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특단의 대책 마련하라" 특별지시에 대책 마련 분주

(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금융·통신업계를 '공공재'로 규정하고 서민 경제의 고통 분담 요구와 함께 과점 해소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주문하면서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미션' 달성을 두고 때아닌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23일 정부 및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와 과기부는 윤 대통령이 핵심 개혁 대상으로 은행과 통신업을 거론한 지 일주일 만에 부랴부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첫 회의를 열고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지난 15일 제13차 비상경제민생안정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금융·통신업계의 과점체제를 개선할 방안을 찾으라고 지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앞서 13일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은행의 고금리 문제를 지적하며 "은행의 돈 잔치로 인해 국민들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금융위는 대책을 마련하라"고 언급한 지 이틀 만에 통신업까지 끌어들인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21일에도 금융·통신 비용의 부담 경감 필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하며 "독과점 폐해를 줄이기 위해 실질적인 경쟁 시스템을 강화해나가야 한다"며 압박의 수위를 높였다.

윤 대통령의 발언 이후 금융위와 과기부는 발빠르게 움직였다.

윤 대통령의 지적은 금융과 통신업계의 진흥과 규제를 동시에 추진하는 두 부처에겐 어찌보면 질책과 독려의 이중적 메시지를 갖고 있다.

매는 금융이 먼저 맞았지만, 행동은 통신이 빨랐다.

과기부는 지난 20일 이동통신시장 경쟁촉진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TF 첫 회의를 열고 과점 구조 깨기 작업에 돌입했다.

이 자리에서 박윤규 과기부 2차관은 당장 다음달 중으로 시니어 요금제를 출시하겠다며 구체적인 계획도 내놨다.

금융위는 당초 23일 TF 첫 회의를 계획했다가 부랴부랴 하루 앞당겨 열었다.

정부 관계자는 "(대통령실에서) 두 부처의 일정을 보고받고 금융위도 최대한 앞당겨 진행하라는 재촉이 있었던 걸로 안다"고 귀띔했다.

이에 금융위도 "안전한 이자수익에만 안주하는 은행의 보수적인 영업행태를 과감히 개선해 나가겠다"며 6개 구체적 과제를 내놨다.

은행권 경쟁을 촉진하고, 금리 체계를 개선하는 동시에 금융회사의 성과급·퇴직금 등 보수 체계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금융사의 손실흡수 능력 제고, 비이자이익 비중 확대, 사회공헌 활성화 등도 포함했다.

같은날 과기부는 한 발 더 앞서 나갔다.

과기부는 LG유플러스가 최근 일반 요금제 대비 저렴한 온라인 요금제를 출시키로 한 것과 관련해 대통령이 지시한 '통신비 부담 완화'의 첫 번째 사례라고 언급하면서 "결합 할인을 적용할 경우 회선당 2천200∼6천600원 상당의 추가 할인 효과가 있다"고 홍보했다.

과기부는 SK텔레콤과 KT 등 다른 이동통신사들의 통신요금 인하 방안과 그 효과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소개하겠다는 방침이다.

과기부의 적극적 움직임에 금융위는 신경이 쓰이는 눈치다.

같은 시기 뭇매를 맞은 상황에서 뭘 하든 비교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대출 금리를 더 내려라 말아라 시장가격에 직접적으로 개입할 수도 없고, 하루아침에 5대 은행에 맞설 '메기'를 등장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다.

김소영 부위원장은 전일 TF 회의를 주재하면서 "이번 은행권에 대해 제기된 이슈들은 금융산업에 깊게 뿌리내린 관행에서 비롯된 만큼 금융권의 틀에 박힌 사고방식만으로는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새로운 시각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깨어있고 유연한 사고방식으로 개선방안을 찾아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은행들도 조급해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통신과) 동병상련을 느끼다가도 괜히 비교만 당해 상대방 유탄까지 맞아주는 꼴이 되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면서 "요즘엔 이동통신사들이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철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은행권이 10조 원 규모의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밝혔는데도 '속 빈 강정'이라는 비판만 받으니 다른 조치를 내놓아야 할 것 같아 고민이다"라면서 "어느 부처의 '정무적 감각이 더 뛰어난가'에 달려있는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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