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변하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서울=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3.5.22 toadboy@yna.co.kr


(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한종화 이규선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올해 물가상승률이 잠시 2%대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창용 총재는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당분간 2% 물가상승률은 어렵지 않느냐는 홍영표 의원의 질의에 "작년 중반기에 유가가 워낙 높았기 때문에, 잠시 2%(대)를 보일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연말까지) 3% 선으로 남아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앞으로 3%대까지는 계속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고도 했다.

한미 기준금리차 1.75%포인트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환율에 미치는 영향이 있을 수 있지만, 이미 몇 달 전부터 반영됐다"며 "미국 투자 포트폴리오 투자 성향을 바꾸는 데는 작용할 수 있다. 금리 수준이 높아 전 세계 금융시장 유동성에 변화를 받게 된 것이 우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답했다.

미국의 금리 추가 인상에 대해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높이지 않으리라는 것에 대한 합의는 아직은 없는 것 같다. 그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어 "미국이 금리를 낮추기 시작하거나 낮추겠다는 시그널을 명확히 주면 환율이 떨어질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중앙은행은 부인하고 있지만, 시장은 금리를 낮출 가능성이 올해 내에도 큰 것으로 판단하는 듯하다"고 덧붙였다.

관치금융이 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한은이 정책금리를 높였음에도 예금 금리나 대출금리 상승을 막았기에 통화정책이 효과가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지만, 아니라고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다"라고 답했다.

그는 "물가가 예상대로 떨어져 오고 있다는 것은 금리 상승이 효과를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통화정책 유효성은 유지되고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물가 안정 중심의 통화정책 운용을 지속하겠지만, 우리나라의 물가 안정 성과가 선진국 대비 가장 양호하다는 견해도 밝혔다.

그는 "(4월) 물가가 3.7%로 떨어졌고, 앞으로도 당분간 하향 트랜드일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금 물가 수준이 높아 물가 중심의 통화정책 운용을 지속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다른 어느 선진국에 비해서도 물가 안정면에서는 가장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최근 전기 및 가스요금 인상 조치는 소비자물가상승률(CPI)을 0.15~0.2%포인트가량 올리는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총재는 또 중국 리오프닝 기대 조정과 무역적자에 대한 인식이 이달 들어 시장 기대에 다 반영됐고 미국 금리 동결 기대로 환율 모멘텀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는 "2·3월에 달러화 절하에도 불구하고 원화가 절하된 것은 중국 경제가 빠르게 성장해서 한국이 수혜를 볼 거라는 생각에서 중국 경제 회복이 늦어지고 무역적자가 커진 것에 대한 조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이런 사정에 대한 시장 인식은 이달 들어 기대에 다 반영이 됐고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달부터 앞으로 (금리를) 더 올리지 않을 가능성을 시사함으로써 이제 모먼템이 바뀐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금리차도 영향을 주지만 중국 경제가 어떻게 될지, 그것에 따라 무역수지가 어떻게 될지에 따라 환율이 달러·위안화와 동조하지 않고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라며 "작년과는 좀 다른 상황이 올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환율에 관해서는 어떤 특정 수준이 우리 환율이 안정이라고 판단하는 데 근거가 되어서는 안 된다"면서도 "작년처럼 급속하게 환율이 변동하는 시간은 지났다는 면에서 안정이 됐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평상시에 우리 환율이 미국과 중국 환율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특정 시기, 미국의 (통화)정책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움직일 때는 같이 많이 움직인다"면서 "작년 하반기 미국이 금리를 75bp씩 연달아 올릴 때는 같이 갔다"고 부연했다.

이 총재는 이어 "(현재는)미국 금리 올리는 속도도 줄어들고, 중국도 코로나 이후 굉장히 빨리 성장하고, 위안화가 강세를 보일 것이란 생각도 시장에서 조정되면서 우리 환율이 다른 환율에 강하게 매달리는 데서 벗어난 정상화된 시기로 보면 된다"고 강조했다.

4천266억달러 규모의 한국 외환보유액은 적정한 규모로 평가됐다.

이 총재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집계하는 외환보유액 적정성 평가지수(ARA:Assessing Reserve Adequacy)가 2020년부터 3년째 100%에 미달하고 있다는 진선미 의원의 지적에 "보유액 적정성 평가지수에 관해서는 낮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지난해 외환순거래액 규모와 매매차익이 급속도로 커졌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평가손익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는 것이 외환보유액 자체가 2배 이상 커졌다. 거래량이 많아졌기에 개입을 하게 되면 평가손익도 비례해서 커지게 된다"고 답했다.

그는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이 40%에 육박한다는 지적에는 "다른 나라에 비해서는 안전한 편"이라며 "외환보유액을 단기외채보다 몇 배씩 가지고 있는 것은 보유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고 답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채무국이 아니라 채권국이다. 예전처럼 외채가 많아서 금융위기가 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또 외환보유액이 줄었어도 외환보유액을 활용해 환율 변동성을 줄이는 긍정적인 기여를 했다고 말했다.

중국 경제 회복의 긍정적인 영향은 우리나라에 아직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됐다.

이 총재는 '탈(脫)중국'이 중국으로의 수출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양기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중국 자체가 성장률이 내수적으로 회복되고 있다"며 "예상한 것만큼 긍정적인 효과를 아직까지 보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다만 "중국의 재고 수준이 줄어들고 하반기 중국 경제의 성장률이 빨라지면 이런 문제가 조금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중국 수출이 줄어드는 가장 큰 원인은 우리나라가 수출하는 중간재 상품을 중국 기업이 굉장히 많이 생산하기 시작해 우리나라의 경쟁력이 예전에 비해 많이 사라졌기 때문"이라며 "지난 십몇년간 중국 특수로 인해 얻은 많은 혜택이 이제는 사라
진 상태라고 보고 다시 한번 경쟁력을 강화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다른 지역·다른 상품의 수출은 그렇게 떨어지지 않았다"며 "(중국으로의 수출이 감소한 것은) 중국과의 경쟁 관계가 격화되는 상황이라는 것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의 부채한도 협상은 잘 해결될 것으로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총재는 "2011년·2012년에도 그런 일이 있었고, 잘 해결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최근 1~2년간 가상자산 업계에서 있던 일은 실망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기술 진보가 있을 줄 알았는데 미진한 면이 있고 악용되는 소지가 많다. 감독을 강화하는 방향이 맞다"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다만 우리나라 기조는 인도 등과는 다르다. 가상자산 자체가 완전히 투기 행위고, 아예 막자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가상자산이 가져올 금융 불안 측면과 가상자산이 앞으로 어느 정도 새로운 기술을 통해 새로운 산업으로 발전할지 불확실성이 있다"고도 했다.

이어 "(가상자산 과세에 대해) 소득 있는데 과세에 있는 건 동의하지만, 처음 일어나는 산업은 과세(유예)를 통해 산업을 더 크게 만들 것인지 지금부터 동일하게 취급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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