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


(서울=연합인포맥스) 김학성 기자 =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의 핵심 포트폴리오 기업인 PI첨단소재의 실적이 날로 악화하고 있다.

이에 글랜우드PE 입장에선 지난해 베어링PEA(현 BPEA EQT)로의 매각 불발이 더 아쉬워지는 모양새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PI첨단소재는 전날 올해 1분기 117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42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 줄었다.

PI첨단소재가 분기 영업적자를 낸 건 분기별 실적을 확인할 수 있는 2015년 이후 처음이다.

PI첨단소재는 전신인 SKC코오롱PI가 설립된 해인 2008년을 제외하면 한 번도 연간 영업적자를 낸 적이 없다.

지난 1분기 실적은 시장 전망치에도 못 미친다.

연합인포맥스가 지난 2월 이후 실적 전망을 제시한 주요 증권사를 대상으로 컨센서스를 실시한 결과, PI첨단소재의 올해 1분기 영업손실 전망치는 45억원이었다.

PI첨단소재는 글로벌 전방산업의 수요 약세가 이어지며 매출이 줄었고, 재고수준 정상화를 위한 가동 조정과 일회성 비용이 손익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PI첨단소재의 실적이 둔화하자 최대주주인 글랜우드PE는 아쉬움을 삼키고 있다.

글랜우드PE는 지난해 말 기준 PI첨단소재의 지분 54%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지난 2020년 3월 6천69억원을 들여 SKC코오롱PI의 공동 최대주주인 SKC와 코오롱인더스트리로부터 경영권을 인수했다.

이후 글랜우드PE의 기업가치 제고 작업은 순조로웠다.

2019년 15%였던 PI첨단소재 영업이익률은 2년 만에 25%까지 올랐다.

매 분기 꾸준히 100억~2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주가도 우상향했다.

2020년 초 3만원대였던 주가는 2021년 8월 한때 6만4천100원까지 올랐다.

투자금 회수 적기가 찾아왔다고 판단한 글랜우드PE는 지난해 6월 베어링PEA를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당시 지분 54%의 거래대금은 1조2천750억원(주당 약 8만원)으로, 글랜우드PE는 PI첨단소재 인수 2년 만에 두 배가 넘는 가격으로 엑시트에 성공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같은 해 12월 베어링PEA는 선행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단 이유로 글랜우드PE에 SPA 해제를 통보했고, 올해 2월 정식으로 계약이 해제됐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SPA 체결 당시 5만원 안팎이던 PI첨단소재의 주가가 3만원대로 떨어지고 인수금융 금리가 급등한 영향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PI첨단소재 2020년 이후 주가


공교롭게도 PI첨단소재의 실적은 딜에서 파열음이 나며 나빠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1분기 783억원이던 매출은 이후 4분기 연속으로 감소했고, 지난해 2~3분기엔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적자로 돌아서기도 했다.

거래 파기의 책임을 놓고 글랜우드PE와 베어링PEA는 법정에서 맞붙는다.

글랜우드PE는 지난 3월 김앤장과 퀸엠마뉴엘을 법률 대리인으로 선임해 싱가포르국제중재센터(SIAC)에 베어링PEA가 위약벌 500억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어링PEA는 태평양과 허버트스미스프리힐즈를 선임해 맞설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단심제인 국제 중재 소송의 경우 건마다 다르긴 하지만 최종 판결까지 1년 정도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PI첨단소재는 글로벌 1위이자 국내에서 유일한 폴리이미드(PI) 필름 생산 업체다.

일반 플라스틱보다 강도와 열 안정성이 뛰어난 소재인 PI를 필름 형태로 만든 PI 필름은 모바일 기기와 디스플레이 패널, 전기차 등 다양한 제품에 쓰인다.

hskim@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08시 37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