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적 대응에 4대 지주 충당금만 5조1천억원
연체율·잠재 리스크 부각…"충당금 더 필요할 수도"

(서울=연합인포맥스) 이수용 기자 = 금융지주사들은 경기 둔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대규모의 충당금을 쌓았다.

다만, 지주사들이 보수적으로 접근했음에도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손실 흡수능력에 대한 의구심도 뒤따랐다.

◇4대 금융지주 충당금만 5조1천억원…전년比 1조8천억↑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4대 금융지주는 지난해 5조1천31억원 규모의 대손충당금을 쌓았다.

이는 전년 3조1천878억원 대비 약 1조8천억원 늘어난 수준이다.

그중 KB금융지주는 전년보다 6천508억원 늘어난 1조8천359억원의 충당금을 쌓으며 가장 큰 규모로 충당금을 늘렸다.

하나금융지주는 1조1천135억원으로 전년보다 5천809억원 늘었고, 우리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는 8천480억원, 1조3천57억원으로 각각 3천110억원, 3천93억원 증가했다.

금융지주들은 경기 불확실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충당금을 쌓았다고 설명했다.

KB금융의 경우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에서 부실자산보다 더 큰 규모의 충당금을 쌓기도 했다.

하나금융 또한 비은행 자회사에 대한 대손비용을 선제적으로 인식했고, 은행 중국법인에서도 부실이 발생해 충당금을 적립했다.

금융지주들은 부도율과 손실률, 이와 관련된 지표들을 통해 적정 충당금을 산출한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작년 은행권에서 동일한 방법론을 적용해 충당금을 쌓았기 때문에 추가로 더 쌓은 경우들도 있다"며 "충당금이 부족하다고 하면 추가로 관련 산식을 개발해 쌓고 있다"고 말했다.

◇고개 드는 연체율…금리 상승에 잠재 리스크도

금융지주들의 주요 계열사인 은행의 연체율은 작년 4분기 기준 4대 은행 평균 0.20%로 지난 2021년 2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4대 은행 항목별 연체율 추이



연체율 자체는 낮은 수준이나, 세부 항목별로는 차이를 보였다.

2021년 말과 비교하면 가계 연체율은 0.14%에서 0.19%로, 중소기업 연체율은 0.20%에서 0.25%로 높아졌다.

반면, 대기업 연체율은 0.12%에서 0.04%로 낮아졌다.

경기 환경이 둔화하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곳에서부터 연체율이 고개를 들고 있는 셈이다.

총여신 대비 충당금 규모 또한 4대 은행 평균 0.48%로 2020년 4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나, 그 이전 규모와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4대 은행 연체율 및 총여신 대비 충당금 추이



최근 몇 년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해 금융사들도 충당금을 대거 쌓았으나, 취약차주에 대한 금융지원 등이 있어 건전성에 대한 착시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 또한 유효한 상황이다.

한국은행은 작년 말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 이후 지속된 정부의 취약계층 지원 등에 힘입어 취약차주 비중이 금리 인상에도 2022년 3분기까지 6%대 초반을 유지했으나, 향후 대내외 여건 악화 시 8%를 상회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충당금, 쌓은 건 많다…손실 흡수는 의문

금융지주사들이 대규모로 충당금을 적립했음에도 이에 대한 우려스러운 목소리가 전해지고 있다.

금액 자체는 많아졌지만, 손실을 흡수하기에 충분한 규모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충당금이 미래 손실을 예측해 쌓아두는 것인 만큼, 향후 실제로 리스크가 현실화하면서 생길 수 있는 손실 규모를 면밀히 살필 필요가 있다.

한 은행 담당 애널리스트는 "불확실한 측면에 대비해서 현재로서는 적정 규모의 충당금을 쌓아두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며 "올해 연체율은 얼마나 오르는지, 경기 둔화 강도는 어느 정도인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은행 담당 애널리스트 또한 "부실 채권 대비 충당금은 버퍼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경기 상황에 따라 1~2분기 건전성 지표에서 이슈가 있을 수 있는데, 상황에 따라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할 수 있는 부분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에서도 금융지주가 충당금을 확보해 버퍼는 충분하나, 향후 벌어질 수 있는 이슈를 고려하면 충당금을 더 쌓을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총여신 대비 충당금 지표는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아직 낮은 편"이라며 "당국의 연착륙 노력과 은행의 취약차주 지원 등을 고려해도 미래는 가정의 영역인 만큼, 올해는 건전성 이슈의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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