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지주 상반기 당기순익 11조…시장금리 상승에 이자이익↑
비이자이익·비은행 실적에 따라 '희비'…증권·보험이 살렸다

 

(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국내 5대 금융그룹이 올해 상반기 11조원에 육박하는 당기순이익을 냈다. 반기 기준 사상 최대 규모다.

금리 인상기가 막바지에 접어들었으나 고금리 기조는 지속됨에 따라 이자이익으로만 20조원을 넘게 벌어들였고, 유가증권과 파생상품 관련 실적 호조로 비이자이익이 확대된 것도 한몫했다.

경기 악화와 대출 부실 등에 대비해 충당금을 작년보다 두 배 더 쌓았지만, 이를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순이자마진(NIM) 증가 폭이 컸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예대금리차(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가 축소됐고, 연체율 상승과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에 따른 추가 충당금 적립 등으로 하반기엔 순이익이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다.

◇우량 기업대출로 이자이익 상쇄…NIM 개선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총 10조8천886억원으로 집계됐다.

사상 최대였던 지난해 상반기(10조1천979억원)보다 약 6.7% 증가한 실적이다.

KB금융이 2조9천967억원으로 리딩금융을 차지했고, 하나금융은 처음으로 2조원을 돌파했다. 신한과 우리금융은 전년대비 순익이 감소했지만, 추가 충당금을 제외하고 보면 영업이익은 늘었다.

호실적의 배경엔 이자 수익이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에도 시장금리가 상승하면서 은행이 벌어들인 이자이익이 증가한 영향이 컸다.

5대 은행이 올해 상반기에 거둔 이자이익은 20조4천906억원에 달한다.

국민은행이 전년동기 대비 8.3% 늘어난 4조8103억원, 신한은행 4조1천189억원, 하나은행 3조9천732억원, 농협은행이 3조8천31억원, 우리은행 3조7천573억원 등을 거두며 전년동기 대비 10% 안팎의 성장세를 나타냈다.

은행들은 금리 상승, 부동산 침체에 따른 수요감소와 '이자 장사'로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는 비판에 가계대출을 쉽게 늘리기 어려워지자, 기업대출에 드라이브를 거는 방식으로 이자이익을 수성했다.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기업대출 잔액은 742조36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조6천억원 불어났다.

특히 부실 우려가 적은 우량자산인 대기업대출을 크게 늘렸다.

하나은행은 대기업 대출이 32%나 급증했고 농협은행도 25.7%나 뛰었다. 국민은행 14.7%, 우리은행 11.5%, 신한은행 10.8%씩 성장했다.

그 결과 대표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도 대체로 개선됐다.

국민은행의 NIM은 지난 1분기 1.79%에서 2분기 1.85%로 0.06%포인트(p) 올랐고, 신한은행은 0.03%p 개선된 1.62%, 농협은행도 0.02%p 오른 1.85%를 나타냈다.

김재관 국민은행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당초 대출 리프라이싱 효과로 1분기가 NIM 피크아웃이라고 예상했으나, 2분기 국채 3년물 기준 37bp 오르면서 시 장금리 상승이 NIM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김기흥 신한은행 CFO도 "은행 간 금리 경쟁이 치열해지겠지만 연간 NIM은 지난해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며 "수신의 경우도 만기 도래 정기예금에 따른 금리 리프라이싱 등으로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은행 튼튼한 KB '웃고' 신한·우리 '울고'…실적 판가름

올 상반기 실적에서 각 사의 희비를 가른 건 은행 이자이익 이외의 부문이다.

전반적으로 은행의 성장세가 비슷한 상황에서 비은행 부문과 비이자이익의 성과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이자 핵심이익인 수수료이익은 물론 유가증권 손익 개선, 보험이익 증가 등이 나타난 금융지주는 전체 순익이 증가했고, 그렇지 못한 곳은 1년 전보다 쪼그라들었다.

치열한 리딩금융 경쟁에서 KB금융이 신한금융을 제친 것도, 농협금융이 우리금융을 제치고 '빅4'로 치고 올라온 것도 '비은행·비이자이익' 차이였다.

KB금융의 비이자이익은 2조8천97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05.5% 급증했다.

거래대금 증가와 함께 초대형 기업공개(IPO) 주관으로 증권수탁수수료가 크게 늘어난데다, 채권금리 하락과 환율 안정에 따른 유가증권과 파생상품 관련 실적이 확대된 것이 비이자이익을 늘리는 데 한몫했다.

KB손해보험의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5천252억원에 달했다. 자동차 손해율이 여전히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데다, 올해 들어 IFRS17 도입으로 순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크게 개선되며 큰 몫을 담당했다.

반면, 신한금융의 디지털 손보사인 신한EZ손해보험은 1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농협금융도 유가증권 운용 이익과 수수료 수익 등 비이자이익이 6천252억원으로 1년 전보다 2배 증가하면서 실적을 끌어올렸다. NH투자증권은 3천667억원을 거두며 65% 증가했고, NH농협손해보험의 당기순이익도 2배 가까이 늘었다.

하나금융 역시 하나증권이 올해 상반기 346억원의 순이익을 내는 데 그치며 '역성장'한 데다, 하나캐피탈과 하나카드도 1천211억원, 726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컨센서스를 하회한 것이 발목을 잡았다.

우리금융은 증권·보험 등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터라 타격이 컸다.

이성욱 우리금융 재무부문 부사장(CFO)은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비은행 계열사 실적이 부진한 이유는 주로 카드, 캐피탈, 종금 등 여신성 자회사이기 때문"이라며 "증권사를 우선으로 M&A를 하겠다는 생각은 여전하고, 우량 보험사가 나온다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비은행 부문에서 골고루 선전한 금융지주들이 선전했지만, 여전히 은행 의존도가 높고 일회성 성격이 짙다는 것이 풀어야할 숙제"라며 "하반기에는 이자이익 확대가 제한될 가능성이 큰 만큼 그룹 내 비은행 계열사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09시 35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