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반년 넘게 법안 계류 중…논의 지지부진
금융사 연체율 높아지는데 부실 확대시 우려

(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손지현 기자 = 금융회사에서 부실이 발생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금융안정계정 도입이 난항을 겪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글로벌 금융권 전반으로 위기감이 번지자 금융안정계정 도입이 다시 주목받는 듯 했으나 국회에서 법안 논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금융당국이 목표로 한 올 상반기 도입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

금융당국과 예금보험공사는 금융안정계정을 조속히 도입하기 위해 직접 국회 설득에 나섰지만, 연내 도입도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 되어버렸다.

8일 국회 및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안정계정 도입을 골자로 하는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은 올해 2월 국회 정무위원회에 상정되고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로 회부된 이후 총 4차례 안건 상정됐으나 여전히 계류 중이다.

지난달 16일 열린 법안소위에서는 다른 법안들에 밀려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차기 법안소위 일정도 미정이다.

현재 정무위에 계류된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은 총 2건이다.

지난해 11월 국민의힘 김희곤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과 지난해 12월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법안 모두 논의가 수면 아래에 잠겨있다.

금융안정계정은 금융사가 일시적인 자금난을 겪을 때 예보 기금을 통해 선제적으로 지원해주는 제도다.

일시적인 어려움에 부닥친 금융회사에 유동성을 공급해 부실을 미연에 방지하고 시장 전체의 위험으로 확산하는 걸 막겠다는 취지로, 금융위기 발생시 한시적으로 운영된 긴급 자금지원제도를 상설화하는 것이 골자다.

재원은 다른 기금 계정처럼 미리 쌓아놓는 것은 아니고, 필요시 기존 예보기금 내 계정으로부터의 차입금·보증료 수입금·예보기금 채권 발행 등을 재원으로 활용한다고 법안에 담겨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채권시장과 증권·캐피탈 등 금융사에 유동성 문제가 발생하면서 금융안정계정 설치 필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작년 말부터 글로벌 불확실성이 확대되자 올 초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금융안정계정 도입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올 상반기 중 조기가동체계를 구축한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SVB 파산 사태가 터지고 국내 은행의 유동성 및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금융안정계정 도입 목소리가 커지며 도입에 속도가 붙는 듯 했으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론을 내세우면서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민주당 이용우 의원 등은 예금자보호한도와 예금보험료율 상향을 포함해 금융안정계정에 자금을 채울 방안까지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출자를 어디서 하는지 누가 책임을 지는지 사전에 명확히 정해야 한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SVB 사태를 통해 뱅크런(예금 대량 인출)의 위험성이 감지됐던 만큼, 보호 한도를 높여 예금자 보호를 강화하자는 취지의 의견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 신영대·김한규·양기대·서영교·강병원 의원, 국민의힘의 주호영 의원 등 여야 모두 예금자보호 한도를 대부분 1억원 수준, 최대 2억원까지 상향하는 법안을 발의한 상황이다.

금융위와 예보는 금융안정계정 도입이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코로나19 금융지원에 따른 착시 효과가 끝나고 은행·2금융권 등 금융사의 연체율이 급등하기 시작하면서 조속히 연쇄 부실을 막기 위한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은 금융안정계정 도입을 앞당기기 위해 연일 국회를 방문해 설득에 나서고 있지만, 국회 문턱을 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미국·유럽은행발 위기가 일단 진정되면서 금융안정계정 도입에 대한 관심이 수그러들면서 동력을 잃은감이 없지 않다"면서 "법 통과는 국회 소관이기 때문에 기약 없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정무위는 최근 가상자산 및 자본시장 분야의 현안에 집중하느라 금융안정계정 법안 논의가 우선순위에서 밀린 건 사실이다.

여기에다 차액결제거래(CFD) 이용 주가폭락 사태 등으로 인해 관련 자본시장법 개정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금융위도 무작정 밀어붙일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정무위 관계자는 "현재 금융안정계정 도입과 예금자보호한도 상향 논의가 함께 이뤄지고 있는데, 관련해 금융사의 부담 가중 우려 등도 적지 않게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해관계가 팽팽하고, 여러 의견이 대립한다면 안건에 올려 중점적으로 논의하기도 쉽지 않아 안건이 언제 상정될지 미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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