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독려에 일부 은행 내달 상품 출시 목표
금리 하락기 매력도 떨어져…'타이밍 놓쳤다' 지적도

(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손지현 기자 = 이르면 다음달 시중은행에서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연동 신용대출 상품이 출시된다.

금융당국은 변동성이 낮은 코픽스를 신용대출의 준거 금리로 삼아 금리 상승기 금융 소비자들의 급격한 이자 상승 부담을 줄여주겠다며 상품 개발을 독려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상 행보가 사실상 멈추고 대출금리가 하락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이미 타이밍을 놓친 게 아니냐며 대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신용대출 금리 급등 막는다…상품설계 착수

22일 금융당국 및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들은 최근 코픽스를 준거 금리로 삼는 신용대출 상품 출시를 위한 내부 검토 작업에 착수했다.

은행의 여신·재무·상품기획 등 유관 부서가 모여 상품 개발 가능 여부를 포함해 상품 적용 범위 및 금리 수준 등을 폭넓게 살펴보고 있다.

금융당국은 상반기 내로 1~2개 관련 상품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일부 은행은 코픽스와 연동한 신용대출에 대해 적극 호응하면서 상품 출시가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몇몇 은행이 시장금리 변동리스크 완화를 위해 관련 상품을 출시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고, 점차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4대 은행의 일반 신용대출 상품 가운데 코픽스를 기준금리로 삼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일부 은행에서 우량협약기업 임직원신용대출(PPL)과 신차 구입을 위한 자동차대출 등에 코픽스를 준거금리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해놨을 뿐 일반 신용대출 상품은 대부분 은행채와 양도성예금증서(CD) 등 1년 만기 단기시장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매일 시장금리에 연동돼 바뀌는 금융채와 달리 코픽스는 금리가 시장 상황을 시차를 두고 반영하는 만큼 금융채 등 시장금리에 비해 변동성이 작다.

금융당국은 최근처럼 시장금리가 급등하는 상황에서는 코픽스 연동 대출상품이 시장금리 변동리스크를 완화해 금리 부담이 직결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금융당국은 지난 3일 열린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 개선 TF' 제 7차 실무작업반 회의에서 은행들에 코픽스 연동 신용대출 개발과 취급 확대를 제시한 바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신규 코픽스는 3%대 중반, 신잔액기준 코픽스는 3% 초반 수준으로 금융채 금리 대비 낮은 상황으로 소비자에게 금리 매력이 있다"면서 "이자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하나의 방안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 사실상 금리 인상 멈췄는데…코픽스 연동 신용대출 효과 있나

하지만 은행들 입장은 사뭇 다르다.

그동안 은행들이 코픽스를 주택담보대출이나 전세자금대출과 달리 신용대출의 준거금리로 삼지 않았던 것은 짧은 대출 기간과 관련이 있다.

신용대출은 기간이 1년 정도인 단기 대출인 경우가 많다 보니, 취급 당시의 금리가 중요하다.

코픽스는 매일 변화하는 시장 상황을 즉각 반영하지 못하다 보니 실제 조달비용과 괴리가 생길 수 있다. 은행 입장에서는 그만큼 취급 리스크가 커지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가산금리 산정 시 위험프리미엄이 높게 책정돼 기대만큼 금리 수준이 낮게 책정되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실제로 NH농협은행의 경우 이미 비대면 상품을 제외한 모든 신용대출 상품의 준거금리로 코픽스를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지만 소비자들이 찾지 않는 게 현실이다.

현재 농협은행에서 판매하고 있는 코픽스 적용 신용대출 비중은 극히 미미해 집계조차 안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행이 지난 2월과 4월에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사실상 추가 인상에 나서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금리 변동성이 적은 상품에 대한 선호도가 더욱 떨어지지 않겠냐고 은행들은 보고 있다.

이달 25일 열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3회 연속 동결이 이뤄지면 이제 시장의 관심은 본격적인 금리 인하 개시 시점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

이때에는 오히려 시장금리 하락분을 재빠르게 반영할 수 있는 변동성이 큰 상품이 유리할 수 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금까지 금리 상승기가 이어져 왔기 때문에 코픽스가 유리한 것처럼 보일 수 있는데, 금리 인하기에는 변동성이 작기 때문에 고객들이 많이 찾지 않을 것"이라며 "상품을 개발한다고 해도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적기가 아니라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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