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너 데이터와 결합해 AI 서비스 차별화 시도
수익성 개선 기여까지는 다소 시간 걸릴 전망

(서울=연합인포맥스) 김학성 기자 = 국내 이동통신 3사의 최고경영자(CEO)들은 지난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4'를 찾아 인공지능(AI) 고도화와 협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동통신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이들 CEO가 AI를 새로운 수익원으로 점찍었음이 재차 확인됐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
[출처: SK텔레콤]

 


김영섭 KT 대표
[출처: KT]

 


4일 통신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MWC 개막 첫날인 지난달 26일 도이치텔레콤과 이앤(e&), 싱텔, 소프트뱅크 등 글로벌 통신사들과 AI 공동 개발을 위한 합작법인을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5개 통신사는 올해 안에 합작법인을 세워 통신사 특화 거대언어모델(텔코 LLM)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챗GPT가 나오고 '텔코(통신사)들의 힘을 모아서 제대로 AI 시대 대응을 해보자' 이런 생각을 막연히나마 했다"며 "통신이든 어떤 산업이든 버티컬 LLM을 글로벌 동맹을 통해 만들면 산업 전체의 판을 바꿀 수 있고, 경쟁에서도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게임 체인저 서비스가 생길 거라고 본다"며 그 예시로 '개인화 AI 비서(PAA)'를 꼽았다.

PAA '에이닷(A.)'을 운영하는 SK텔레콤은 서비스 고도화를 위해 MWC 기간 중 옷핀 형태의 AI 웨어러블 기기를 만드는 휴메인, 대화형 AI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는 퍼플렉시티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KT도 자사를 'AICT 서비스 회사'로 정의하면서 향후 사업 전략에 AI가 중심에 있음을 강조했다.

김영섭 KT 대표는 지난달 2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AI가 전 세계를 쓰나미처럼 덮치고 있다"며 "MWC에 와서 KT가 향후 나아갈 방향과 전략적 설정이 맞는다는 생각을 굳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통신을 본업으로 꼭 쥐고 있으면 성장이 안 된다. (AI를) 잘해야 통신도 잘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영섭 대표 역시 시장 내 다른 기업들과 협업의 중요성을 힘주어 말했다.

그는 "독자적으로 일등하는 회사는 없어진 지 오래됐다고 생각한다"며 "협력을 잘하는 회사야말로 최고의 고수"라고 말했다.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왼쪽)와 캐서린 렌츠 AWS 산업부문 부사장
[출처: LG유플러스]

 


LG유플러스의 행보도 다르지 않았다.

LG유플러스는 MWC 기간 중 메타와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와 경영진 미팅을 갖는 한편, 아마존웹서비스(AWS)와 AI 개발 등에서 협력한다는 내용의 MOU를 맺었다.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는 지난달 28일 기자들과 만나 "중요한 것은 결국 AI"라며 "혼자만의 상상력으론 안 되고, 협업과 제휴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AI 응용 기술을 가진 회사에 지속해 투자하겠다고도 밝혔다.

통신 3사 CEO들이 모두 MWC 삼성전자 전시관을 찾아 갤럭시 AI 기능을 둘러본 것도 눈길을 끌었다.

김동원·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AI 기술에서 기능 차별화를 위한 수단으로 다수의 사업자가 파트너와 협력을 추진했다"며 "파트너의 데이터를 자신의 데이터와 결합해 경쟁업체보다 나은 AI 서비스를 만들고자 하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앞으로 통신 3사의 고민은 AI 사업으로 단순히 매출을 올리는 것을 넘어 수익성을 높이는 데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유영상 대표는 "작년에는 LLM에 대해 누가 더 모델이 크고, 잘 만들고 이런 얘기가 많았다"며 "올해는 '그걸 가지고 어디에 쓸 것이냐', '누가 돈을 버느냐' 이런 얘기가 많은 거 같다"고 밝혔다.

김영섭 대표는 "지금까지는 LLM의 규모나 이런 걸 하기 위해 투자했지만 앞으로 수익화돼야 한다"며 "고객들한테 돈 받고 서비스할 수 있는 체제를 구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통신사의 AI 서비스가 수익성 개선에 기여하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국내 통신사들이 B2B 부문에서 일부 성과가 있을 뿐 B2C AI 서비스 유료화에 성공하거나 기존 요금제에 옵션 형태로 AI를 입히지 못하고 있다"면서 "직접적인 AI 서비스 제공을 통한 매출 창출엔 다소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hs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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