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징계 내규에 따라 2년 연속 성과급 유보
"모든 책임은 내가"…진옥동 부담 덜어주기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고도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한 책임으로 5억 원에 가까운 성과급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는 23일 정기주주총회를 끝으로 물러나는 조 회장은 사모펀드 사태에 대한 총괄적인 책임을 지고 용퇴하는 점을 재차 강조하며, 진옥동 회장 내정자의 부담을 최대한 덜어주려는 '덕장(德將)'의 모습을 끝까지 남겼다.

◇라임 징계 미확정에…2년 연속 '제로 성과급'

8일 신한금융이 공개한 제22기 주주총회 안건 설명자료에 따르면 조 회장은 지난해 8억5천100만 원의 보수를 받았다. 이는 기본급과 활동수당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연간 성과급은 0원이었다.

신한금융은 조 회장이 지난해 받아야 했을 연간 성과급 4억8천800만원에 대해 지급을 보류 중이다.

연간 성과급은 회사의 목표 달성 수준, 절대수익 규모, 성과평가 등급을 반영해 산정하고, 다음 년도에 지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2021년 성과에 대한 대가로, 지난해 지급됐어야 했지만 라임 사태와 관련해 금융당국의 징계 절차가 진행된 이후 내규에 따라 지급을 유보하고 있는 것이라고 신한금융 측은 설명했다.

조 회장은 2021년 라임펀드 불완전판매 등에 대한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경징계인 '주의' 처분을 받았다.

이후 금융위의 징계 최종 결정이 미뤄지면서 2년 연속 성과급을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있다.

2021년 성과급 유보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지난해와 비슷한 약 4억5천~5억원으로 추정된다.

라임펀드 관련 징계 확정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10억원에 달하는 성과급을 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진옥동 회장 내정자도 조 회장과 같은 시기에 신한은행장으로 재직하면서 경징계인 '주의적 경고'를 받은 뒤 은행장 성과급이 전액 유보된 상태다.

아울러, 신한금융은 2021년부터 회사의 리스크 관리 전략과제 평가 점수가 부진한 경우 연간 성과급 금액을 차감할 수 있도록 보수체계를 개편했다.

향후 이사회 및 보수위원회의 논의에 따라 연간 성과급 전액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진옥동, 회장 적임자" 이례적 강조…라임 부담 덜어줘

신한금융은 이번 주총에서 회장직에 오르는 진 내정자의 신한은행장 시절 라임펀드 사태 해결 노력을 강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주총 안건 설명자료에서 라임펀드 관련 사항을 14페이지에 걸쳐 정리하면서 진 내정자와 라임펀드의 연결고리를 끊어내는 데 대부분을 할애했다.

신한금융이 특정 이슈를 비중있게 다루며 최고경영자(CEO) 선임의 정당성을 언급하고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진 행장이 선제적으로 판매 중단 지시를 내린 점과 재발장지를 위한 은행 차원의 내부통제 시스템을 강화하고, KPI 제도 개선 및 선제적 피해 보상을 실시한 점을 언급하며 사태해결에 중대한 기여를 했다고 평가했다.

또 신한금융은 진 내정자가 신한은행장으로 재직하던 시절과 라임펀드 판매 기간이 겹치는 시기가 불과 4개월에 불과했다는 점, 금감원으로부터 받은 '주의적 경고' 제재가 임원 결격 사유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도 강조했다.

특히 신한금융은 진 내정자를 부각하기 위해 우리은행을 'A은행'으로 표현하면서 비교하기도 했다.

신한금융은 라임펀드 판매 금액이 A은행(3천500억원)보다 적은 2천700억원이고, 판매기간도 4개월에 불과하지만 A은행은 2년여에 걸쳐 장기간 이뤄졌다고 적시했다.

당시 행장이었던 진 내정자와 펀드 판매가 겹치는 시기는 2019년 4월~8월로 짧지만, 우리은행의 경우 당시 행장의 재직기간과 판매기간의 중복시기가 약 16개월에 달한다고 언급했다.

또 "신한은행이 판매한 라임펀드는 A은행과 다르게 2중의 안전장치가 되어있고, 상품 만기와 기초자산 만기가 동일해 상품 설계 자체가 A은행과 다르게 고객 입장에서 안정적인 구조"라고 설명했다.

신한금융은 조 회장이 사모펀드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용퇴를 결정했다며 실질적으로 '종결된 사건'임을 강조했다.

진 내정자가 회장직에 오르는 시점에서 라임 사태의 흔적이 남아 경영을 해나가는 데 걸림돌이 되는 것을 막아주려는 조 회장의 의지로 보인다.

신한금융은 "라임사태에 대한 책임을 그룹 경영을 총괄하는 대표이사 회장에게 책임을 부담하는 것은 몰라도 당시 재직기간이 불과 4개월 정도 중복된다는 이유로 진 내정자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조 회장은 지난 연말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에서 사모펀드 사태를 책임지겠다며 깜짝 용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가장 가슴이 아픈 것은 (사모펀드 사태로) 우리 고객들이 피해를 많이 본 것"이라며 "개인적으로 생각해 보면 제재심에서 주의를 받았지만, 누군가는 이런 것을 총괄적으로 책임을 지고 정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조 회장이 이번 주총에서 진 내정자에게 자리를 물려주면서 라임 사태로 조직이 발목 잡히는 상황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최대한 짐을 안고 가려는 모습"이라며 "진 내정자가 새롭게 시작할 수 있도록 부담을 덜어주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신한금융 제22기 주주총회 안건 설명자료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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