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우리·BNK 등 금융지주 회장 및 행장 공식 취임…메시지 주목
돈잔치 비판에 주주환원 확대…금융당국 눈치 속 '표대결'도 벌여
무늬만 사외이사 교체…지배구조 개선 적극 나서야 지적도

(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국내 4대 금융지주의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시작됐다.

올해는 금융지주 회장 및 사외이사 교체, 행동주의 펀드를 필두로 한 배당 확대 압박 등이 주요 이슈가 될 전망이다.

최근 고금리 국면에서 사상 최대 이익을 거든 은행권에 대한 비판이 거센 가운데 주총에서 새롭게 취임하는 금융지주 회장들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로 금융당국이 금융 시스템 전반에 대한 개혁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회장들이 정부의 요구에 어떻게 응답할지에도 주주들은 주목하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국면에서 새로운 수장들은 취임과 동시에 경영 능력을 검증받을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진옥동·임종룡 차기 회장 마지막 관문…경영철학 밝힌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17일 BNK금융지주 시작으로 23일 신한금융, 24일 KB·우리·하나금융, 30일 JB금융지주 등이 올해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이번 주총은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의 첫 데뷔 무대기도 하다.

신한금융과 우리금융, BNK금융은 각각 진옥동·임종룡·빈대인 내정자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이 의안으로 상정돼 있다.

이들은 앞서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임원추천위원회 등을 통해 차기 회장 단독 후보로 추천됐다.

마지막 관문인 주총에서 안건이 통과하면 차기 회장으로서 공식 임기를 시작한다.

NH농협금융도 이달 중 열릴 주총에서 이석준 회장과 이석용 농협은행장이 새 수장으로서 주주들 앞에 공식 데뷔한다.

신한과 하나금융은 올 초 취임한 정상혁 신한은행장과 이승열 하나은행장을 각각 금융지주의 기타비상무이사와 비상임이사로 올리는 안건도 처리할 예정이다.

주요 금융지주 회장과 행장이 한 번에 바뀌는 건 다소 이례적이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연임에 도전했던 회장들이 줄줄이 낙마하면서 예상보다 교체 폭이 커졌다.

이 과정에서 관치 논란이 불거지는 등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과정을 거쳐 선임된 만큼 신임 회장들이 던지는 첫 메시지도 더욱 주목된다.

특히 대통령이 은행을 '공공재'로 규제하며 은행 개혁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나선 이후 금융수장들이 처음으로 주주들에게 경영 방침을 밝히는 자리로 그 어느 때보다 발언에 이목이 쏠린다.

금융당국은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는 은행권 경쟁 촉진·보수체계 개선 등 7가지 주제로 오는 6월 말까지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인데, 각각의 이슈가 주총 안건들과도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배당성향 일제히 상향…JB, 주총 표대결 불가피

금융권 개혁의 불씨가 된 '이자 장사'와 거액 성과급과 관련 주주들을 달랠만한 주주환원 확대 여부도 그중 하나다.

지난해 KB·신한금융에 이어 올해 주총에선 하나·우리금융이 분기 배당을 위한 정관 변경에 나선다.

금융지주들은 최대 실적을 바탕으로 배당 성향도 일제히 높였다.

KB금융은 3천억 원 규모 자사주를 매입 소각을 의결하며 총주주환원율을 전넌대비 7%포인트(P) 높인 33%로 결정했고, 신한금융도 올해 상반기와 하반기 각각 자사주 1천500억 원 규모를 소각하기로 하면서 총주주환원율을 30%로 맞췄다.

하나금융은 배당성향을 전년보다 1%포인트 높인 27%로 결정하고 연내 1천500억 원 규모 자사주를 매입·소각하기로 했다.

다만, 주주 요구와 달리 금융당국이 건전성을 우려해 배당 확대에 부정적인 점은 부담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배당을 많이 하려면 위험가중자산 비중을 낮춰야 하므로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에 중·저 신용자에 대한 신용 공여가 불가능해진다"면서 중장기적인 성장 문제를 우려해 배당 확대 자제를 당부한 바 있다.

실제로 JB금융은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가 요구한 주당 배당 900원이 과도하다고 평가하고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오는 주총에서는 이를 둘러싼 표 대결이 벌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사외이사 교체 서두른다지만…거수기 논란 여전

금융권에 대한 지배구조 개선 요구가 거세지면서 금융지주들은 이번 주총에서 사외이사 물갈이에도 나선다.

4대 금융지주에서만 사외이사 약 85%(28명)가 임기가 만료되는 가운데 재임 기간이 오래된 인물을 중심으로 교체폭을 넓혔다.

KB금융은 이번 주총에서 임기가 끝나는 사외이사 6명 가운데 재임기간 5년을 꽉 채운 3명의 사외이사를 바꿨고, 우리금융 역시 재임기간이 긴 노성태·박상용·장동우 사외이사가 퇴임했다.

윤 대통령이 주인 없는 회사의 지배구조 선진화 필요성을 언급한 데 이어 금융당국이 지배구조 개선의 첫 단추로 이사회 독립성 강화 요구에 나서자 선제적으로 사외이사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선임 후보에 오른 사외이사 25명 중 18명(72%)은 현직 이사여서 실질적인 변화가 미미한데다, 신규 선임되는 사외이사들 또한 친정부 성향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대다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신한금융은 12명의 사외이사 중 퇴임한 3명과 잔여임기가 남은 1명을 제외하고 8명의 사외이사가 모두 연임 대상이다. 하나금융은 8명 중 6명의 기존 사외이사가 재추천됐다.

KB금융의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된 김성용 성균관대 법학전문학대학원 교수는 금융위증권선물위원회 비상임위원,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 위원 등을 지내며 정부 일을 많이 한 경험이 있다.

하나금융의 원숙연·이준서 신임 사외이사 후보 역시 현 정부에서 직을 갖고 활발히 활동했던 인물들이다.

금융지주가 사외이사의 연임을 대거 추진하는 것에 대해 세계 최대 의결권자문사인 ISS도 반대 권고 의견을 낸 상태다.

금융당국은 사외이사들은 금융사 경영진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고 사실상 거수기 역할을 하며 최고경영자(CEO)와 유착됐다고 보고 있다.

또 사외이사들이 이사회나 각종 위원회에 한 차례 참석할 때마다 100만원 가량의 수당을 받는 등 연간 1억원이 넘는 보수를 챙기면서도 감시나 견제 장치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지배구조 개선에 나선 상황에서 금융지주들의 변화가 아직까지는 미미하다는 평가"라면서 "이번 주총을 계기로 금융지주들이 얼마나 변화에 적극적으로 나설지가 향후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4대 금융지주 로고.
[각 금융지주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hjlee@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0시 10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