판 거세…사회공헌 확대 움직임

 

(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국내 금융지주사들이 지난해 16조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올리며 역대급 실적을 쏘아 올렸다.

한국은행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 덕에 이자이익이 크게 불어난 영향이다.

은행들은 예금금리보다 대출금리를 빠르게 올려 예대마진(대출금리와 예금금리 차이)을 늘리는 방식으로 곳간을 두둑이 채웠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가 지난 한 해 동안 벌어들인 이자이익은 40조원에 육박한다.

물가를 잡기 위한 금리 인상이 은행들의 배만 불리고, 서민들의 고금리 빚 부담만 늘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기준금리 7번 인상할 때 예대마진 폭 키워 '최대 실적'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전체 당기순이익은 15조8천506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14조5천428억 원) 대비 1조3천77억 원(8.99%)가량 늘어난 것으로 4대 금융지주 연간 당기순이익이 15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4대 금융지주 1년 만에 사상 최대 실적을 또다시 갈아치웠다.

신한금융은 전년 대비 15.5%(6천230억 원) 늘어난 4조6천423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고, KB금융도 4조4천133억 원으로 나란히 '4조 클럽'에 안착했다.

하나금융의 당기순이익은 3조6천257억 원, . 우리금융은 전년 대비 22.5%(5천810억 원) 급증한 3조1천693억 원을 시현했다.

금융지주들이 앞다퉈 역대급 실적을 낸 것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랠리로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은이 두 차례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포함해 일곱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2.25%포인트(p) 인상하면서 시장금리가 올라갔고, 은행의 예대금리차가 벌어졌다.

실제 기준금리가 0.25%p만 높아져도 주요 시중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이 0.03∼0.05%p 뛰고 이자 이익도 1천억 원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4대 금융지주의 이자이익은 39조6천735억원에 달한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전년 대비 24.5% 급증한 8조6천966억 원의 이자이익을 올려 4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KB금융과 신한금융도 전년보다 각각 18.9%, 17.9% 증가한 11조3천814억 원과 10조6천757억 원의 이자이익을 냈다.

하나금융 역시 지난 한 해에만 8조9천198억 원의 이자 이익을 거둬 전년 대비 20% 늘었다.

증시와 채권시장 불황에 따른 유가증권 순익 감소 등 이자이익 부진에도 금리 상승기를 맞아 이를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의 이자이익을 벌어들인 것이다.
 

[그래픽] 주요 금융지주 당기순이익 현황
(서울=연합뉴스) 원형민 기자 = 하나금융지주는 9일 공시를 통해 2022년 당기순이익(지배기업 지분 순이익 기준)이 3조6천257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circlemin@yna.co.kr 페이스북 tuney.kr/LeYN1 트위터 @yonhap_graphics

 

 


◇'은행이 다 했다'…기준금리 인상 최대 수혜

금융지주의 사상 최고 실적을 만들어 낸 건 은행이었다. 은행들은 금리 인상기 최대 호황을 누렸다.

은행들은 예대 마진(대출금리와 예금금리 차이)을 이용해서 돈을 버는데, 기준금리가 오를 때 대출금리는 빠르게 올리면서 예금금리는 더디게 인상하는 식으로 예대마진을 늘렸다.

이렇게 해서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이 지난해 번 이자이익은 총 32조5천226억 원에 달한다.

우리은행의 이자이익은 전년 대비 25.3% 늘어난 7조4천177억 원이었고, 국민은행과 신한은행도 각각 9조2천910억 원과 8조2천52억 원을 벌어들여 전년보다 20.2%, 24.1% 증가했다. 하나은행의 이자이익도 7조6천87억 원으로 전년보다 23.7% 늘었다.

더욱이 작년 하반기 회사채 시장 경색으로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체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기업들이 은행 대출을 찾으면서 이자이익이 크게 불어났다.

정기예금 특판 등으로 유동성을 확보한 뒤 이보다 더 비싼 금리로 기업들에 돈을 빌려주는 방식으로 이자를 챙겨간 것이다.

이자이익 증가율이 가장 높은 우리은행의 경우 전년 말 기준 예대금리차(NIS)는 2.14%p로 1년 전(1.74%P)보다 0.4%p 더 벌어졌다. 하나은행의 NIS도 1.69%로 전년대비 0.23%p 상승했다.

같은 기간 순이자마진(NIM)도 크게 개선됐다. 우리은행의 지난해 NIM은 1.42%에서 1.68%로 올랐다.

KB국민은행의 NIM은 1.73%,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각각 1.63%, 1.74%로 4대 은행의 NIM은 1년 만에 15~22bp씩 상승했다.

김기흥 신한은행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올해 2분기부터 정기예금 머니무브가 진정되고, 작년 4분기 고금리로 조달한 예금이 낮은 금리로 대체될 것으로 본다"며 "2분기부터 상승 추세로 전환하면서 NIM 성장세는 전체적으로 작년 대비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재관 KB금융 CFO는 "핵심예금 감소, 금리인상 사이클 종료 기대감 등이 시장금리에 선반영되면서 1분기 하락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큰 폭의 NIM 개선은 어렵겠지만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자산 리프라이싱 효과가 남아있기에 올해도 상승 추세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플레이션 틈타 '이자 장사'…공익 역할 커져

역대급 실적을 달성한 금융지주들은 일제히 배당 성향 확대,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내놨다.

행동주의 사모펀드 얼라인파트너스가 지난달 금융지주에 공개서한을 발송하는 등 주주 환원 강화를 요구하는 투자자들의 목소리가 커지자 이에 화답한 것이다.

KB금융 이사회는 총주주환원율을 전년 대비 7%p 증가한 33%로 높이기로 했고, 하나금융은 배당 관련 예측 가능성 제고 및 정례화를 위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분기 배당 정관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신한금융 역시 1천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소각을 결정했다.

금융지주들은 보통주자본비율(CET1) 수준에 따라 주주환원을 더욱 확대하겠다는 방안도 내놨다.

자본 규제 비율 준수와 손실흡수능력 확보 등이 충분히 이뤄진다면, 초과 자본을 주주에게 돌려주겠다는 대원칙을 세운 셈이다.

다만, 최근 정부와 정치권에서 은행들의 '이자 장사'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어 은행들에 부담이 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은행은 공공재'라고 발언했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은행이 연간 수십조원의 이자 이익을 거두는 것은 과점 체제가 보장되는 특권적 지위의 영향이 있다"면서 "사회적 역할은 소홀히 한 채 과도한 수익성만 추구한다면 국민과 시장으로부터 외면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에서도 은행의 예대 금리차를 감독할 수 있게 하는 법 개정 논의에 들어간 상태다.

금융당국은 은행 경영진의 성과보수체계 적정성 점검과 함께 특별 대손준비금 적립 요구 등에 나섰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분위기가 많이 안좋다 보니 취약계층에 대한 금리 인하 등 각종 사회공헌 활동을 강화하는 추세"라며 "주주환원 확대 기조는 맞지만, 배당 등에 있어서도 당국 등 여론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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