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채 발행 중단·TGA 감소로 달러 유동성 공급 영향
'X-date' 임박하면 안전 선호 심리에 상방 압력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미국 부채 한도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외환시장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미국이 국채를 추가 발행하지 못해 유동성 흡수가 제한되고 재무부 일반계정(TGA;Treasury General Account)에서 달러가 공급돼 달러-원도 하방 압력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16일 미국 부채한도 협상이 달러-원에 미칠 영향을 주시하면서도 현재까지는 파급력이 제한적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TGA 잔액이 고갈되는 시점인 'X-date'에 임박하면 안전 선호 심리가 고조되면 달러-원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美 부채한도 우려 2011년 이후 최고

부채 한도란 미국 재무부가 감당할 수 있는 국가 부채의 법적 한계다. 상한선을 올리지 못하면 이론적으로 채무 불이행(디폴트)을 맞게 된다.

미국 부채는 이미 지난달 19일 한도(31조3천810억 달러)에 도달했다.

이후 미국 재무부는 정부가 계속 돈을 빌릴 수 있도록 연방 공무원 퇴직·장애인연금 신규 납부 유예 등 특별 조치를 시행해 재정을 운영하며 디폴트를 유예하고 있다.

다만 특별 조치를 통한 운영 자금도 올해 하반기에는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은 TGA 잔액이 고갈되는 시점인 'X-date'를 6월 5일로 잠정 제시했다. 주요 투자은행은 X-date를 대체로 3분기 이후로 예상한다.

여태껏 부채한도 증액 실패로 미국 정부가 디폴트에 빠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다만 지난 2011년에는 부채 한도 협상이 지연되며 미국 국가신용등급이 떨어졌다. 그 영향으로 증시가 급락하고 달러가 급등하는 등 금융시장도 큰 충격을 받았다.

올해 부채한도 관련 갈등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의회를 분점해 2011년 이후 가장 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올해 미국의 부채한도 갈등이 2011년과 유사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미국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1년물 기준 2011년 이후 최고치로 상승하고 X-date에 가까운 7월 만기 단기 국채(T-bill) 금리가 높아지는 등 부채 한도 위험이 가격에도 반영되고 있다.

한국은행



◇TGA 방출은 유동성 증가 효과…아직 영향력은 제한적

미국의 부채한도 협상 난항이 단기적으로는 달러에 하방 압력을 가할 수 있다.

미국 국채 순발행이 중단되며 유동성 흡수가 제한되고, 보유 현금으로 재정지출을 충당해 달러 유동성이 공급되는 탓이다.

박준우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 재무부의 부채 한도 갈등은 유동성을 증가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면서 "4월 세금 납부 기간 이전인 2~3월은 유동성에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양적 긴축(QT) 영향을 TGA 잔고가 감소하면서 대부분 상쇄했다"고 덧붙였다.

KB증권 리서치센터


다만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TGA 방출이 자금시장에 끼치는 영향이 아직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연준의 통화정책이 가격에 더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는 탓이다.

문정희 국민은행 연구원은 "TGA 방출이 유동성 확대 요인은 맞다"라면서도 "최근 미 국채 금리가 단기물 위주로 크게 상승하고 있다. 부채한도보다는 연준의 통화정책이 더 가격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부채한도 이슈는 'X-date' 인근이 되면 주요 변수로 부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X-date'가 다가오면 달러가 강세 모멘텀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달러는 미국의 통화지만, 미국 디폴트 위험은 안전 선호 심리로 연결돼 달러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며 "미국의 디폴트 가능성은 극히 적겠으나 협상에 이르는 과정에서 달러가 상승 압력을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원화는 동일한 상방 압력을 받았을 때 변동성이 더 크다"면서 "달러 강세 압력이 거세질 때 달러-원이 다른 통화에 비해 크게 상승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T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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