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실적 목표 높여 고위험상품 판매 조장
판매정책·시스템 전반 부실…금감원 "엄중 조치"

 

 

(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은행과 증권사가 홍콩 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 19조원어치를 판매하면서 투자위험 설명 의무 위반, 대리 가입, 서류 변조 등 불완전판매한 정황이 다수 확인됐다.

 

이들 금융회사는 투자자 손실 위험이 커진 시기 오히려 과도하게 영업목표를 설정해 실적 경쟁을 조장하고, 투자에 적합하지 않은 고객에게 상품판매가 가능하도록 상품판매 기준을 임의 조정하기도 했다.

그 결과, 영업현장에서는 고령 투자자에게 상품내용을 '이해했다'라고 답하도록 요구하거나 투자자 대신 상품가입 신청서 등을 대리 작성·서명하는 사례들도 발견됐다.

금융감독원은 불완전판매가 확인된 금융회사 및 임직원에 대해 엄중히 제재할 방침이다.

다만, 충분한 보상·배상 조치에 나서는 금융사에 대해선 과징금·과태료 등 제재 수위를 낮춰주겠다는 입장으로 적극적인 자율배상을 독려하고 있다.

◇KPI 높여 전사적 판매 독려…"본점 차원 부실"

금감원은 11일 이러한 내용의 '홍콩 H지수 ELS 검사 결과 및 분쟁조정기준안'을 발표했다.

금감원은 1월 8일부터 지난 8일까지 약 두 달간 KB국민·신한·하나·농협·SC제일 등 5개 은행과 한국투자·미래에셋·삼성·KB·NH·신한 등 6개 증권사 등 11개 주요 판매사에 대한 현장검사 및 민원조사를 실시했다.

검사결과, 판매정책·소비자보호 관리 실태 부실은 물론, 판매시스템 차원의 불완전판매 및 개별 판매과정에서의 다양한 불완전판매 사례가 포착됐다.

이들 판매사는 코로나19 이후 양적완화에 따른 글로벌 주가지수 변동성이 확대되는 등 불확실성 고조되던 시기 홍콩 ELS 상품에 대한 과도한 영업목표를 설정하거나 프로모션 등 공격적 영업을 지속했다.

A 은행에서는 2021년 영업목표 수립 시 신탁수수료 목표를 전년대비 56.9% 상향 설정했으며, B 은행은 변동성이 확대되던 2021년 1분기 중 두 차례 프로모션을 실시하는 등 실적 경쟁 독려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KPI(성과평가지표)를 운영하면서 신탁수수료의 최대 2배를 성과이익으로 평가하는 등 ELS 판매에 유리하게 설계해 판매를 유도했다.

그러면서도 상품선정 등에 있어 비예금상품위원회를 형식적으로 운영하거나 기초자산 안정성 점검·모니터링을 실시하지 않는 등 사후관리도 미흡했다.

판매시스템 차원의 불완전판매도 심각했다.

금소법상 투자자 성향분석 시 6개 항목을 필수적으로 확인해야 함에도 일부 항목을 누락하거나 점수가 배정되지 않도록 하는 등 부실하게 설계한 정황이 드러났다.

또 '손실 감내수준 20% 미만', '단기투자희망' 등 H지수 ELS에 부적합한 투자자도 가입이 가능하도록 운영한 사실도 확인됐다.

고위험 상품 판매에 대한 설명 의무를 위반한 사례도 수두룩했다.

중요사항인 '위험등급 유의사항'을 설명서에서 누락하거나고난도상품 요약설명서를 교부하지 않은 경우도 나왔다.

또 상품판매시 '계약 체결과정' 전반을 녹취해야 함에도 일부분만 녹취하도록 프로세스를 설정해 실질 상품권유 및 설명과정은 녹취하지 않은 사례도 발견됐다.

◇당국 "재발 막아야"…고위험 상품판매 금지 검토

이러한 실적 위주의 영업정책은 영업현장에서 설명의무 위반, 대리 가입, 서류 변조 등 다양한 불완전판매로 이어졌다.

안정적 성향의 투자자에게 투자성향을 상향하도록 유도하거나, 청력이 약한 고령투자자에게 상품내용을 '이해했다'라고 답하도록 요청한 사례도 적발됐다.

영업점 방문이 어렵다는 투자자를 대신해 투자성향진단설문지, 상품가입신청서 등을 대리 작성·서명한 사례들도 발견됐다.

금감원은 금융회사들의 판매정책·판매시스템이 고객최우선 원칙으로 설계되지 않고, 판매사의 이익을 우선하도록 운영됨에 따라 문제가 발생했다고 봤다.

금감원은 검사결과 확인된 위법부당행위에 대해서는 관련 법규 및 절차에 따라 엄중 조치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판매사의 고객피해 배상, 검사 지적사항 시정 등 사후 수습 노력을 참작해 제재 수위나 과징금 규모 등을 결정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금감원은 금융위원회 함께 ELS 등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판매제도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다.

지난 2019년 은행의 고난도 사모펀드·신탁 판매를 금지하면서 주가연계신탁(ELT)은 예외적으로 허용했는데, 홍콩H 지수 연계상품과 같은 대규모 불완전판매가 발생함에 따라 규율체계를 정비할 필요성이 생긴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고난도 상품으로부터의 소비자 보호와 편리한 자산관리 서비스 필요성 간 조화점을 모색할 시기"라며 "대규모 손실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데 초점을 두고 해외사례 연구 및 전문가 의견 수렴을 거쳐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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