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지난해 말부터 '발행 최소화' 기조를 지속해 온 KB국민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시중 은행이 발행하는 은행채가 최근 '순발행'으로 전환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이 은행채 발행한도를 만기물량을 소폭 상회할 수 있게 허용하면서 미뤄뒀던 자금조달에 나서는 은행들이 늘고 있어서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이달 초 은행채 발행한도를 만기보유 물량의 125%로 완화하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은행권에 전달했다.

가이드라인 변화로 은행권의 자금조달 행보에도 즉각적인 변화가 나타나는 모양새다.

가장 적극적으로 은행채를 늘리고 있는 곳은 국민은행이다.

이달 초부터 전날까지 총 5천300억원의 은행채 만기를 맞았던 국민은행은 같은기간 총 1조1천100억원을 발행했다.

만기도래 물량과 견주면 5천800억원 수준의 '순발행'에 나선 셈이다.

이날 만기를 맞는 4천억원을 상환한다고 가정하더라도 3월 전체로 1천800억원의 '순발행'이다.

국민은행의 경우 만기물량에 125%가 1조1천600억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500억원 가량의 추가 발행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하나은행 또한 이달 초부터 전날까지 총 7천400억원의 은행채를 찍었다. 같은기간 만기도래 물량이 3천900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3천500억원을 추가로 발행한 셈이다.

이달 말까지 4천200억원 규모의 추가 만기물량이 남은 점을 고려하면 하나은행 또한 추가 은행채 발행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은행권 관계자는 "신한과 우리은행의 경우 그간의 기조대로 만기물량을 하회하는 수준에서 은행채를 찍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만, 채권시장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는 판단 하에 당국이 가이드라인 완화에 나선 만큼 조만간 발행 규모 정상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앞서 국내 은행권은 레고랜드 사태가 발생했던 지난해 10월 중순부터 두 달간은 은행채 발행을 사실상 중단하는 조처를 했다.

국민은행은 시장안정 방안이 나왔던 지난해 10월 총 4천400억원의 은행채를 순상환했다.

이러한 기조는 11월에도 이어졌다. 국민은행은 8천억원 규모의 만기도래 은행채에 대해서도 별도의 차환 작업을 진행하지 않았다.

은행채가 채권시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했던 점을 고려해 내부보유 현금 등을 활용한 상환 작업을 진행한 셈이다.

은행채 발행 '숨통'이 다시 트인 것은 지난해 12월 중순부터다.

당초 금융당국은 공모 은행채가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가능성이 여전하다고 보고 사모 은행채를 허용하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담합 등의 리걸 이슈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에 공모 발행을 다시 허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제한은 있었다.

당시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올해 1분기까지는 만기보유 물량을 한도로 은행채의 자율적 발행을 허용하겠다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전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근 채권시장 여건이 나쁘지 않으니 천천히 정상화를 해보자는 차원에서 만기물량을 넘는 수준의 은행채 발행에 대해서도 허용하기로 한 것"이라며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등으로 긴장감은 커졌지만 국내 은행채 발행 여건은 아직까진 나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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