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 회의가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외환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3일 서울외환시장 참가자는 두 중앙은행 모두 금리를 25bp 올릴 것으로 예상하면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성명문과 ECB 행보에 주목했다.

FOMC 성명문에서 '추가 긴축'이라는 단어가 빠진다면 달러-원도 그간의 상승을 되돌리고 급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여기에 ECB가 매파적 기조를 지속한다면, 글로벌 달러 약세 동력도 강해질 것으로 점쳐진다.

미국과 유럽 기준금리
연합인포맥스 매크로차트(화면번호 8888)



◇연준 25bp 금리 인상은 가격에 선반영…성명문 주시

이달 미국 FOMC는 미국 시간으로 2~3일 열린다. 한국 시간으로는 4일 아침에 결과가 공개된다.

연준은 기준금리를 5.00~5.25%로 25bp 올릴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연준이 금리를 25bp 올리게 되면 한국과의 금리 역전 폭은 1.75%P(포인트)로 역대 최대 수준으로 커진다.

이에 일각에서는 자본 유출 우려도 나오지만,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연준의 25bp 금리 인상이 가격에 선반영됐다고 진단했다.

A은행의 외환 딜러는 "한미 금리차가 1.75%P로 벌어진다고 해서 달러-원이 추가 상승할 것으로 보긴 어렵다"라면서 "한은의 금리 동결과 연준의 25bp 금리 인상은 가격에 이미 반영됐다"라고 진단했다.

시장에서는 연준의 금리 인상 종료가 명시될지 주목한다.

연준은 지난 3월 FOMC에서 최종 금리를 5.1% 수준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번 회의에서 25bp 금리를 올린 뒤 연말까지 동결하는 경로로 예상된다.

연준이 이번 FOMC에서 추가 금리 인상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 달러-원도 내림세로 전환할 수 있다.

B은행의 외환 딜러는 "지난 FOMC 성명문에서 단어를 비둘기파적으로 수정한 이후 달러-원이 큰 폭으로 내렸다"라면서 "연준이 이번 성명문에서 추가 긴축에 대한 우려를 지운다면 달러-원 상승세가 꺾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 3월 FOMC 성명문에서는 '계속된 금리 인상'이라는 단어를 '약간의 추가적인 긴축'으로 단어로 수정했다.

이후 달러-원은 30원 가까이 급락했다.


◇ECB 통화정책도 변수…매파냐 덜 매파냐

한국시간으로 같은 날 밤에 진행되는 ECB 통화정책 회의도 주목해야 한다.

ECB는 연준보다 더 매파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유로존의 물가 상승 압력이 아직 높아서다.

유로존의 물가 상승세는 지난해 10월 10.6% 상승을 고점으로 내림세로 돌아섰지만, ECB의 목표치인 2%에는 아직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다.

4월 CPI 예비치는 전년 대비 7.0% 상승으로 3월의 6.9%의 상승에서 반등하기도 했다.

근원 물가 상승세도 전년 대비 5.6% 올라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전월 대비로는 1% 상승하는 등 물가 상승 압력이 거세다.

ECB가 비둘기파적 메시지를 내면 인플레가 굳어질 수 있는 여건이다.

유로존 헤드라인 물가와 근원 물가 상승률(전년비)
연합인포맥스 매크로차트(화면번호 8888)


유로존과 미국의 헤드라인 물가 상승률
연합인포맥스 매크로차트(화면번호 8888)


그런 만큼 시장에서는 매파 ECB와 그로 인한 유로화 강세 가능성을 점쳤다.

C은행의 외환 딜러는 "연내 연준 금리 인하 기대는 나오지만, ECB는 그렇지 않다"라며 "금융 불안도 미국 은행권에서만 지속되고 있다. 유럽에서는 이전부터 부실했던 크레디트스위스를 제외하면 탄탄한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로존이 이번 인상을 포함해 두 차례 추가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연준과의 금리차가 줄어들며 유로화 강세가 이어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매파 ECB는 가격에 반영돼있다는 시각도 있다.

ECB의 추가 인상은 이미 유로-달러 환율에 반영됐고 부진한 유로존 경기로 인해 유로화의 추가 강세는 어려울 것이란 의견이다.

유로존의 1분기 경제 성장률은 0.1%에 그쳤다. 직전분기 0.1% 역성장에서는 반등했지만, 침체를 가까스로 면했다.

4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35개월 만에 최저치로 악화하는 등 전반적인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

D은행의 외환 딜러는 "유로-달러 환율이 1.1달러까지 오른 것은 매파 ECB를 선반영한 것일 수 있다. 25bp 추가 인상까지는 반영이 됐을 것"이라면서 "유럽 물가 상승세가 높긴 하지만, 부진한 경기를 고려하면 예상보다 매파적이지 않을 가능성도 대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유로화 강세에도 달러-원에는 영향이 제한될 것이라는 시각도 나왔다.

B은행의 외환 딜러는 "최근 유로화 강세에도 원화는 동조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위험 회피 심리가 고조되며 이머징 통화는 강세를 보이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는 "매파 ECB로 유로화가 추가 강세를 보이더라도 달러-원은 영향이 제한될 수 있다"라며 "달러-원이 내리려면 ECB 기조보다는 연준의 행보가 더 중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kslee2@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09시 01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