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흡수능력 쌓아라"…하반기 '자본확충 3종세트' 본격화
이창환 "주주환원 '감동적'…건전성 중심 감독 방향도 동의"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주주환원'과 '자본확충'을 두고 국내 주요 금융지주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행동주의펀드의 요구를 계기로 국내 은행권의 주주환원 행보에 드라이브가 걸렸지만, 실리콘밸리은행(SVB)·크레디트스위스(CS) 사태 등으로 위기 대응 차원의 자본확충 압박도 거세지고 있어서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 등 주요 금융지주들은 올해 1분기에 앞서 약속한 주주환원 계획의 대부분을 이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금융은 지난 1분기 중 자사주 소각 1천366억원을 단행한 데 이어, 2분기에도 1천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결의했다.

앞서 KB금융은 3천억원, 하나금융은 1천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 작업을 진행했다.

아울러 우리금융 또한 1천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분기 배당 기조 또한 속도를 내고 있다.

하나금융이 지난 2005년 지주사 설립 이후 처음으로 분기 배당을 실시한 데 이어, KB금융과 신한금융 또한 주당 510원, 525원의 분기 배당에 나섰다.

금융권에선 조만간 우리금융 또한 분기 배당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 금융지주의 최고경영자(CEO)들은 주주환원 정책을 내세워 해외투자자와의 접점도 늘리고 있다.

윤종규 KB금융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함께 이날부터 12일까지 싱가포르 등에서 해외 기업설명회(IR)를 진행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초 금감원에서 일정을 짤 당시 신한과 우리금융은 CEO 교체기였던 만큼 이번 일정에 동행하지는 못했다"며 "신한과 우리 또한 CEO들이 주가 부양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피력하고 있는 만큼, 각 사별 전략을 만들어 조만간 투자자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은행권의 주주환원 확대 요구의 '신호탄'을 쐈던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는 최근 주요 금융지주의 행보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는 연합인포맥스와의 통화에서 "(이번에 금융지주들이 이행한 주주환원 행보에 대해) 감동했다"고 호평했다.

은행을 둘러싼 경영환경이 급변하면서 제약이 커진 상황에서도 주주환원 계획을 충실히 이행한 것이 놀라웠다는 게 이 대표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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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최근의 주주가치 제고 행보가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나온다.

최근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대한 자본 비율 규제 강화를 추진 중이다.

SVB 사태와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은행이 불확실성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금융당국은 올해 하반기부터 경기대응완충자본(CCyb) 부과와 스트레스완충자본, 특별대손준비금 등 '자본확충 3종세트'를 도입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이는 주주환원에 앞서 충분한 손실흡수능력을 선제적으로 담보하라는 의미다.

은행권 안팎에서는 최근 은행권을 둘러싼 불안 요인들을 고려할 때 선제적 손실흡수능력 확충이 필요하다는 논리에는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이창환 대표도 "금리가 높고 경기 불확실성이 큰 만큼 손실흡수능력을 제고하라는 금융당국의 방향성엔 동의하고 있다"며 "은행이 문제가 생기면 주주환원은 아예 없게 된다. 보수적으로 건전성을 유지하라는 국내 감독당국의 방향성이 오히려 은행들의 건전성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추가 자본 적립 의무화가 본격화하면 배당 가능 이익 감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고금리 기조로 연체율 등 건전성 지표가 악화할 경우 주주환원 행보에 추가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올해 1분기에 각 지주들이 충당금 적립액을 일제히 2배로 늘린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이태경 신한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27일 실적발표 직후 진행된 콘퍼런스콜에서 분기별로 자사주 매입·소각이 가능한지에 대해 "기본적으로 경기 불확실성 해소 여부와 감독당국의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규제 변화 등을 살펴야 한다"며 "자사주 매입은 계속해서 분기별로 검토하겠지만, 향후 규제당국에 어느 정도로 발맞추느냐에 따라 유동적이다"고 전했다.

발언하는 이복현 금감원장
(서울=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31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금융당국-금융지주회장 간담회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2023.3.31 ham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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