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사이언스, 이번 주에 주총 의안 확정해야
OCI,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쐐기 박나

(서울=연합인포맥스) 김학성 기자 = 한미약품[128940]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창업자 일가의 법정 공방이 이르면 이번 주 판가름 날 전망이다.

장남 임종윤·차남 임종훈 형제가 한미사이언스[008930]를 대상으로 제기한 두 건의 가처분 결과에 따라 한미약품과 OCI그룹의 경영 통합 항로가 결정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미약품 본사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신주발행·의안상정 가처분, 이르면 이번주 결론

11일 법원에 따르면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을 두고 분쟁 중인 임종윤·종훈 형제와 한미사이언스 측은 지난 6일 수원지방법원에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심문을 마쳤다.

지난달 21일에 이은 두 번째이자 마지막 심문이었다.

양측은 한미사이언스가 OCI그룹과 경영 통합을 발표할 당시 창업자 가족 사이에 경영권 분쟁이 있었는지 여부와 제3자에 신주를 발행할 정도로 회사가 긴급하게 자금을 조달해야 했는지를 두고 맞섰다.

재판부는 양측에 오는 13일까지 추가 자료와 의견을 제출하도록 했다.

일각에서는 재판부가 이르면 이번 주 안에 결론을 낼 수 있다고 예상한다.

임종윤·종훈 형제는 한미사이언스를 상대로 자신들을 포함한 6명의 신규 이사 선임 의안을 주주총회에 상정하라는 가처분도 신청한 상태다.

정관에 따른 최대 이사 수인 10명 가운데 6명을 확보해 경영권을 가져오겠다는 전략이다.

상법에 따르면 상장사는 주주총회일 2주 전에 주주총회 소집을 공고해야 하는데, 늦어도 오는 29일 주총을 열어야 하는 한미사이언스 입장에서는 15일 이전에 이사회를 열어 주총 의안을 확정해야 한다.

법원이 지난 6일 신주발행금지 가처분과 주총 의안상정 가처분 심문을 동시에 진행한 만큼, 두 사건의 결론을 함께 내릴 것이란 관측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두 개의 가처분 결론이 이번 주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본안 소송이 아닌 가처분은 판단을 빨리 내줘야 한다"며 "늦어도 다음 주에는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SM엔터테인먼트[041510]의 신주 및 전환사채(CB) 발행금지 가처분은 최종 심문 이후 7거래일, 2020년 한진칼[180640]의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은 4거래일 만에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한미약품과 OCI
[출처: 한미약품]

 


◇ 자금력 갖춘 OCI, '주주배정 유상증자' 카드 쓸까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이 기각될 경우 OCI홀딩스[010060]는 당초 계획대로 한미사이언스 지분 27%를 확보해 경영 통합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반면 가처분 인용 시에는 한미사이언스와 OCI홀딩스의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

다만 이 경우에도 한미사이언스가 제3자 배정이 아닌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의해 OCI홀딩스의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말 연결 기준 1조6천억원, 별도 기준 2천418억원의 현금성자산을 보유한 OCI홀딩스는 유상증자에 참여할 실탄이 충분하지만, 임종윤·종훈 형제는 그만한 자금력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전해지기 때문이다.

앞서 OCI홀딩스는 1년 안에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30% 이상으로 늘릴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지주회사인 OCI홀딩스는 상장 자회사 한미사이언스의 지분을 30% 이상 보유해야 한다.

한편, 지난 6일 가처분 최종 심문을 마친 뒤 한미사이언스와 임종윤 사장은 여론전을 이어가고 있다.

한미사이언스는 "OCI그룹과의 통합은 주주 전체의 이익을 도모할 수 있는 결단이었다"며 "상대는 다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해 '반대를 위한 반대'라는 점을 실토했다"고 주장했다.

또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은 "가처분이 인용될 만큼 (통합 계획이) 그렇게 허술하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임종윤 사장 측은 "2022년 라데팡스가 개입한 이후 경영에서 일방적으로 배제됐다"며 "경영권이 넘어가는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4명의 결의만으로 통과한 것은 일반 주주의 권익을 철저히 무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
[한미그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hskim@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08시 52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