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기조 속 은행 1분기에도 '이자이익' 급증 전망
충당금 적립 확대로 순익 증가폭 줄이고 부실 대비

(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이수용 기자 = 올해 1분기 결산을 앞둔 은행들이 또다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할 가능성이 커지자 고민에 빠졌다.

지난해 고금리를 틈타 이자장사로 돈잔치를 벌였다는 뭇매를 맞고, 금융당국 주도로 대대적인 은행 개혁 작업이 진행중인 상황에서 또다시 타깃이 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특히 최근 이자감면 등을 통해 수천억원에 달하는 상생금융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이런 노력조차도 무색해질까 우려하고 있다.

일부 은행은 중·저신용자를 중심으로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는만큼 순익이 줄더라도 충당금을 추가로 적립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정부 압박에도 은행 예대마진 ↑…최대 이익 전망

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주요 금융지주들이 1분기(1~3월) 실적을 가집계한 결과 전년 동기 대비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1분기에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최대 계열사인 은행이 호실적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대출금리가 상승한 영향으로 이자이익이 불어났다.

최근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압박 등으로 대출금리 상승세가 꺾이긴 했지만,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예대마진)가 더 확대된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증권·보험·캐피탈 등 비은행 실적이 부진해 그룹 전체로 보면 실적이 좋지 않지만, 은행이 1분기 최대 실적을 내면서 이를 상쇄시킬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특히 순이자마진(NIM)이 전년 대비 상승하고 비이자이익 부분도 좋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저원가성 예금이 정기예금으로 이동하면서 줄어든데다, 예금금리가 전년대비 상승하는 등 자금조달 비용이 증가했지만, 대출금리도 그 이상으로 오르면서 마진을 늘려 실적을 방어했다는 설명이다.

4대 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는 연 3.660∼5.856% 수준이다. 같은 기간 이들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연 3.40∼3.50% 수준으로 대출금리보다 낮다.

은행들은 사상 최대 실적이 기대되는 상황에서도 마냥 웃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월 "은행 고금리로 국민들 고통이 크다"며 은행들의 이자장사를 비판한 것을 시작으로 금융당국이 은행의 영업관행 개선 작업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또 다시 최대 이익을 낼 경우 은행의 과점체제 허물기와 상생금융 압박 등의 강도가 더욱 세질 수 있다.

금융당국은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오는 6월 중 5대 은행 중심의 과점체제 해소를 위한 은행 영업관행 개선안을 발표할 예정인데, 이 결과물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 최대 실적을 내는 게 좋을 게 하나도 없다"면서 "지난해 보다 대내외적 영업 환경이 좋지 않고, 더욱이 하반기에는 급격히 나빠질 가능성도 있어 이에 대한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호실적 속 고개 드는 연체율…"충당금 적립이 관건"

최대 실적 '뭇매'에 대한 두려움과 경기 둔화 우려가 지속하면서 은행들은 올해 1분기부터 충당금을 추가로 적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작년 대규모로 충당금을 적립했고 아직 연체율 자체도 낮은 수준이지만, 연체율이 상승 기조에 놓였고 경기 불확실성도 커지면서 추가 자본 버퍼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앞서 신한은행은 지난해 3천160억원의 충당금을 추가로 쌓았고, 국민은행은 4천219억원,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3천억원, 2천600억원 규모의 충당금을 적립했다.

금리가 상승하면서 은행들의 순익도 늘어났지만, 그와 동시에 연체율 지표도 같이 오르고 있다.

지난해 신한은행의 총대출채권 연체율(계절조정)은 0.25%로 전년 대비 0.01%p 상승했다. 국민은행도 계절조정 기준 총대출채권 연체율은 0.18%로 전년보다 0.02%p 올랐다.

하나은행에서는 기업대출 연체율이 전년보다 0.1% 올랐고, 우리은행도 가계대출 연체율이 0.08% 상승했다.

연체율 증가 폭은 당장 높은 수준은 아니다.

다만, 과거와 다르게 고금리 상황이 지속할 수 있는 환경에서 은행들은 대출이 빠르게 부실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최근 은행권에서 개인 및 소상공인, 중소기업 등 취약 차주를 지원하는 것 또한 회복할 수 있는 차주를 돕는다는 차원에서 연체율 상승과 무관하지 않다.

이에 금융당국에서는 경기 불확실성에 대비해 은행권이 충분한 손실 흡수능력을 확보하도록 주문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연체율이 임계치에 있는 경우는 있을 수 있다"며 "연체율이 조금씩 높아지는 점을 주시하면서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의 충당금을 쌓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연체율이나 자산건전성 지표는 작년 1분기보다 부진할 것"이라며 "올해는 은행들이 충당금을 얼마나 쌓느냐에 따라 실적 추이가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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