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최근 환율 급등을 두고 원화 강세의 조정일 수 있다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발언이 우려를 사고 있다. 환율 쏠림을 부추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2023.2.23 [사진공동취재단]


27일 외신에 따르면 이창용 총재는 지난 24일 인터뷰에서 "작년 12월부터 올 1월까지 데이터를 보면 원화가 가장 많이 절상된 통화였다"면서 "지금은 (이에 따른) 소폭 조정과 같은 움직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현 수준의 환율이 편하다는 의미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전날(23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은 아마 주요국 중 처음이었을 것이다. 이때 환율이 움직일까 봐 약간 걱정한 부분이 있었는데 환율이 상당히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현재로서는 환율의 주된 동력이 한국은행의 결정에 달린 것이 아니라 향후 미국의 통화정책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라는 점을 보여준다"면서 "매우 해결하기 복잡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어 "환율에 있어 특정 레벨을 목표하지는 않지만, 변동성이 매우 크거나 투자 심리가 극단으로 치우친다면 이를 고칠 방안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용 총재의 발언은 원칙론에 가까웠지만, 발언 시점에 대해서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달러-원이 1,300원대에 재진입하며 외환당국이 시장 안정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탓이다.

외환당국은 이창용 총재 발언에 일주일 앞선 지난 17일 "환율 움직임이 과도한 것 같다. 조금 쏠림이 있는 것 같다"고 구두 개입에 나섰다. 외환 당국이 구두 개입에 나선 것은 지난해 9월 중순 이후 다섯 달만이었다.

당국은 구두 개입 이후 달러 매도 실개입을 통해 외환시장 쏠림을 완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쏠림'을 완화하려고 분투하는 외환당국과 '조정'일 수 있다는 총재 발언이 상충한 셈이다.

이창용 총재가 외환당국과 엇박자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4월 취임 이후 처음으로 실시한 기자간담회에서는 원화 절하 폭이 크지 않다는 발언을 내놨다. 또 미국 금리 인상 등으로 향후 원화가 더 절하될 수 있다는 견해도 밝혔다.

당시 달러-원은 1,250원 선을 상향 돌파했다. 외환 당국은 시장 안정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당국이 공식 구두 개입을 단행한 지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으며 달러 매도 실개입도 나오고 있었다.

이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긴축 우려가 심화하면서 달러-원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400원대에 진입했다.

원화 약세가 조정일 수 있다는 외신을 통한 발언은 역외 매수세를 강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달러-원 흐름을 보면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의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지난 22일 외환당국이 긴급으로 소집한 시장 상황 점검 회의에서도 역외 NDF 시장을 중점으로 점검했다.

역외 시장 참가자들의 달러 매수세가 강하다고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한 외환시장 참가자는 "시장에서는 결국 외환당국의 기조에 집중할 것"이라면서도 "원화 약세가 조정일 수도 있다는 발언은 당국의 '쏠림' 발언과는 상충할 수 있다"고 말했다.


ks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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