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내 자회사 출범 유력…경쟁력 강화해 수익성 제고

(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이수용 기자 = KB금융지주가 KB국민은행 내 한 사업부로 돼 있는 펀드 부문을 분사한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KB국민은행 펀드수탁부를 떼어내 독립법인으로 출범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분할 방식과 일정 등을 논의 중이다.

KB금융은 지주 계열사로 분리하는 방안과 은행의 자회사, 즉 지주사 손자회사로 두는 방안을 놓고 검토하고 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시장이 다양해지고 업무 수행 범위가 넓어지면서 은행의 한 부서로 사업을 영위하기에는 제한적이라 별도 법인으로 떼어내기로 했다"면서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분사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해당 부서를 은행 자회사로 물적분할한 뒤 지주에서 자본을 확충해 법인을 세우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B국민은행은 내부 검토가 끝나는대로 이사회에 해당 안건을 상정할 계획이다. 이후 금융당국의 승인을 거쳐 올 연말이나 내년 초 출범하는 것을 1차 목표로 잡고 있다.

펀드 수탁은 자산운용사 등 다른 금융회사가 보유한 증권·채권 등의 자산을 보관·관리하는 업무다.

수탁사들은 펀드재산을 수탁사 명의로 운용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하면서 수수료를 받는 게 기본적인 사업모델이다.

2000년 11월 일반사무수탁업무를 시작한 KB국민은행은 펀드서비스 전문회사 중 유일하게 은행 소속으로 남아있다.

신한금융그룹은 신한펀드파트너스, 하나금융그룹은 하나펀드서비스, 우리금융그룹은 우리펀드서비스 등 다른 금융그룹들은 이미 2000년대 초부터 별도 사무관리 자회사를 두고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의 펀드서비스 분사를 추진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쟁력 강화다.

은행 내부 부서로 있을 경우 은행의 의사결정 절차를 따르기 때문에 인력 확충 및 자금 투입 등 적시 투자를 통해 사업을 성장시키기 어려울 수 있다.

펀드 서비스가 전문화하고 있다는 점도 국민은행의 분사에 힘을 싣는다.

펀드 중 해외 펀드나 대체투자펀드는 기준가 산정 및 데이터 확보 등 전문화된 사무관리 역량이 필요하다.

자산운용사 입장에서도 과거 옵티머스펀드 사태 등 펀드 사무관리 부문에서 문제점이 있었던 만큼 이를 이해하는 전문화된 인력을 갖춘 사무관리사를 선호하기도 한다.

KB국민은행은 4대 금융지주 사무관리사 중 후발 주자에 속한다.

KB국민은행은 사무관리 수수료를 낮게 제시하면서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설정 규모를 늘려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자산운용업계에서는 타깃데이트펀드(TDF)나 상장지수펀드(ETF) 등 보수 자체가 낮은 상품들이 인기를 끌면서 낮은 사무관리 수수료에 대한 이점이 사라져 새로운 수익원이 절실하다.

펀드 시장이 나날이 성장하는 상황에서 다른 금융지주 등과 겨루기 위해서라도 더 늦기 전에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펀드 사무관리사들의 설정 규모도 점차 늘어나는 모습이다.

지난 25일 기준 사무관리사 펀드 설정 원본 규모는 신한펀드파트너스가 289조5천660억원, 하나펀드서비스가 234조7천366억원, 한국펀드파트너스가 118조8천238억원, KB국민은행이 96조7천766억원, 우리펀드서비스가 89조1천299억원이다.

1년 전과 비교하면 KB국민은행 사무관리부서의 설정 규모는 14조4천701억원 증가했으나, 리딩금융 경쟁사인 신한펀드파트너스는 43조8천533억원 급증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KB국민은행이 수년 전부터 경쟁력 등 이슈로 독립을 추진해왔는데, 더 미뤄선 안 된다고 보고 분사를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은행과 지주 차원에서도 시스템 구축 및 영업 등에서 경영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08시 37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