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환손실 전년동기比 28.4% ↑
한미 금리격차·무역수지 적자 등 환율상승 압박 여전

(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올해 들어 달러-원 환율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하나금융그룹이 400억원이 넘는 외화환산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상수지 적자 속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가 역대 최대 수준으로 벌어진 상황에서 환율 흐름이 올해 하나금융 실적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올 1분기 440억원의 환손실을 인식했다.

전년 동기(315억원)보다 28.4% 증가한 것으로 지난해 환손실(915억원)의 절반에 가까운 수준이다.

외환산손실은 외화로 가지고 있는 자산이나 부채를 원화로 환산할 때 발생하는 회계상의 이익과 손실이다. 환율이 오르면 외화부채의 평가액이 외화자산보다 늘어나 환차손이 발생할 수 있다.

하나금융인 지난 2015년 하나은행과 외환은행과 합병하면서 외화자산·부채가 많이 늘어났다. 때문에다른은행보다 환율 움직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하나금융이 1분기 환손실이 발생한 이유도 환율 상승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으로 지난해 11월 1,400원대까지 올랐던 달러-원 환율은 2월 초 1,220원대까지 내려갔다가 미국의 긴축 공포와 실리콘밸리은행(SVB) 은행 파산 등으로 변동성이 확대되며 1,300원대로 올라섰다.

2분기에도 상황은 좋지 않다.

미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의 위기설 등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심리 확산에다, 무역수지 적자 등이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며 1,340원대를 찍고 연고점을 돌파하기도 했다.

지난 3일 연준이 또 베이비 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밟으면서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가 역대 최대 수준인 1.75%포인트(p)까지 벌어졌고, 한국경제의 기초체력을 나타내는 경상수지도 적자로 돌아선 상황도 향후 환율 불안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원화는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가 아니라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가 커지면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 외국인 투자 자금이 대규모 유출될 경우 원화 가치는 더욱 하락하게 된다.

이 경우 달러-원 환율이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당시 수준인 1,400원대를 다시 찍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 경우 하나은행의 환산손실도 그만큼 늘어나 분기 최대 800억~900억원 안팎의 환차손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연준의 금리 인상 마무리 시사로 환율이 안정세로 돌아설 것이란 기대감도 상존하고 있다.

이창용 총재는 지난 3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거버너 세미나에서 "선진국의 긴축 사이클은 종료에 가까워지고 있다"면서 " 미국 금리 인상 속도가 예전만큼 높지 않을 것 같아서 환율 압박은 작년보다는 훨씬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도 전년보다 환율 사정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환손실에 따른 기저효과로 올해 매매평가이익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면서 "외화채 발행 등으로 환노출 규모를 지속적으로 줄여나가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지난 2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모습.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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